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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ul 12. 2023

참치김밥에 깻잎을 넣은 이에게 찬사를

깻잎을 구하자마자 김밥을 말다

해외에 나오면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 중 하나가 깻잎이다. 그 이유라면, 먹는 게 한국인뿐이기 때문이리라. 프랑스의 작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데 아시아마켓에 거의 웬만한 필요한 것들은 구할 수 있지만, 깻잎은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한국인의 집에 놀러 갔다가 직접 키운다는 깻잎 두 장을 삼겹살에 싸 먹은 게 일 년 반 동안 프랑스 생활동안의 유일한 깻잎이었다. (한국인 친구가 한국에서 깻잎김치를 가져다가 나눔 해준 것을 제외하고....) 최근 연구소에 있는 한국인 친구가 바르셀로나 근교로 학회를 다녀오며 바르셀로나에서 짧은 휴가로 머물다가 돌아왔다. 돌아오더니 바로 연락이 왔다. 혹시 깻잎 원하냐고- 내가 무슨 깻잎이냐 했더니, 그곳에서 한인민박에 머물렀는데, 식사로 깻잎이 나와서 문의해 보니 한국분이 깻잎을 키워서 팔고 있다고 했단다. 그 정보를 얻고는 잽싸게 가서 욕심나서 크게 두 봉지를 사 왔는데, 막상 집에 돌아와 보니 너무 많이 산 것 같아 난감했다는 거다. 며칠 뒤 짧은 휴가를 갈 예정으로 냉장고를 비우고 있던 터라, 괜히 귀한 깻잎을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 거절했더니, 친절하게 인터넷에서 봤다며 깻잎 보관법까지 알려줬다. 이대로만 하면 2주는 거뜬하다고 한다. 그렇게 받아 온 깻잎을 보관법대로 물에 담가 밀봉해서는 냉장고 한편에 모셔두고 휴가를 떠났다.


실컷 놀고 돌아오면서, 냉장고에 내 깻잎들이 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돌아오면 바로 깻잎으로 참치김밥을 해 먹으려고 재료들을 미리 사두고 휴가를 떠났었다. (돌아오는 날은 일요일이라... 마트들이 문을 닫는다.) 오전 6시에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다. 프랑크푸르트로 가서는, 그곳에서 셔틀을 타고 집에 돌아오니 저녁 5시였다. 전날 3시간 밖에 못 자서 집에 도착하면 피곤하기만 할까 봐 걱정했지만, 이동시간이 좀 길어지면서, 그 안에서 계속 잤더니 부족한 수면을 다 채웠나 보다. 집에 도착해서 더 이상 피곤하지 않았다. 여행짐을 풀고 빨래를 돌리고, 샤워를 하고는 겨우 여유가 생겨 깻잎이 잘 있는지 꺼내본다. 여전히 물기를 머금고 생생하다. 뿌듯하다. 고대하던 깻잎을 넣은 참치김밥을 먹을 수 있겠다.


참치김밥 재료를 간단히 준비한다. 먼저 밥을 새로 안친다. 그러는 동안, 김밥 속 재료들을 준비한다. 단무지를 잘라 준비하고, 참치캔을 따고는 마요네즈에 버무린다. 후추도 살짝 뿌려준다. 계란 지단도 부친 후 잘라주고, 채 썬 당근도 팬에 볶아내 준다. 나는 참치김밥에 오이를 넣는 걸 좋아한다. (개인취향입니다.) 오이도 잘라서 준비한다. 속 재료는 끝났다. 밥이 다 되는 동안, 깻잎으로 뭘 더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깻잎 넣은 떡볶이가 생각났다. 김밥을 떡볶이 소스에 찍어먹어도 맛있겠다 싶었다. 떡볶이 떡이 있는지 냉동실을 뒤져보니, 떡이 6개가 남아있더라. 어차피 소스와 깻잎이 더 중요하고, 김밥 때문에 배불러 떡볶이는 많이 못 먹을 테니 떡이 적어도 상관없었다. 냄비에 떡볶이 떡을 넣고, 물을 붓는다. 양념을 대충 때려 넣는다. 고춧가루, 고추장, 간장, 설탕, 카레가루. 떡볶이를 끓여준다. 어느 정도 끓어갈 때, 냉장고에 남아있던 양배추를 꺼내 전부 잘라 넣어버린다. 조금 많다 싶지만, 난 떡볶이의 양배추를 좋아하는 편이다. 떡볶이가 끓어가는 동안, 밥이 다 되었다. 밥을 그릇에 옮겨 담고는 소금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을 넉넉히 넣고는 참깨까지 듬뿍 넣어 섞어준다. 간을 본다. 잘됐다.


이제 김밥을 말 시간이다. 김말이를 꺼내서 김을 한 장 깔고, 밥을 충분히 잘 펴준다. 그런 후, 깻잎을 깔아주고 준비한 속 재료들을 넣어 조심스레 말아준다. 꾹꾹 눌러 말아준 후, 칼로 잘라본다. 두 번째 김밥은 끝이 잘 안 붙어서, 김밥이 터지려 하기에 조심스레 자르느라 고생했다. 그릇에 담아내준다. 떡볶이도 완성되었다. 그릇에 옮겨 담고 잘게 채 썬 깻잎을 위에 듬뿍 얹어준다. 먹을 때 깻잎을 섞어 먹을 거다. 귀한 깻잎을 이용한 참치김밥과 김밥에 곁들일 양배추 가득 떡볶이가 완성되었다!

며칠 한식을 못 먹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거의 일 년 반 만에 먹는 깻잎 들어간 참치김밥이 맛있어서인지, 김밥 두 줄을 모두 해치워버렸다. 참치김밥을 먹다가, 떡볶이의 양배추도 건져먹고, 김밥을 떡볶이 소스에도 찍어먹고 하다 보니 금세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맛있게 배가 부르니 기분도 좋았다. 참치김밥을 먹으면서 새삼 깻잎이 참 잘 어울린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어떻게 참치 김밥을 처음 생각하고, 또 거기에 깻잎을 넣을 생각을 했을지 처음 만든 사람이 참 대단하다 싶었다. 처음 참치김밥에 깻잎을 넣어준 사람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내고 싶다. 덕분에 맛있게 잘 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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