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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ul 24. 2023

10. 프랑스에서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 날 축하하기

한글학교에서 가정의 달을 축하하다

3월에 연구원 커뮤니티에서 외국인 30명을 위해 한식을 준비해서 한국의 날을 행사를 진행했었다. 대략 6가지 정도의 요리들을 준비해 갔고, 행사장에서 사람들이 요리를 모두 즐기며 전부 모든 메뉴가 바닥을 보이며 사람들이 남김없이 먹었다. 여러 사람에게서 음식이 너무 맛있다며 칭찬을 많이 받았고 즐거웠던 경험이었다. 그전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을 위한 요리를 해 본 경험이 없었다. 기껏해야 우리 가족들 (부모님 2, 언니네 가족 5, 오빠네가족 4)을 위해 명절에 10명 정도를 위한 요리를 한 게 최대 인원이었다. 그래서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막상 해내기 전까지는 혹시나 힘들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실제 준비해 보니, 양이 많아지면, 아무래도 가정에서 크지 않은 냄비등으로 조리를 해야 해서 한 요리도 여러 번에 나눠 조리해야 함에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 외에는 크게 힘들지 않았다. 즐거웠다. 자신감이 생겼다. 여러 사람을 위해 요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글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떡볶이 클래스를 성공리에 마치고 나니, 내가 뭔가 더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았다. 한글학교에서 단체를 위해 요리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날/어버이날 행사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프랑스에는 어린이날이 없으니까, 부모들을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날을 챙겨주는 것도 한국적이고 의미 있다고 여겨졌고, 마더스데이, 파더스데이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은 어버이날이 있으니 이런 날에 대해 설명도 하면서 한국에서 하는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같은 행사를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제안서를 작성해 보았다. 카네이션 만들기와 함께 편지 쓰기를 하고, 아이들이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편지를 통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주며 서로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하는 날을 계획했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준비한 한국 요리들을 함께 즐기며 어버이날/스승의 날 행사를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렇게만 마무리할 경우 한글학교의 다수인 일반 성인들이 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도 원하면 참가해서, 자기 부모님들께 드릴 편지 쓰기나 카네이션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해당 내용으로 전체 제안서를 작성했다. 후에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에게 제안서를 드렸다. 선생님이 좋은 생각이라며 다음 한글학교 회의 때 해당내용에 대해 더 토의해 보자 하셨다.


이후, 한글학교 회의에서 다른 선생님이 일반 학생들을 위해 스승의 날까지 함께 기념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좋은 생각이었다. 한글학교 선생님들이 있으니,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위해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처음 행사는 학교 강당에서 진행할까 했었지만, 수업을 대체해 버리는 것은 수업 계획에 조금 어긋나는 듯하여, 한 시간은 정규수업을 진행하고 다른 한 시간을 카네이션 만들기/편지 쓰기를 진행하고 그 이후 점심시간에 모두 함께 식사를 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후에는 강당에서 할 경우, 자리 세팅이나 여러 가지로 시간 소요가 됨으로 더 간소화시켜 각자 교실에서 진행한 후, 한 교실에 식사를 준비시켜 그때 모두 모이는 것으로 또다시 변경했다. 아무래도 모두를 축하하면서 함께 식사하는 자리이므로, 참가비를 최소화하고 싶었고, 보통 때는 일회용품을 피하기 위해 각자 식기도구를 가져오게 요청하고는 했지만 이번에는 일회용품으로 해서 사람들이 준비할 것 없게 하기로 했다. 처음 짜두었던 메뉴에서,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 단체 요리를 위해 적당한 요리들로 메뉴도 계속해서 변경했다. 그렇게 해서 최종메뉴는 간장치킨, 소고기볶음밥, 김치볶음밥, 제육볶음과 쌈, 야채 전, 호떡이었다. 30명 정도의 참석을 예상했는데 홍보 팸플릿을 제작해서 안내하고 홍보를 하니 대략 45명의 인원이 참가 신청을 했다.

