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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Aug 16. 2023

고기 없는 짜장소스+볶음밥

간단 재료로 맛있게 볶음밥

나는 볶음밥을 좋아한다. 사실 좋아하지 않는 요리가 거의 없이 많은 요리를 즐기지만, 간단한 한 끼로는 볶음밥이 최고 같다. 냉장고 아무 재료나 함께 볶으면 언제든지 가볍게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배달이 원활치 않은 프랑스 한 도시의 교외 지역에 살다 보니, 귀찮아도 내가 요리를 해 먹는 수밖에 없다. 귀찮을 때 자주 찾는 요리가 바로 볶음밥이다.


빠르게 볶음밥을 하기 위해서라면, 찬밥이 필요하다. 나는 전기밥솥이 없다. 한국에서는 전기밥솥으로만 했지만, 이곳에 온 후 밥을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냐는 착각 속에 전기밥솥을 사지 않았다. 하지만 일 년 반이 넘게 양식보다는 한식을 더 많이 요리해 먹고 있다. 이제 와서 전기밥솥을 사려니, 어쩐지 곧 이곳을 떠날 것 같아 계속해서 안 사면서 이제는 사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언제나 냄비에 밥을 할 수밖에 없는데, 넉넉히 해서는 그릇에 담아 냉동해 보관하고 있다. 그렇게 냉동한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해동한다. 볶음밥을 할 때는 찬밥이 좋다. 그러니 해동을 하면서도 그렇게 완전히 뜨끈하게 밥을 데울 필요도 없다. (햇반이 있다면 햇반을 데울 필요도 없다. 그냥 위에 포장 까서 볶는 팬에 투하하면 된다.)


예전에는 볶음밥에 햄이나 베이컨과 같은 재료를 항상 넣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재료를 거의 최소화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재료 조합이라면 파, 당근, 계란이다. 간단하지만 간만 잘하고 잘 볶으면 맛은 최상이다. 볶음밥을 할 때 중요한 것은 기름을 넉넉히 넣어서 밥알을 모두 코팅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거다. 나도 예전에는 기름은 살찐다며 기름을 아꼈는데, 그러면 볶음밥은 맛있을 수가 없다. 지금은 살보다 맛을 중시 여기면서 (이러면 안 될 것 같기는 하다만...) 볶음밥을 위해 기름을 아끼지 않는다. 넉넉히 기름을 둘러준 팬에 먼저 다진 파를 넣어 파기름이 나오게 해 준다. 그런 후, 작게 다져준 당근을 넣어 함께 볶아준다. 나는 볶음밥에 양파를 넣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양파의 너무 물러진 식감보다는 당근의 적당한 식감이 더 좋다. 당근까지 볶다가 냉동실에서 전자레인지에 넣어 살짝 돌려 어느 정도 해동 된 (아직은 차가운) 밥을 넣고 볶아준다. 그러다가 볶는 재료들을 한편으로 밀어 넣고는, 팬 위에 계란을 깨트려준다. 그런 후,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어 주고 볶던 밥과 함께 섞어내 준다. 충분히 볶아준다. 고슬고슬한 볶음밥은 충분히 볶아주기만 하면 완성된다. 이제 간을 해주자. 팬 바닥 부분에 간장을 살짝 넣어준 후, 밥과 함께 섞어주고 볶음밥 치트키 굴소스를 넣어준다. 굴소스만 넣어도 맛있지만 나는 어느 정도는 간장으로 간을 해주고, 굴소스로 감칠맛을 더해주는 편이다. 이제는 거의 모든 분들이 알겠지만 굴소스는 MSG를 함유하고 있다. 그러니 굴소스를 넣으면 당연히 맛있다. 하지만 MSG가 싫다면 간장으로만 간을 잘해도 고슬고슬한 볶음밥은 충분히 맛있다. 굴소스는 맛있는 거를 더 맛있게 만들어 준 것일 뿐이다. 이렇게 볶아진 볶음밥을 밥그릇에 담고는 윗면을 평평하게 만들어주고, 그대로 그릇에 엎어주고는 밥그릇만 꺼내면 봉긋 예쁘게 돔 형태로 쌓인 볶음밥 완성이다.


볶음밥만으로 맛있지만, 이 날은 어쩐지 뭔가 더 요리하고 싶던 날이었다. 그래서 고기 없이 간단하게 짜장소스를 만들어 곁들였다. 내 짜장소스는 간단하다. 양파, 호박만 넣으면 된다. (고기가 있다면 고기도 있으면 되는 거고) 양파와 호박을 작게 잘라준다. 크기는 취향에 따라 잘라주면 된다. 나는 좀 잘게 써는 것을 좋아한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와 호박을 볶아준다. 여기에 간장, 설탕, 굴소스, 춘장을 모두 1:1:1:1 비율로 넣어준다. 그런 후, 물을 붓고 끓여주고 마지막에 전분물을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주면 완성이다. 더 맛있게 만들려면 여기에 미원 같은 MSG도 추가해 주거나, 그냥 물 대신 치킨파우더 같은 조미료를 넣어주면 된다.


만들어진 짜장소스를 볶음밥에 곁들여준다. 짜장소스에 볶음밥을 먹으니 조카 중 한 명이 생각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확고한 아이인데, 미역국, 짜장, 볶음밥을 좋아한다. 언니네 집에서 지내며 내가 요리를 해주던 시절에 유치원에서 하원하고 집에 들어서면서도 "어 미역국이에요?"라던가, 이른 아침부터 볶음밥을 해주면 잘 먹던 아이였다. 지금은 프랑스에서 혼자 살고 있어서, 내 볶음밥을 좋아해 줄 다른 사람은 없으니 혼자지만, 내 볶음밥은 혼자 먹어도 맛있다.   

+곁들임으로 깐풍소스를 만들어서, 깐풍만두도 준비했다. 하지만 만두를 튀기지 않고 팬에 살짝 구웠더니 너무 쉽게 소스에 눅눅해져서 만족스럽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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