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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확위 Jul 07. 2023

엄마표 소고기 배추 된장국

청양 고추를 넣어 업그레이드된 맛

우리 가족은 매운맛을 잘 못 먹는다. 엄마가 매운맛에 약 하셔서 어릴 적부터 우리 집 식탁에 매운 요리는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당연 한국인 기준에 매운 요리를 말하는 거다.) 그렇기에 고추를 사도 청양 고추를 사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한국 마트에서 청양 고추를 사 봤다면 한 봉지 듬뿍 파는 것을 할 것이다. 이렇게 한 봉지만 사도, 하루 식사에 고추를 한두 개만 쓰니 전부 남고 만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남은 청양 고추를 항상 냉동에 두곤 하셨다.

우리 엄마가 청양 고추를 넣은 요리는 딱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소고기 배추 된장국이다. 아주 단순한 요리다. 소고기 육수로 끓인 배추 된장국이니까 말이다. 엄마는 좋은 소고기를 사 오셔서는 큰 디엠비에 덩어리째 고기를 넣고 육수를 내고는 그걸로 2가지 정도의 국을 한꺼번에 끓이시곤 하셨다 육개장, 소고기뭇국, 미역국, 소고기 배추된장국 같은 것들 말이다. 엄마의 소고기 벤 주 된장국에 특이 점이 바로 국을 다 끓이고 먹기 직전에 넣는 다진 청양고추이다. 하루는 엄마가 국을 도와주셨는데 언니가 한 입 먹더니 맛있긴 한데 평소보다 뭔가 허전한 마시라고 했다. 그제야 엄마가 청양 고추 넣는 것을 깜빡했다면서 서둘러 다진 고추를 넣고 국을 새롭다 주셨다. 그러고 나니 우리가 아는 엄마표 소고기 배추된장국이 완성되었다.

나는 혼자서 요리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내 요리는 분명 엄마의 요리 와는 다르다. 하지만 종종 어릴 적 먹고 자란 엄마 요리 엄마 만에 레시피로 만든 요리들이 생각이 나긴 한다. 어쩌면 맛에 대한 그리움 일하기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던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라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힘이 들거나 피곤한 날엄마의 음식들이 더 생각나긴 한다.

엄마의 소고기 배추된장국을 먹은 지도 2년 이 넘은 것 같다 그 고기 육수의 담백한 배추와 마지막 포인트로 들어간 청양 고추 향이 어우러진 그 조화로운 맛이 갑자기 그리웠다.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소고기와 배추를 사 온다 이곳에서 신선한 청양 고추를 구할 수는 없지만 파리의 K 마트에서 사 온 동결 건조 된 청양 고추가 있다 신선한 생 청양 고추는 분명히 다르겠지만 청양 고추 특유의 형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기에 이 정도로 만족하고 요리를 해야 한다.

먼저 소고기로 육수를 내준다. 거품이 일어나면 제거하며 국물을 깔끔하게 만들어 준다. 그다음 잘라 둔 배출을 넣어 준다. 그런 후 된장할 거네 어 큼직하게 두 스푼을 떠서는 육수에 풀어 준다. 다진 마늘을 넣고 좀 더 감칠맛을 위해 약간에 국 간장과 액젓을 살짝 넣어 준다. 배추가 완전히 흐물흐물 부드러워질 때까지 푹 끓여 내준다. 국을 끓이는 동안 냄비에 쌀밥을 서둘러 안 친다. 밥이 다 될 때쯤 배추가 부드러워졌다. 마지막으로 간을 본다. 맛있다. 하지만 조금 허전한 느낌이 든다. 발리에서 사온 동결 건조 청양 고추 블록을 꺼내어 국에 넣고는 잘 섞어준다. 다시 1번 맛을 본다. 이제야 엄마의 맛이다.

고기 끄는 동안 냉장고 속 가지를 꺼내 만든 가지 볶음도 곁들여 엄마표 된장국과 함께 맛있는 한 끼가 완성되었다. 어느 가정이나 그 집안에 요리가 있을 거다. 가족이 그리워지는 순간, 따뜻한 그 요리 한 그릇이 그리움을 녹여 줄지도 모르니 시간이 된다면 요리를 배워두도록 하자. 후회할 일은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