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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Aug 17. 2023

처음 만드는 북한요리, 이북식 찜닭

소스가 만능이네

나는 요리, 음식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유튜브로도 요리나 맛집 등 음식에 관한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이다. 유튜브를 보다가 이북식 찜닭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다. 한 아나운서가 나와서 이북식 찜닭 맛집에서 요리를 먹는 모습이었는데, 아나운서도 맛있게 먹고 손님들도 몇 십 년째 와서 먹고 있다는 모습에 군침이 돌았다. 그런데 그냥 보면 백숙같이 보여서 저게 왜 찜닭이지 싶었는데, 한번 삶아준 후, 찜기에 쪄내서 찜닭이라고 했다. 방송에 보이는 만드는 영상을 몇 번이고 봤던 것 같다. 찜닭에는 다른 간 하나 하지 않고, 그저 소스에 찍어먹는 게 다였다. 너무 심플했지만 궁금했다. 그렇게 몇 번이고 이북식 찜닭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며 궁금해했다.


나는 퇴근 후 마트에서 쇼핑하며 저녁 메뉴를 생각하는 게 하루의 일상이자 취미이다. 마트를 둘러보다가 닭 한 마리가 보였고, 오늘은 이북식 찜닭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유튜브에서 봤을 때, 어떤 곳은 쪽파를 데치고 어떤 곳은 부추를 데쳐서 곁들이더라. 그래서 나는 내 취향으로 부추를 한 봉지 사 왔다. 어차피 닭과 부추 또는 쪽파만 있으면 되기에 장바구니가 단출했다. 장을 봐서 집에 도착한 후 바로 요리를 시작한다. 유튜브 영상들을 몇 개 보면서 어느 정도 조리법은 익혀두었는데, 아무래도 닭을 그냥 삶는 것보단 뭔가 더 넣어 삶아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삼계탕 용 약초팩 사둔 게 기억나서 한 봉지를 넣어 함께 삶아 주었다. 삶아낸 후, 닭을 건져내어 토막내 줬는데, 닭이 생각보다 질겼다. 아무래도 닭을 잘못 사온 모양이다. 그래서 다시 육수에 넣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2시간 가까이 삶아내 주었다. (저렴한 닭을 사 왔더니 노계였나 보다...) 그런 후, 토막 낸 닭을 찜기에 얹어서는 한껏 쪄주었다.

그렇게 닭이 쪄지는 동안 양념장을 준비해 보았다. 먼저 고춧가루에 닭 육수를 넣어 고춧가루를 불려준 후, 간장으로 간을 하고, 여기에 겨자와 설탕, 식초, 다진 마늘, 다진파를 넣어 함께 섞어내 주었다. 그런 후 맛을 보았는데, 와우- 소스가 너무 맛있었다. 나는 한국식 겨자는 이곳에서 구하지 못해서, 프랑스라 디종 머스터드를 넣었다. 아무래도 한국 겨자모다는 매운맛이 약하고 좀 더 부드러운 이 디종머스터드의 맛이 더 내 취향에 맞아 소스를 맛있게 만들어 준 것 같다. 닭은 어차피 푹 삶아내어 찌는 게 사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는 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찌는 흉내만 내준 후, 마무리했다. 닭 육수에 사 온 부추를 한번 데쳐내 준다. 그릇에 찜기에서 꺼낸 닭을 모두 담고, 그 위에 부추를 얹는다. 그런 후 소스를 곁들여 한 상 차려본다.

비주얼은 단출하다. 별다른 게 없다. 혼자니까 닭 한 마리에서 두 다리 모두 내 몫이다. 다리먼저 작은 그릇에 옮겨가서 살을 발라 맛본다. 음... 백숙 맛이다. 부드럽게 오래 삶아내니 맛 좋다. 소스에 부추와 곁들여 찍어먹어 보니 맛있다. 소스가 맛있다. 육수에 한번 데쳐내어 부드러운 질감으로 된 부추도 소스와 너무 잘 어울린다. 분명 맛있는데, 찜닭 자체가 크게 인상 깊진 않다. 부드럽게 닭만 익혀내면 될 것 같다. 이 요리의 포인트는 곁들이는 부추 또는 쪽파에 소스다. 처음 만들어 본 북한 요리였는데, 아마 다음에도 또 만들 것 같진 않다. 굳이 번거롭게 찌는 것까지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평소대로 백숙을 요리하고 부추를 육수에 똑같이 데치고 오늘처럼 이 양념소스를 만들어 곁들일 것 같다. 평소 백숙에 소금, 후추 섞은 것을 찍어먹곤 했는데. 소금만을 찍어먹을 때는, 순간적인 짠맛이 너무 강하게 들어서 찍어먹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맛있게 만든 소스를 곁들이니, 듬뿍 찍어도 짜지 않고 너무 맛있었다. 오늘은 닭보다는 소스가 내게는 주인공이었던 요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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