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한글학교 아이들을 위해 그림 그려주기

그림으로 아이들과 가까워지기

by 이확위

나는 아이들이 좋다. 원래 귀여운 생물체들을 좋아했다. 조카들이 생기기 전에는 주변에서 아이들을 접할 기회가 딱히 없었고 막연하게 내가 아이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카들이 태어나고 옆에서 지켜보니, 아이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그 순수함에 웃음 짓게 되더라. (당연히 너무 피곤한 순간들도 많긴 하다.) 아이들이 귀여움과 별개로, 나는 아이들과 그렇게 잘 놀아주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뭐랄까, 조금 매사에 진지한 편에 속하는 사람이라 아이들에 맞춰 놀아주기를 그다지 잘하지 못한다. 그저 같아 게임을 해 준다 하더라도, 엄청나게 좋은 리액션이나 그런 거 없이 항상 좀 무미건조한 반응을 한다. 하지만 고맙게도 내 조카들은 그런 나와도 잘 지내준다.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것을 아이들이 느껴서 그러는 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을 싫어하지 않기에 프랑스에 와서 토요일에 한글학교 유아반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 이 자리를 위해 인터뷰를 할 때도 조카가 5명이라 어린아이들과 지내는데 익숙하다 말했었다. 학교에 가서 수업에 참여해 보니 애들이 정말 어렸다. 만 3세부터 7세 미만이다 보니 조그맣고 다들 너무 귀여웠다. 내가 합류하고 시간이 지나고는 갑자기 만 3세 애들이 세명이나 더 늘어서 갑자기 조금 어수선해졌다. 주교사 선생님이 그날 수업하고 만들기 할 것들을 모두 준비해 오시고 난 빈손으로 가서 그저 아이들 케어를 도와주는 역할 정도이다. 아이들에게 최대한 관심을 쏟아주고 계속 이름을 불러주면서 글씨 쓰기나 만들기를 정성껏 도와주었다. 우리 반에는 수줍음 3인방 소녀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원래 한국어를 잘한다는데 쑥스러움에 한글학교에서는 말을 하지 않았고, 다른 한 명은 한국어가 조금 서툰 것 같지만 말을 안 해서 실력을 알 수 조차 없고, 다른 한 명은 한국어를 거의 못 한다. 한국어를 못 하면 불어로라도 얘기하는 애들도 있는데 수줍은 소녀들은 그저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 아이들에게 더 다가가서 이름도 더 불러주고,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자 아이들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한 아이는 내게 자기가 가져온 간식을 주기도 했고, 하트 모양을 만들어서는 하트-라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도 블록 쌓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서 함께 쌓으면서 옆에서 응원해 주니 아이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환한 미소를 띠고는 놀더라. 아이들은 사랑과 관심을 얼마나 주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존재란 것을 새삼 느꼈다.


아이들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애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지켜보다가 나도 그림 하나를 그렸다. 캐릭터를 그렸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가 그게 너무 맘에 들었나 보다. 나에게 캐릭터를 그려달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주 학교에 오면 내게 오늘은 뭘 그려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점점 주변의 다른 아이들도 하나씩 요구하기 시작했다. 가끔은 네 명이 동시에 자기 것 먼저 그려달라 하기에 난감하기도 했다. 다 못 그린 날은 다음 주에 그려주겠다고 약속까지 하고 나서야 헤어질 수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큼 재미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내가 너희들에게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있단다'라고 느낄 수 있게 언제나 노력하고 있다. 고맙게도 아이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데 내게 다가와준다. 그런 아이들을 캐릭터 그림을 그려줘서 즐겁게 해 줄 수 있어 뿌듯하고 기쁘다. 지금은 한글학교가 방학인데, 9월이면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된다. 새로운 아이도 있을 거고, 윗반으로 진급해서 만나지 못할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새 학기에도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림도 많이 그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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