행사가 토요일에 있기에 목요일과 금요일에 나눠서 장을 보고, 금요일 저녁에 일부 요리들을 미리 준비해 뒀다. 토요일 아침에는 치킨을 튀겨야 했기에 미리 해두고 일부 요리들은 데우기로 맘을 먹고 대부분 요리는 미리 금요일 밤에 진행했다. 요리를 하면서 계획과 다르게 조금씩 메뉴가 변경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원래는 어른들을 위한 김치볶음밥을 김에 말아서 김밥 형태로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할 생각이었지만, 내가 만든 김치볶음밥이 너무도 고슬고슬해서 (나는 볶음밥을 잘한다) 밥이 뭉쳐지지 않기에 김밥형태가 유지가 안되었다. 어쩔 수 없이, 성공한 한 두줄을 제외하고는 그냥 밥을 떠가도록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고기도 한 종류로 제육볶음을 모두 하려다가 아무래도 아이들이 먹을게 부족할 것 같아 간장양념과 빨간 제육으로 고기를 반반 준비하였다. 파전을 준비하여 굽다가 조금 더 다양성을 위해 일부는 고추장을 넣은 장떡으로도 준비했다. 바로 구운 직후 맛보니 바삭하니 맛이 좋았다. 뭔가 더 할 게 없을까 하는 생각에 비주얼적으로 화려함이 보일 무쌈말이와 겨자소스도 준비하였다. 이렇게 모든 준비가 착착 진행되었고, 당일 아침 치킨도 모두 잘 되었다. 요리들을 모두 통에 가득 담고 학교까지 들고 가기 위해 장바구니에 담으니 또다시 커다란 장바구니 두 개가 가득 찼다. 혼자서 들고 트램을 통해 이동하려니 힘겨웠다. 항상 요리를 하는 시간보다 이동시 짐이 무거운 게 훨씬 힘들어다. 차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한글학교에 도착해서, 먼저 1시간은 일반 수업을 진행하고 두 번째 시간에는 아이들과 카네이션을 만들 계획이었다. 카네이션 만들기를 시작하는데 아무래도 만 3-6세 아이들에게는 간단한 종이접기도 쉽지 않아서 아이들이 만들기에는 무리였다. 결국 나와 이날 참관을 하러 온 친구가 아이들을 위한 카네이션을 모두 만들어야 했다. 아이들은 마지막에 카네이션에 각자 자기 이름을 적거나 하트를 그려주는 정도로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각자 다른 교실들에서도 카네이션 만들기나 편지 쓰기를 진행했다. 한 선생님이 먼저 점심식사를 위해 교실 한 곳에 앞에 요리를 차려둘 수 있도록 책상을 모아두고, 남은 책상들을 일부 뒤로 몰아두어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준비했다. 45명이라 조금 좁을 수 있어 다른 교실 하나도 열어 준비를 마쳐두었다. 나는 수업이 끝난 후, 바로 장소로 이동해서 준비해 온 요리들을 큰 접시들에 담으며 세팅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나는 최대한 넉넉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요리가 부족할 까 걱정되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일회용 접시에 먹고 싶은 요리들을 담아가기 시작했다. 맨 마지막 사람이 음식을 떠갈 때까지 난 긴장상태로 요리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지켜봤던 것 같다. 다행히 프랑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아서, 다들 모든 요리로 접시 하나가 찰 정도만 떠가지 음식을 쌓아서 담아가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뒤에 사람이 있으니 생각하며 덜어가는 모양새였다. 모두들 음식을 받아가고,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담소를 하며 식사를 했다. 다들 맛있게 잘 먹는 것 같았다. 한국 사람들은 내게 다가와 한국 치킨을 오랜만에 먹었는데 너무 맛있다며, 내게 한국에서 식당을 했었냐고 묻기도 했다. 유아반 한 학생과 부모님은 내게 스승의 날 감사 인사로, 꽃 한 송이를 건네주었다. 자그마한 손으로 내게 꽃을 건네주며 선생님 고맙습니다-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다른 분이 함께 사진을 찍으라며 해준 덕분에 그 순간이 사진으로 남게 되었다.

이번에도 모든 요리들이 모두 바닥을 비웠다. 사람들이 계속 오고 가며, 남은 요리가 없을 때까지 계속해서 요리들을 떠가서 음식을 즐겼다. 이후 준비된 한국 커피, 유자차, 음료수 등으로 즐길 수 있었고, 고맙게도 학부모 한분이 디저트로 파운드케이크 류를 몇 개 구워다 주셔서 사람들이 디저트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몇몇 선생님들과 일부 남은 사람들이 도와주어 뒷정리를 했다. 음식은 남은 게 없어서, 치우기도 수월했다. 음식을 담았던 접시들만 설거지를 하고, 책상을 원래대로 돌려두고, 금세 치워서 모든 게 마무리됐다. 다들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했다. 한 선생님은 자기 반 학생들에게 뭐가 제일 맛있냐고 물었는데, 프랑스 학생들이 김치볶음밥이 맛있다고 많이 얘기했다고 했다. (나의 김치볶음밥의 팁이라면- 김치를 볶다가 살짝 고추장을 첨가해서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준다.) 행사를 치르는 동안은 힘든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 순간에는 그저 모든 게 즐겁다. 빈 통들이 담긴 가방을 양손에 들고, 트램을 타고 30분 거리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조금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집에 와서는 낮잠을 자고 저녁쯤 일어나서야 빈 통들을 설거지하며 모든 걸 마무리한다.


가정의 달 행사는 처음 내 예상보다는 카네이션 만들기나 편지 쓰기 등이 잘 진행된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조금 더 준비해서, 사람들에게 한국에서의 스승의 날이라 어버이날의 모습들도 보여주며 그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식사는 성공적이었다. 한국 요리를 맛 보여 줘서 좋았고, 한글학교 학부모나 학생이나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며 친하지 않던 사람들도 서로 친해질 기회가 되기도 하였고 사람들이 서로 보다 더 가까워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잘 마쳤고, 이 행사의 시작이 나였다는 점에서 잘 마무리한 점에 조금은 뿌듯함을 느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난 항상 내가 잘한 것보다, 아쉬움 점이 머릿속에 더 남는 사람이다. 해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못 한 것들에 대한 자책이 항상 나를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면이 나를 발전시켜 왔고, 그래서 그나마 지금 정도의 사람이 되었다 생각한다. 이번에도 아쉬움이 남는 점들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다시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유아반에서 아이들 손에 모두 카네이션 하나씩 들려 보냈으니, 아이들 부모님은 카네이션을 받았을 것이다. 자그마한 아이들 손에 들린 카네이션을 건네받아 가슴에 달며, 감사와 사랑을 주고받는 그 순간들이 있었다면, 사실 이날의 요리며 다른 것들은 사실 중요치 않을 것이다. 그 순간 그들이 느끼는 그 사랑의 감정들이 이 날 행사를 통해 내가 주고 싶었던 진짜 경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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