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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ul 25. 2023

내 닭볶음탕은 맛있다

혼자 먹어도 맛있는 닭볶음탕

닭볶음탕하면 언제나 친오빠가 생각난다. 오빠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가 바로 닭볶음탕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는 닭도리탕이라고 했었는데 어느 순간 도리가 일본어의 잔재라면서 닭볶음탕이라고 다들 부르기 시작하더라. 그러고 몇 년이 지나니 다시 닭도리탕의 도리가 또 일본어가 아니란다.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그냥 이제는 닭볶음탕이라 주로 부르고 있다. 우리 오빠는 고등학교를 기숙학교로 다녔었다. 집에서 2시간 거리정도에 있는 그다지 멀지는 않은 곳이었지만, 아마도 기숙사에 허락받으며 외박으로 집에 오곤 했던 것 같다. 그 때마다 미리 엄마에게 연락해서 주문하던 엄마 집밥메뉴가 바로 닭볶음탕이었다.


나는 오빠와는 그렇게 친한 편은 아니다. 서로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 내가 사고가 조금 있었고, 그때 실수로 오빠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내서 오빠도 알게 되면서 그 이후 카톡을 계속 주고받게 되었다. 친하지 않다고 느꼈더라도 역시 가족은 가족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끔 나를 걱정해 주었다. 최근에 오빠와 연락을 자주 해서 그런 걸까. 집에 감자가 남은 것을 보았다. 감자를 보자마자 오빠가 좋아하는 닭볶음탕이 생각났다. 닭고기만 사 와서 닭볶음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외출해서 볼일을 마저 본 후, 마트에 들어가서 닭고기를 살펴본다. 마땅한 닭고기가 없어서 닭다리만 6개 들어있는 것을 한팩 들고 온다. 집에 와서는 저녁을 준비한다. 내 닭볶음탕 조리법은 매우 간단하다. 하지만 맛은 충분하다. 먼저 냄비에 닭을 넣고 물을 붓는다. 깔끔하게 한다면 살짝 데친 후, 물을 버리고 다시 해도 되겠지만 그냥 진행해도 큰 무리는 없다. 양념은 고춧가루 5, 간장 4, 설탕 3, 다진 마늘 1 (많을수록 좋다), 액젓 1이 전부이다. 양념을 모두 넣고 일단 20분 가까이 팔팔 끓여준다. 그런 후, 껍질을 까서 준비해 둔 감자를 넣고 10분 정도 더 끓여준 후, 잘라둔 양파를 넣고 또 끓여준다. 마지막에 파를 썰어 넣으면 닭볶음탕 완성이다.

흰밥과 먹기 위해 닭볶음탕이 끓어가는 동안 흰쌀밥을 준비했다. 냉장고에 무가 하나 있기에, 무를 채 썰어 무생채도 준비해서 함께 곁들여 먹기로 한다. 다 끓은 닭볶음탕에서 닭다리와 감자등의 건더기들을 건져내어 그릇에 담는다. 밥그릇에 밥도 퍼담고, 무생채도 덜어내어 간단하게 한 상을 차린다. 먼저 닭다리를 들어 한 입 크게 베어 물어본다. 다리살이라 부드럽고 양념도 적절하다. 국물을 한입 맛본다. 감칠맛이 최고다. 국물과 밥을 번갈아가며 먹어본다. 감자도 잘라 맛본다. 여기는 감자가 여러 종류가 판다. 샐러드용 감자거나, 매쉬드 포테이토 같은 으깬 감자나, 로스트용 감자냐 등에 따라 감자가 조금씩 다르다. 나는 퓌레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분기가 많은 포슬포슬한 감자를 사다 뒀던 거라 닭볶음탕에 딱이었다. 감자도 맛있고, 부드럽게 익은 양파도 너무 좋았다. 내가 만들었지만, 이 양념 조합이 너무 좋아서 닭볶음탕 좋아하는 오빠에게 카톡을 보낸다. 내 레시피인데 맛있으니 다음에 꼭 해 먹어 보라고. 내 닭볶음탕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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