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로운 취미 생활
간만에 주중에 중심가에 나왔다. 약속이 있어서다. 조금 빨리 도착해 시간이 남았기에 그냥 걸었다. 문득 오늘 월급 들어왔을텐데?하는 생각에 은행 앱에 접속해본다. 월급이 들어왔다. 기쁘다. 뭔가 사고싶다. 하지만 난 크게 물욕이 없는 사람이다. (음식과 요리에 대한 욕심만 조금 많은 편이다.) 간만에 미술용품점에 가야겠다 싶었다. 화방에 도착한다. 전에 왔을 때와 조금 달라졌다. 더 깔끔해졌다. 뭔가를 살 생각으로 간 건 아니었지만, 이것저것 골라 담기 시작한다. 아크릴화가 보인다. 요즘은 거의 수채물감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수채물감이지만 수채화의 느낌으로 맑은 느낌이 들게 잘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크릴은 예전에 잠깐 써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의 그림들이 제법 내 맘에 들었었다. 다시 써보자 하는 생각에 아크릴물감을 하나 골라 담는다. 매번 작은 스케치노트에 그림을 그려왔는데, 문득 캔버스를 하나 사볼까 싶다. 하지만 큰 것은 부담이라 작은 사이즈로 20x20 cm 사이즈를 꺼내든다. 5개가 한 묶음이다. 아크릴화를 위해 붓도 몇 개 골라든다. 비싼 붓들도 있지만, 어차피 나에게 비싼 제품들은 사치일 뿐이다. 내 실력에는 뭘 쓰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적당히 저렴한 것을 골라 답는다. 만족스러운 쇼핑이다.
미술 용품들을 사는 순간에는 집에 돌아가면 당장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막상 사서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잠시 구석에 박아두곤 한다. 그렇게 사온 물감과 재료들을 쇼핑백에서조차 꺼내지 않고 방 한켠에 두고는 며칠이 지났다. 주말이 되고 조금 심심했다. 그림 하나 그려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사온 컨버스와 아크릴 물감을 꺼내든다. 뭘 그릴가 고민해본다 최근까지 수채과슈물감으로 한동안 개를 그려왔다. 하지만 아크릴로 캔버스에 개를 그릴 자신이 없었다. 좀 더 단순한 그림을 그려야겠다 싶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그릴만한 사진들을 찾아보다가 납작복숭아를 보았다. 친언니가 복숭아를 굉장히 좋아한다. 프랑스에 왔을 때도 하루에 몇개씩 납작복숭아를 먹곤 했었다. 그런 언니가 생각났다. 캔버스를 책상 위에 올리고 연필로 가볍게 슥슥 스케치를 한다. 일회용 종이 팔레트에 필요할 물감들을 일부 소량 짜서 준비한다. 아크릴은 워낙 금방 마르니까 소량 짜둔다. 그런 후, 물감으로 칠하기 시작한다. 내가 그림을 그릴 때는 언제나 애쓰지 않는다. 잘하려고 애쓰지 않고, 그냥 편안히 즐기려고 노력한다. 그림에서는 언제나 편안함을 느끼고 싶다. 크기가 작으니 30분 만에 하나가 완성되었다. 약간 한쪽에 치우쳐지긴 했지만 제법 맘에 든다. 조금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졌다.
그렇게 첫 그림을 완성한 후, 아크릴로 빠르게 캔버스에 그리는게 재밌어서 하루 30분 정도 이 작은 그림을 그리는게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그리기도 하고, 퇴근 후 저녁에 그리기도 했다. 나의 두번재 그림은 인터넷에서 찾은 한 프랑스 작가의 정물화를 따라 그리는 거였다. 당연히 나의 실력으로 똑같이 그릴 수 없었지만, 새로운 느낌으로 제법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나는 그림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그저 내가 느끼는 느낌으로 평가한다.) 내가 그린 캔버스들을 침대 위 상담에 정렬해두었다. 스케치노트가 아니 캔버스에 그리니 이렇게 방을 장식할 수 있었다. 정렬해두고 그림을 바라보면 뿌듯함이 느껴졌다. 맘에 들지 않는 그림은 다른 그림 뒷편에 숨겨두었다.
사왔던 5개의 캔버스는 금새 동이나서, 퇴근 후 화방에 가서 추가로 10개를 들고 왔다. 매일 그릴 속셈으로 20개는 사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맘이지만 꾹 참고 10개만 사왔는데 막상 사들고 오니 초반의 열정은 조금 사그라들었다. 한동안 그리던 아크릴화를 뭘 그릴까 고민하다가 그릴 만한게 생각나지 않아 안 그리는 날들이 조금 생기며 최근에는 다시 붓을 놓았다.
이번 주말에는 다시 붓을 들고 아크릴화를 그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