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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Aug 27. 2023

조카와 바삭한 군만두

조카를 위해 바삭함을 추가하다

나는 5명의 조카가 있으니 조카 부자다. 그중 첫 조카는 조카가 태어났을 때 내가 언니네 집에서 일 년 가까이 함께 지내서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조카의 첫걸음마도 부모가 아닌 내가 봤다. 그 아이의 소중한 첫걸음을 내가 함께 했단 생각을 하면 조금 뭉클하며 감동스럽다. 조카들이 있기 전까지 나는 내가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했다. 아이는 귀찮은 존재 아닌가-라고 생각하곤 했었다. 첫 조카가 내가 본 첫 신생아였다. 그전까지 신생아를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아기가 그렇게 작은 존재인지 몰랐다. 너무 작아서 내가 만지면 다칠까 겁나서 건드리지조차 못했다. 내가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려 했는데 내 손가락을 움켜 작은 그 손이 작고 소중했다.


그렇게 소중하고 예쁜 내 조카는 바삭한 식감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그런 조카가 좋아하는 내 요리 중 하나는 바로 군만두다. 처음 이 군만두를 해줬던 날을 기억한다. 세 명의 조카들을 키우느라 바쁜 언니네 부부를 위해 크리스마스지만 아무 일정이 없던 나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언니와 형부에게 콘서트 티켓을 선물했다. 둘이 데이트를 하라며 선물했다. 그렇게 오래간만에 둘 만을 시간을 위해 언니와 형부가 떠나고 조카 셋과 함께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미리 사두었던 진저브레드쿠키집 만들기 키트로 집을 만들고 조카들이 캔디나 젤리로 집을 꾸미게 했다. 아이들 성격에 따라 장식을 서로 다르게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런 후, 간식으로 냉동실에 만두가 있는 것을 보고는 큰 조카에게 말했다. "XX아 이모가 엄청 바삭한 군만두 해줄까?" 예전 일본 예능프로에서 날개처럼 바삭함을 추가한 교자 만드는 법을 본 적이 있어서, 나는 군만두에 바삭함을 더할 줄 알았다. 조카가 좋다고 대답한다. 맛과 비주얼에 비해 만드는 법은 찬 간단하다 만두와 전분만 있으면 된다. 기름을 둘러준 팬에 만두를 올린다. 그런 후, 전분물을 만들어 만두가 얹어진 부분을 제외한 팬의 바닥에 전분물을 부어주고는 뚜껑을 닫는다. 수분이 증발되면서 만두의 윗면은 촉촉해지고, 수분이 사라지면서 전분이 기름에 의해 바삭하게 구워진다. 그러면 엑스트라 크리스피 군만두가 완성된다. 접시에 만두를 담아내자 조카들이 "우와~"하는 탄성을 낸다. 너무 뜨거우니 만두를 조금 식혀줘서 조카들이 먹게 한다. 아이들이 손으로 그냥 들고 먹으며 너무 맛있다고 한다. 바삭한 부분만 과자처럼 떼어내며 남김없이 다 먹었다.

프랑스에 오기 전 내가 언니네 집에서 지내던 때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라 조카가 줌으로 원격수업을 받고 있었다. 외출한 언니 대신 수업 듣는 조카에게 간식이나 점심을 챙겨주곤 했다. 뭘 해줄지 고민될 때 쉬운 메뉴가 바로 군만두였다. 조카에게 "이모가 바삭한 군만두 해줄까?" 하면 언제나 "네!"라고 대답하곤 했다. 이제는 전보다 커서 젓가락질도 잘해서 손이 아닌 젓가락으로 군만두를 먹을 줄 알았다. (아이들이 자라는 걸 보면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껴진다.) 군만두가 뜨거우니 가위로 한 입에 먹을 수 있게 잘라주면 잘르는 족족 젓가락으로 야무지게 집어먹더라. 낮뿐만 아니라 야식으로도 조카는 군만두를 잘 먹었다. 당시에는 조카가 밤에 축구 훈련이 있을 때라서 훈련을 하고 돌아오면 항상 배고프다며 먹을 것을 찾았다. 힘들게 훈련하고 돌아온 조카를 위해 좋아하는 바삭함으로 내가 자주 준비해 주던 것이 바삭한 감자전이나 군만두였다.


이곳의 아시아마켓에도 만두가 여러 종류가 있다. 비비 X 만두가 한국 브랜드로는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그 종류가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조합의 만두들이 많이 있다. 내수용이 아닌 수출용으로 외국인을 타깃으로 제품을 만드는 모양이다. 하지만 외국인을 위한 조합의 만두는 내게는 영 익숙지 않더라. 나는 평범하게 돼지고기가 들어간 만두가 제일 좋았다. 그런 만두를 한 봉지에 6유로 정도로 사 오면 세 번은 먹을 수 있다. 만둣국도 끓여 먹고, 귀찮은 날은 그냥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기도 하고, 많은 경우는 조카가 좋아한 바삭한 군만두를 만들어 먹는다. 내가 해 먹은 요리를 글로 써서 브런치에 올려왔는데 가끔 내 글이 포털 메인에 걸리곤 했다. 그러면 평소보다 높은 조회수가 나오는데, 내가 쓴 글 중 베스트 글이 바로 이 바삭한 군만두에 대한 글이다. 아무래도 군만두의 비주얼이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 같다. 아마도 내 글을 클릭한 많은 사람들은 내 조카보다 나이가 많을 텐데 어른들의 시선도 잡아끄는 이 군만두에 내 조카들이 처음 본 순간 "우와"하는 탄성을 외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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