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폴 국제커플을 위한 저녁 상차림
작년에 한인 모임에서 알게 된 한 동생이 있다.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인상이 좋았고 서로 인스타를 교환했다. 그 후, 내가 요리를 올리는 인스타에 항상 좋아요를 눌러주며 친절했다. 어느 날 댓글에 그 친구가 인스타그램 댓글에 너무 먹고 싶다며 댓글을 달았기에 내가 놀러 오라고 했다. 그 후, DM으로 진짜 와도 되냐기에 나는 흔쾌히 초대했고, 먹고 싶은 메뉴를 물어보고는 요청대로 떡볶이와 짜장면을 준비해서 한식을 그리워하던 유학생 동생에게 대접했다. 그 친구가 너무 맛있게 먹어주고, 계속해서 고맙다고 하며 그날 하루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원하면 언제든 또 오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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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는 폴란드인 남자친구가 있다. 남자 친구에게 내가 해 준 요리를 자랑했더니 너무 부럽다고 했다고 한다. 맛있었기에 남자친구와 함께 먹고 싶다며 염치없지만 다음에는 남자친구와 함께 가도 되냐고 했다. 나는 뭐 당연히 괜찮다며 커플을 초대했다. (남자친구분은 함께 오면서도 이렇게 가도 되냐며 계속해서 물어봤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되게 실례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에겐 아니다. 난 누구에게나 요리해 주길 좋아하니까.) 전에 맛본 떡볶이와 짜장면이 너무 좋았어서 남자친구에게 그 맛을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이번에도 동일한 메뉴를 준비하기로 했다. 떡볶이와 짜장면 모두 워낙 금방 만들 수 있는 메뉴 들이라 딱히 미리 준비할 건 없었고 평소대로 출근하여 일을 하고는 퇴근하여 집에 도착했다. 프랑스의 대부분의 식당들은 7시부터 저녁 장사를 시작한다. 한국보다는 조금은 늦은 시간인데, (한국에서는 살찌기 싫으면 7시 전에 저녁 먹으라 하니까) 여기에서 계속 지내다 보니 저녁은 7시 후에 먹는 게 당연해지면서 7시를 저녁 식사 시간으로 잡았다. 6시가 조금 지나 집에 도착하고는 떡볶이와 짜장면을 만들기 시작한다. 떡볶이는 평소처럼 치트키로 약간의 카레가루를 넣어 준비하고, 짜장면은 유니짜장스타일로 재료들을 잘게 다지듯이 썰어 준비했다. 도착하면 면만 삶으면 모든 게 끝이었다.
두 가지 요리가 너무 금방 끝나서 심심한 기분에 몇 가지를 더 만들건 없을지 냉장고를 살펴보았다. 며칠 전 만들어둔 청포묵이 보였다. 청포묵으로 냉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으로 대충 이미지가 그려졌다. 냉장고 채소들도 꺼내고 청포묵도 꺼내서 비슷한 길이로 썰어주었다. 그릇 위에 둥글게 차려 담고는 소스를 만들어본다. 간장, 설탕, 식초, 겨자를 섞어서 맛을 본다. 맛있다. 약간의 포인트로 스리라차소스를 추가하여 매콤함을 넣어본다. 좋다. 다가올 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냉동실의 만두가 생각나서, 교자를 만들어볼까 생각한다. 만두가 그냥 고기만두가 아니라 김치만두다. 오늘은 조금 다르게 해 보자는 생각으로 기름에 고추기름도 섞어준 후, 만두를 얹고 전분물을 부어서 바삭하게 구워내 준다. 시간이 딱 맞았다.
아는 동생과 그 남자친구가 도착했다. 인사를 나눈다. 인스타그램 사진 속으로 많이 봐서인지 남자친구분이 낯설지 않았다. 인사를 하고는 음식을 차려둔 거실로 안내한다. 둘이서 우와 하며 이렇게 많이 준비했냐 했다. 남자친구 분은 와도 되는 자리인지 너무 민폐는 아니냐 했다. 나는 괜찮다며 요리해서 대접하는 걸 좋아하니 나한테는 기분 좋은 일임을 어필하며 불편해하지 말라고 했다. 음식들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폴란드 나라 이름은 익숙하지만 생각해 보니 폴란드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각자 나라에 대해서도 얘기들을 나눴다. 여자친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본 적이 있는 모양이다. 한식도 잘 먹는다는 애기들을 하고는 폴란드의 음식들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줬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자기 집에 초대해서 폴란드 요리를 해준다고 했다. 서로 주고받는 이런 느낌이 좋다. 음식을 조금 많이 해서 다 먹지는 못했지만, 짜장면을 잘 먹었고 떡볶이도 맵다면서 잘 먹어줬다. 사람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면 내가 먹어서 맛있을 때보다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자주는 아니지만, 사람들을 자주 초대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다만 그러기엔 친한 친구가 너무 없다.
예쁜 커플들을 보면 함께인 게 참 좋아 보인다. 둘 다 타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과 이런 일상 속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들이 보여 보기 좋았다. 두 사람이 돌아가고 그릇들을 정리하며 문득 내 연애는 어땠나 하는 생각을 했다. 체감상으로는 마지막 연애가 2년 전 같은데 다시 생각해 보니 벌써 5년 전이었다. 시간이 빠르다. 내 마지막 연애는 너무 재미없고 지루했었기에,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데 이게 단순히 내가 연애에 관심이 없어서인 것 같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싶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좋게 보이지만 나는 그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는 하다. 그래서 그런 관계를 위해 애써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주변의 친구들은 애쓰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다고 내게 말하곤 했는데, 나는 그러면 안 생기면 그만이다 싶은 게 내 마음이다. 딱히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혼에 크게 의미를 두는 사람도 아니다.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하다기보다는 그저 가끔은 초대해서 요리해 줄 사람만 지금보다 더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