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확위 Aug 10. 2023

무더운 여름, 채소 가득 샐러드 국수

구운 채소를 곁들인 차가운 샐러드국수

프랑스에 일하러 오기 전, 약 5년 전부터인가 꾸준히 구경하던 네이버 블로거가 있었다. 캐나다에 이민 간 분이 운영하는 블로그였는데 워킹맘으로 일하면서도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즐겁게 하고 다양한 레시피들을 올리던 분이었다. 어느 순간 올린 글의 내용에서 조금 불편함이 들어서 점차 멀어지긴 했지만, 몇 가지 좋아하던 레시피가 있었기에 종종 그 레시피를 확인하고자 다시 찾아가곤 한다. 분명 좋은 내용들이 많으니 추천하는 블로그이다. (blog.naver.com/rfiennes) 이 블로그에서 주로 베이킹 레시피를 따라 하긴 했지만, 종종 요리 레시피에서도 맘에 드는 것들이 제법 있었다. 그중 내가 가장 오랫동안 따라 하고 있는 베스트 레시피는 바로 냉우동 레시피이다. 이 냉우동은 국물이 있는게 아니라 소스에 비벼먹는 건데, 그 소스가 참 맛깔나다. 우동면에 곁들이는 부재료들은 그대로 따라 해도 되지만, 나는 다른 곁들이는 재료는 내 취향에 맞게 그리고 내 냉장고 사정에 맞게 변형하는 편이다. 어떤 조합으로 해도 일단 소스가 워낙 맛이 좋아서 언제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무더운 여름, 에어컨도 없는 프랑스의 집에서 지내다 보니 뜨거운 음식보다는 차가운 음식을 찾게 된다. 내내 냉동실에 얼음 따위 얼리지 않았는데 여름이 닥치고서야 냉동실 한편에 매일 얼음을 얼려, 커피도 아이스커피로 만들어 마시고 각종 음료, 술에도 모두 얼음을 넣어 먹고 있다. 이런 무더위 속에서 자연스레 냉우동이 생각났다. 소스를 만들 재료는 모두 있었지만, 우동면은 없었다. 지금까지 우동면만 사용해 왔지만, 메밀면을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얼마 전 포트락에서 프랑스인이 메밀면을 이용한 샐러드 누들을 만들어 왔었던 게 생각났다.) 원래 블로그 레시피에서는 샐러드 잎채소와 새우, 조갯살을 넣는데 지금까지는 조갯살이 없어 넣어본 적은 없다. 냉장고에 넣어 이 소스에 버무렸을 때 어울릴 재료가 뭐가 있을지 뒤적이다가, 가지와 쥬키니가 보였다. 워낙 구운 채소를 좋아해서, 구운 가지와 구운 쥬키니 모두 좋아하는데 이것들을 얇게 저며서 구워준 후 버무리면 어울리겠다고 머릿속에 맛이 그려졌다. 파프리카와 맛살도 있기에 함께 꺼내 준비해 준다.

소스만 만들고 면을 익혀 구워주면 끝이니, 너무나 간단하다. 소스는 기존에 블로그에서 봤던 레시피 자체가 너무 좋아서 따로 변형은 시키지 않고 원래 레시피를 따른다.

간장 3, 굴소스 2, 식초 4, 설탕 4, 레몬즙 (레몬 한 개), 다진 마늘 1, 고추냉이 1, 올리브오일 4, 참기름 4

모든 재료들을 한 데 넣고 휘저어서 섞어준다. 소스는 완성이다. 미리 국수를 삶으면 불어버릴 수 있으니, 먼저 채소들을 굽기 시작한다. 양파를 채 썰어 준비하고, 파프리카도 알맞게 썰어준다. 단백질 흉내를 내줄 맛살도 적당하게 찢어서 준비해 준다. 가지와 쥬키니를 모두 칼로 얇게 저며 준비해 준 후 소금만 살짝 뿌리고, 기름 둘른 팬에서 앞 뒤 구워내 준다. 냉동실에서 꺼낸 새우의 껍질은 까고, 등에 칼집 넣고 내장인지 똥인지를 제거해 준 후, 채소를 구웠던 팬에 구워준다. 새우를 구워주면서 옆에서 냄비에 물을 끓인다. 물이 끓으면 메밀면을 넣고는 봉투에 적힌 시간만큼 면을 삶아주고 체에 밭쳐 물기를 빼내며 살짝 물에 헹궈내 준다. 이제 모든 면, 준비한 각종 재료들을 볼에 담고 미리 만들어 둔 소스를 넣고 한 껏 버무려준다. 15분이면 간단하게 완성할 수 있다.

그릇에 담긴 샐러드국수를 맛본다. 역시 이 소스는 맛있다. 굴소스 감칠맛에 고추냉이가 들어가 느끼함은 없으면서, 식초, 레몬이 들어가서 산뜻하면서도 참기름에 다채로운 향과 맛으로 입맛을 돋운다. 내 머릿속 구상대로 넣어본 구운 가지와 쥬키니도 너무나 잘 어울렸다. 이 소스에는 묵직한 육류보다는 새우 같은 깔끔한 해산물이 확실히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국수를 실수로 2인분 가까이 삶았지만, 한 그릇 먹고는 너무 맛있어서 남은 국수까지 몽땅 다 먹어버렸다. 배부르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경우가 있지만, 이 국수를 먹으면 시원하고 신선한 재료들을 먹은 기분이라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기분이 좋다. 배불러서 아 힘들다-느낌이 아니라, 건강하게 잘 먹었다! 는 느낌의 요리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닭볶음탕은 맛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