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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ul 04. 2023

프랑스에서 나 홀로 삼겹살 정식

혼자라도 풍족하게 삼겹살과 각종 사이드 디쉬들!

프랑스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그리 즐기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사는 곳은 독입접경 도시인데, 이 지역 음식에는 삼겹살 요리가 몇 가지 있긴 하다. 학교 식당에 가끔 삼겹살 같은 메뉴가 나오면, 내 옆의 프렌치 아이들은 죄다 비계 부분을 잘라내기 시작한다. 지방이라고 투덜거리면서 말이다. 돼지에게 미안해진다. 한국에서도 삼겹살 지방을 잘라내고 먹는 사람들을 종종 보긴 했지만, 이해할 수 없지만 각자 취향이겠거니 한다. 그저 내가 이 맛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 나는 나 자신에게 만족한다.


퇴근길에 마트에서 종종 삼겹살을 사 온다. 삼겹살을 사 오면 보통 먹는 메뉴들은 다음과 같다.

1) 그냥 구워서 쌈장, 고추냉이에 찍어 먹기

2) 삼겹살 김치찌개

3) 삼겹살 고추장제육볶음

4) 통삼겹살 수육

5) 오븐구이 크리스피 삼겹살....

그 외에도 몇 가지 메뉴가 더 있기는 하다.


이 날은 간단히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 했다. 하지만, 좀 제대로 차려먹고 싶었다. 한국에서 삼겹살 집에 가서 각종 채소들에 쌈도 싸 먹고, 서비스로 나온 된장찌개도 곁들여 먹는 그런 삼겹살 한 상을 차려 먹고 싶었다. 대충 먹는 삼겹살이 아닌 제대로 삼겹살을 먹고 싶었다. 그래서 아시아마켓에도 들러서 쌈무, 파절이를 위해 쪽파를 샀다.


집에 돌아와서 준비를 한다. 삼겹살은 구워지면 바로 먹어야 하니, 다른 것들을 미리 준비한다. 먼저 된장찌개르 끓인다. 고기를 좀 볶다가 된장을 넣고 함께 볶아주고 물을 붓는다. 호박(난 된장찌개에서 호박이 제일 좋다), 양파를 넣고 고춧가루파를 넣은 후 팔팔 끓여준다. 어느 정도 끓이면 잘라둔 두부를 넣어준다. 된장찌개가 끓는 동안 다른 사이드 메뉴들을 준비한다. 파는 최대한 얇게 채 썰어 본다. 우리 집의 파절이 양념은 다른 집과는 조금 다르다. 식초와 설탕, (+고춧가루)가 파절이 양념이다. 비율은 맛을 보면서 새콤달콤한 맛이면 된다. 우리 엄마표 파절이가 완성되면, 이제 쌈채소.... 는 아니지만 샐러드 채소들을 듬뿍 꺼내두고, 쌈장도 준비하니 모든 게 끝났다. 이제 가장 중요한 고기를 구울 차례다.


나는 모든 가구가 구비된 집에서 살고 있는데, (들어올 때 내 케리어만 갖고 옴-) 주방에 가위가 없다. 한국처럼 주방에서 가위를 많이 쓰는 나라는 아마 전 세계에 또 없을 거다. 그러니, 굽고 고기를 자르려면 도마 위로 옮겨 칼로 잘라야 하니 너무 귀찮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가 집에서 삼겹살을 구울 때는 보통 미리 고기를 잘라서, 팬에 구워내 준다. 아쉽지만, 나만을 위한 요리를 할 때는 귀찮음을 피하는 편이다. 뭐라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리라.


모든 요리가 끝났다. 고기도 옮겨 담고, 각종 채소들도 그릇에 담고, 된장찌개까지 그릇에 떠놓으니 그럴듯하게 삼겹살 정식이 완성되었다. 고기를 쌈장을 찍어 먹는다. 맛있다. 새콤달콤 우리 엄마 레시피 파절이와 곁들이니 느끼하지 않고 좋다. 쌈무에 파절이, 샐러드채소도 곁들어 고기와 함께 먹으니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가끔 된장찌개도 한 숟가락씩 떠먹으니- 만족스럽다.


혼자라고 너무 대충 요리하지는 말자. 가끔은 먹고 싶은 만큼 제대로 준비해 줘야 만족한다. (어설프게 먹으면, 또 생각나서 며칠 후 다시 요리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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