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확위 Jul 20. 2023

8. 포트락에서 한식 뽐내기 (2)

양념치킨을 누가 싫어하겠는가

-(1편에 이어서)-


몇 달 전 작년에 포트럭 런치를 준비했던 친구가 다시 한번 연구실 동료들을 초대했다. 이번에도 인터내셔널 포트럭이었다. 뭘 준비해 가야 할지 고민됐다. 내가 요리들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몇몇 친구들이 팔로우하면서, 내가 매일 요리한다는 것을 알았고, 기대치가 조금 높았다. 그들에게 우와- 하고 놀라게 할 한국 요리를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모두가 부담 없이 쉽게 도전해서 맛볼 요리를 준비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내가 정한 메뉴는 바로 한국식 양념치킨이었다. 이곳에서는 한국 치킨을 맛볼 수 없으니 몇 번 내가 직접 튀겨먹었는데 한국인인 내 입맛에도 내 치킨은 제법 맛있었다. 난 주로 간장마늘 소스로 교촌치킨 같은 맛을 내는 편이다. 가끔은 옛날식 양념치킨으로 고추장과 케첩을 섞어 만들기도 했다. 매운 것을 못 먹는 친구들을 위해 간장마늘 치킨과 매콤한 양념치킨을 만들기로 한다.  개인적으로 순살보다는 뼈 있는 치킨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이 쉽게 먹는 건 순살일 거라 생각해서 전날 마트에서 순살 치킨을 산다. 원래는 이곳 사람들이 선호하는 닭 가슴살로 만들려고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날 닭가슴살이 없고 순살 닭 가슴살이 있었다. 닭다리살을 6덩어리쯤 사 왔다.


포트럭 당일이 되었다. 아침에 한글학교 봉사활동을 하고 선생님 한분이 같아 점심을 먹자 해서 함께 하다가 시간이 너무 흘러버렸다. 4시에 모이기로 했기에 요리할 시간이 1시간밖에 없어 서두른다. 먼저 소스들을 미리 만들어 둔다. 간장마늘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냄비에 간장을 붓고, 물을 조금 부어주고, 설탕, 마늘가루를 넣어 끓여내 준다. 칠리플레이크를 넣어줘서 약간의 매콤함을 줘야 더 맛있지만, 이건 매운 것을 못 먹는 사람을 위한  요리이니 어떠한 매운맛도 생략한다. 간을 보고 조금 더 단맛을 내고자 물엿을 조금 넣어준다. 부르르 끓여주면 간장마늘 치킨을 위한 소스는 완성이다. 이제 매콤한 양념치킨 양념을 만들어본다. 고추장, 고춧가루를 섞는다. 이 비율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조금만 한쪽이 많아도 고추장 맛이 너무 강하거나 아니면 그저 케첩 맛이다. 적절히 비율을 맞추고, 간장을 약간 넣어 짠맛을 추가해 주고 설탕과 물엿으로 단맛을 보강한다. 원래 다진 마늘을 넣어야겠지만 그냥 마늘 가루로 대체한다. 물을 살짝 넣어서 부글부글 조금만 졸여내 주면 양념치킨 소스도 완성이다. 조금 더 매콤함을 위해 전에 파리에서 사 왔던 동결건조 청양고추를 몇 덩어리 넣는다. 나에게는 충분히 맵다.


소스가 준비되었으니, 이제는 치킨을 튀길 시간이다. 먼저 닭다리살을 알맞은 크기, 즉 한입에 쏙 들어갈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다. 껍질은 벗기지 않았다. (취향에 따라 껍질을 놔두거나 벗기자). 닭고기에 간단하게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해준다.  튀김가루에 마늘가루와 파프리카파우더를 살짝 섞어준다. 그런 후, 물을 부어 적당한 농도로 만들고는 먼저 잘라둔 닭고기를 넣어 반죽을 입혀준다. 그런 후, 다른 그릇에 준비된 마른 튀김가루에 젖은 반죽이 묻힌 닭고기를 넣어 마른 가루를 입혀준다. 모두 준비되었다. 이제 기름을 넉넉히 붓고 온도를 높인다. 처음 초벌은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익혀 닭고기가 속까지 익게 만들 거다. 대략 섭씨 140도씨 정도면 될 거다. 그렇게 초벌로 튀겨진 닭은 꺼내보면 그다지 먹음직스럽지 않다. 초벌로 튀긴 닭을 체에 밭쳐 기름을 빼내고, 기름 온도를 올려 170도에서 두 번째로 튀겨준다. 이때 닭이 황금빛으로 튀겨지면서 주방에 서 치킨집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모두 익은 치킨을 건져내고는 반은 간장마늘 소스에, 반은 매콤한 양념치킨 소스에 넣어 버무려주고 완성한다.


