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확위 Jul 04. 2023

냉면육수를 이용한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

파리에서 업어온 냉면육수!

종종 파리에 갈 일이 있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TGV로 1시간 반 가량이면 도착하니 멀지는 않다. 다만 몇 달 전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편도만 100유로 가까이 들기에 왕복으로 교통비만 20만 원이 넘게 된다. 박사 후 연구원으니 가벼운 지갑으로는 자주 가기는 벅찬 형편이다. 파리에 볼 일이 있어 갈 때면 항상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 식자제마트인 K-Mart이다. 파리에는 K-마트가 곳곳에 여러 지점이 있다. 나는 주로 자주 들르는 오페라점을 이용하고 있다. 그렇게 K-Mart에 가면, 항상 한 바퀴 쭉 돌면서, 우리 동네 아시아마켓에서 구하지 못하는 것들이 뭐가 있는지 한 번 탐색한다. 최근 파리 방문 중에도 여지없이 K-Mart에 들렸다. 한 바퀴 둘러보다 보니, 냉동고 속의 냉면육수가 눈에 띈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팔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워낙 물냉면을 좋아했기에 (비냉도 좋아함) 에어컨 없이 이 여름을 나기 위해 냉면육수는 좋은 선택 같았다.


냉면육수로 냉면을 먹으려 했지만, 냉면 면이 없어서 (우리 동네에 팔지만 사오는 걸 깜박함) 다른 시원한 국수가 뭐가 없을까 고민했다. 냉장고를 살펴보니 남은 배추김치가 보였다. 아! 김치말이 국수다. 마침 소면도 있으니, 시원하게 냉면육수를 이용하여 김치말이 국수를 뚝딱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삼겹살과 먹으로 사뒀던 쌈무도 있어서 잘라서 곁들이면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메뉴가 정해지면 그다음은 진행은 수월하다. 이미 머릿속에 레시피는 들어있기에, 손이 가는 대로 착착 진행한다. 냉면육수가 냉동상태라서 얼른 해동해야 했다. 배가 고파서, 냉동육수를 전자레인지 해동으로 어느 정도 녹여낸 후, 큰 얼음들을 쪼개면서 살얼음이 되게 준비했다. 소면을 삶으면 불기 전에 바로 국수를 말아먹어야 하니 고명들을 미리 준비한다. 계란을 위에 하나쯤 얹어줘야 비주얼적으로 예쁘고 단백질 섭취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계란 하나 삶기는 너무 귀찮아서 생략한다. 냉장고 속 쌈무를 잘라 준 후, 냉장고 속에서 오이를 꺼내서는 손가락 길이로 토막 내고, 껍질 부분을 두껍게 돌려 깎기 해준 후 채 썰어 준비해 준다. 배추김치를 꺼내 참기름을 넣어 살짝 버무려주면 모든 고명이 준비됐다. 모든 게 준비되면, 이제 국수를 삶는다. 소면 삶기는 귀찮다. 물이 넘치지 않게 주의하며, 넘치려 할 때쯤 살짝 찬물을 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면을 삶으며 설거지를 한다거나 다른 것을 하나가 물이 넘쳐 피곤해졌던 적이 종종 있기에 이제는 소면 삶을 때는 면에 집중한다. 지금껏 소면을 몇십 번은 삶았겠지만, 아직도 정확히 몇 분 삶아야 익는지 모르겠다. 그냥 적당히 익은 것 같으면 면 몇 가닥 건져 먹어보고 판단한다. 면이 다 삶아지면 체에 밭쳐 물기를 빼내고, 찬물로 힘차게 조물 거리며 전분기를 빼줘 면을 탱탱하게 준비한다. 이제 그릇에 담아내면 끝이다.


먼저 면을 예쁘게 담고, 김치를 얹는다. 그런 다음 쌈무를 얹고, 채 썬 오이를 얹어내 준다. 마지막으로 녹여둔 시원한 냉면육수를 조심스레 부어주고, 깨를 좀 뿌려내주면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 완성이다. 한 입 먹어본다. 김치를 참기름에 버무려준 게 맛을 더 좋게 한다. 쌈무의 새콤달콤한 맛도 아주 잘 어울리고, 시원 상쾌한 오이 맛도 좋다. 소면도 잘 삶아져서 불지 않고 탱탱하다. 냉면 육수도 마셔본다. 맛있다. 냉면육수가 동치미육수 베이스 제품이라 육향이 너무 나거나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김치말이 국수에 어울리는 느낌이다. 국물까지 모두 단숨에 비워버렸다. (며칠 후, 또 해 먹음! 맛있어서-)

더운 여름, 냉면육수를 냉동실에 쟁여두자. 소면과 김치만 준비해서, 시원하게 국수를 말아 한 끼 맛있게 먹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돈가스가 먹고 싶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