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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Sep 07. 2023

가지가 맛있는 소고기가지덮밥 도시락

내 맘대로 가지덮밥에 숙주샐러드

가지를 자주 사다두곤 한다. 사다 두고 항상 다른 것 먼저 먹다가 뒤늦게 가지를 먹어치우게 된다. 돈을 아낀다며 저렴한 가지를 넉넉히 사다 뒀는데, 안 먹고 방치되었다. 얼른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가지 요리를 유튜브에서 검색해 본다. 두반장을 이용해 가지를 볶아 가지덮밥을 만드는 레시피가 보인다. 두반장이 다 떨어져서 없다. 한국식으로 고추장을 넣어 매콤하게 만들어보기로 한다. 가지를 모두 자르고는 볶아내고 양념을 넣고 다시 한번 볶아준 후, 물을 부어 완전히 푹 익혀주고는 전분물을 풀어 걸쭉하게 만든다. 통에 담아내니 두 통이다. 두 번은 나눠 먹을 수 있겠다.


안 먹던 가지를 요리해서 냉장고에 넣어뒀더니 이제는 만든 요리를 또 냉장고에 둔다. 친구가 떠나기 일주일 전이라 함께 도시락을 먹기로 나 혼자 맘을 먹었던 때라 가지덮밥을 도시락으로 해도 좋을 것 같았다. 가지덮밥만 가져가면 너무 허전하지 않겠는가. 신선한 샐러드도 있어야 한다. 냉장고를 보니 사다 두고 안 먹어서 오래는 못 갈 숙주가 보인다. 숙주를 살짝 데쳐내고는 내가 간장, 물, 설탕, 약간의 식초, 그리고 참기름을 이용한 내 맘대로 숙주샐러드드레싱을 만든다. 고추를 살짝 넣어 매콤해도 되지만 가지덮밥이 살짝 매콤하니 여기서는 매콤함을 빼기로 한다. 그렇게 준비된 샐러드를 전날 냉장고에 넣어둔다.


아침에 도시락통들을 챙겨 출근한다. 친구가 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맛있으면 잘 먹긴 했다. (전에 가지튀김 맛집에 데려갔는데 잘 먹는 걸 본 기억이 있다.) 내가 맛봤을 때 내 가지덮밥 맛은 괜찮았으니 좋아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이미 싸왔으니 어쩔 수 없다. 그저 좋아해 주길 기대할 뿐이다.

점심시간에 만나 냉장고에서 밥, 가지덮밥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샐러드도 챙겨 들어 이 날도 날이 좋으니 야외테라스에서 먹기로 한다. 프랑스에서 지내며 이곳 사람들의 테라스 사랑에 물들었는지, 식당도 실내보다 야외좌석이 어느샌가 좋더라. 이곳에 있다 보니 겨울에도 흐린 날이 너무 많아 봄, 여름의 푸르른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점점 소중해지더라. 테라스에서 먹을 것을 차리고는 먹기 시작한다. 밥을 먹으면서 친구의 반응을 살핀다. "음~가지를 이렇게 하니까 맛있네요" 다행이다. 성공이다. 친구가 남김없이 다 먹었다. 얼마 후, 둘이서 한 카페에 가서 점심을 못 먹은 내가 샐러드볼을 시켰다. 퀴노아 위에 각종 구운 야채가 올리브오일과 소스에 절여진 채 올려져 있었다. 그 맛의 조합들이 너무 좋아서 친구에게도 맛보게 했더니, 그중 가지를 먹고 하는 말이 "이 것도 맛있는데, 전에 언니가 해준 가지덮밥 가지가 더 맛있었어요. 마드리드에 가면 그것도 해 먹어 보려고요."라고 했다. 내 가지요리가 그렇게 맘에 들었다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소고기 가지 볶음을 만들어 덮밥으로 먹어보자!

가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작은 게 좋다면 더 작게 썰어도 되지만 가지가 다 익으면 무르듯이 작아진다는 것을 기억해서 너무 작지 않게 은행잎 나무 크기 정도면 될 것 같다. (은행잎 크기가 다양하던가?) 그런 후, 다진 파를 먼저 기름 위에서 볶아내서 살짝 파기름을 내어주고는 소고기 다짐육을 넣어 볶아준다. (돼지고기여도 될 것 같다. 난 그저 집에 소고기가 있었을 뿐이다.) 그런 다음 잘라 둔 가지를 넣는다. 간장, 굴소스, 고추장을 넣어 함께 볶아내 준다. 내 버전은 고추장이 메인인 맛이라 고추장을 제일 많이 넣었다. 고추장, 간장, 굴소스 모두 짠맛이 있으니 취향에 따라 비율을 조절하면 될 것이다. 먼저 그릇에 양념을 내 입맛에 따라 만들어보자. 그런 후, 양념을 팬에 붓고 가지와 함께 볶아주다가 물을 붓는다. 물은 가지를 절반 정도 덮으면 충분하다. (가지는 금세 숨이 죽는다.) 계속 저어주며 가지들이 모두 숨이 죽고 다 익으면 준비해 둔 전분물 (전분:물=1:2)를 넣어주면서 저어준다. 전분물을 넣어줄 때는 저어주면서 넣어줘야 뭉치지 않는다. 걸쭉해지면서 전분물에서 폭, 폭하며 국물이 튈 듯이 걸쭉해지면 끝이다. 잠시 식게 놔둔 후 그릇에 담아 보관한다.


*내가 올린 포스팅 중 가장 조회수가 높았던 숙주샐러드

19화 맛보다가 다 먹는 숙주 샐러드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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