이렇게 완성된 치킨을 들고 포트럭 장소에 찾아간다. 이번에는 아시아는 나 한 명이다. 대부분 유럽이다. 프랑스, 레바논, 이탈리아, 루마니아, 조지아, 페루에서 온 사람들이 모였다. 프랑스 애들은 보통 치즈가 들어간 요리들을 준비해 온다. 맛이 있지만 크게 특별하지는 않다. 이탈리안은 이번에도 라자냐였다. 다른  친구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레바논 친구가 만들어준 샐러드가 가장 새롭고 맛있었다. 내가 인터넷에 섬 나 봤던 sumac 향신료를 넣어 새콤함이 있었고, 특이하게 튀긴 칩을 넣어줘서 식감까지 좋았다. 여러 요리 중에서 자랑스럽게도 내 치킨이 가장 먼저 바닥을 드러냈다. 매운 요리라서 일찌감치 기대한 친구들도 있었고, 간장마늘 치킨을 먹은 프랑스인 친구는 자기는 보통, 이런 튀김류를 안 좋아하는데 이건 너무 맛있다며 나중에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했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딱 즐기기에 좋은 매운맛이라며 좋아했다. 다른 요리들을 맛보며 사람들이 내 음식을 잘 먹나 살펴봤는데, 몇몇 친구들이 치킨 근처에서 빈 바닥을 포크로 긁고, 남은 튀김 부분까지 가져가는 것을 보며 이들이 진짜 맛있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포트락 메뉴 선정은 성공이었다. (간장마늘, 양념치킨 둘 다 다들 잘 먹어서 뭘 더 선호하는지는 모르겠음)


연구소에서는 매년 6월 초에 인터내셔널 런치를 연다. 연구소에는 일종의 학생회 같은 단체가 있는데, 그 단체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받으면서 그 돈으로 격주로 티타임이나 여러 작은 행사들을 열곤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6월 초에 있는 인터내셔널 런치다. 연구소 전체에 단체메일을 보내서, 포트럭에 음식을 가지고 오고 싶은 사람들은 공유 문서에 요리에 대해 저장하도록 안내한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요리를 준비하지 못했었기에, 올해는 꼭 참여하고 싶었다. 참여하자고 맘을 정하니, 또 메뉴가 걱정되기 시작하였다. 작년 연구소의 다른 친구는 불고기를 했었다. 올해에는 김밥을 한다고 했다. 여러 메뉴에서 고민하다가 내가 정한 메뉴는 바로 닭갈비였다. 외국인들이 닭갈비를 좋아한다고 많이 들어봤었기에 적당할 것 같았다. 일단 내가 소고기로 하는 요리보다는 돼지고기로 하는 요리가 많은데, 꽤나 많은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고기 요리를 한다면 닭고기로 하고 싶었고 포트락이니 국물 같은 것 없이 덜어가기 쉬운 요리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게 닭갈비였다.


포트럭 전날 마트에서 순살 (이번에도 편하게 순살)로 닭 안심을 구했다. 닭고기를 사 와서 미리 양념에 재워두었다. 양파를 갈아서 넣고, 고춧가루, 간장, 설탕, 다진 마늘, 그리고 중요한 치트키 카레가루를 넣고 밤새 재워두었다. 당일 아침에 함께 넣을 채소들도 준비했다. 양배추, 양파, 쪽파, 당금. 조금 늦게 일어나 서둘러 조리해야 했다. 겨우겨우 시간 내에 끝내고 통에 담아서 출근을 했다. 점심시간에 맞춰 인터내셔널 런치가 있는 테라스로 갔다. 테이블들이 길게 세팅되어 있었다. 자기 요리에 대한 설명이 인쇄된 종이를 가져다가 붙여두고 내 요리를 테이블에 두었다. 전년보다 더 다채롭고 다양한 요리들이 많았다. 내 요리가 약간 앞쪽에 있었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요리를 맛보는 것 같았다. 몇 번이나 떠가며 내게 한국 요리에 대해 칭찬하고 내 요리가 맛있었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한식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여러 번의 포트락을 준비하면서 언제나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왔다. 한국인으로 한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한식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서 메뉴 선정에 제법 애를 써왔고, 다행히도 매번 성공적이었다. 우리 생각보다 한식을 전혀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 많다. 일 년에 한 번은 학교 식당에서 김치 샐러드라는 이상한 메뉴가 나올 때가 있는데, (전혀 한식 같지도 김치 같지도 않은 정체불명의 요리다) 김치를 안다면 이게 뭐냐며 불평하고 먹겠지만 다행힌 건지 사람들이 김치를 알지 못해 그냥 제법 잘 먹는다.  내가 프랑스에서 지내는 동안 내 주위 사람들에게만큼은 한식이 얼마나 맛있고 훌륭한 요리들인지를 충분히 알려주고 싶다. 내가 떠난 후에도 이들이 종종 한식을 즐기며, 나를 떠올리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7. 포트락에서 한식 뽐내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