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에서 온 연구실 동료와의 인터뷰
E는 루마니아 출신의 나와 같은 박사후연구원이다. 같은 실험실을 쓰고 있어서 대화를 하며 친해질 수 있었는데, 프랑스에서 만난 모든 사람을 합쳐도 E만큼 나를 많이 도와준 사람은 없다. 내가 아파서 병원을 가야 할 때에도 불어를 못 하는 나를 위해 병원까지 함께 가주고, 수술을 할 때에도 보호자를 자처했다.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내 옆에서 모두 도와주고 나보다도 내 일을 더 잘 챙기며 해결해 주었다. 그런 그가 마냥 친절한 사람인 건 적어도 우리 연구실에서는 내게만 그렇다. E는 굉장히 독립적인 사람이다. 주변인의 시선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이미 자신만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확고한 건지, 주변의 생각에 흔들림이 없다. 그런 그의 강인하고 건강한 정신이 조금 부럽다. 그런 그에 대해 더 알아보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기소개 좀 부탁해
나는 루마니아인이고 37살이고 프랑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어. 루마니아의 공산주의가 끝난 후, 루마니아의 공산주의에 싫증이 났어. 음… 더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프랑스에 온 지 얼마나 됐어?
이제 11년 됐어. 여기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후 이렇게 박사 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지.
-너는 일상에서 너만의 루틴들이 있잖아. 아침에는 뭘 하고, 저녁에는 뭘 하고. 나도 내 삶에서 그런 걸 원하는데 쉽지 않거든. 루틴에 대해 얘기해 줘.
이건 약간 정신적인 측면인 것 같아. 너 자신이 얼마나 관련되어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할까. 뭔가를 할 기분이 아니고 즐겁지 않다 하더라도 하는 게 분명 이득이나 그다지 즐겁지 않다거나 하더라도, 내 생각은 내 몸을 그저 나 자신에게 복종시키는 거지. 물론 피곤하고 힘들지. 그러나 그런 식으로 모든 것에 접근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잖아. 내가 믿는 건 정신이 우선이라는 거야.
분명 나보다 루틴을 더 잘 지키는 사람은 많을 거야. 난 100%를 루틴화 하진 못 해. 예를 들어 오늘도 수영장에 한 시간이나 늦었어. 하지만 갔지.(웃음) 가는 게 중요하거든. 요즘은 온라인에서 여러 사람들이 있잖아. 사람들에게 매우 엄격한 루틴을 세우고 그걸 꼭 지키라고 말하는 사람들 말이야. 난 그런 사람들을 잘 믿지 않는 편이거든. 그들조차 그렇게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해. 나는 그렇게 지나치게 루틴에 따르는 건은 인간적인 이성의 감각을 놓치게 된다고 생각해. 모든 게 이미 정해져 있고 너는 그저 그걸 따르기만 한다고 생각해 봐. 이미 모든 게 정해져 있는 그렇게 지나치게 엄격한 루틴은 조금 반대하는 편이야.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서 물어볼게. 너는 다른 사람 생각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많은 것들에 너만의 의견을 가지고 있고, 너와 반대되는 사람들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지. 개인적으로, 나는 사람들에게 많이 영향을 받는 편이야. 너는 어떻게 그럴 수 있고 원래부터 이랬어? 아니면 나이 들면서 변해간 거야?
나는 항상 이랬어. 나는 되게 독립적인 사람이야. 물론 인생에서 피드백을 갖는 건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 의견을 너무 신경 쓰지는 말아야 해.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기반으로 의견을 갖곤 해. 그 많은 것들이 서로 연관이 없기도 해.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 담배 브랜드에 대해 묻는 것 같은 건 바보 같은 일이지. 많은 사람들이 도움이 안 되는 의견도 가지고 있다고 적용해 보면 그것들을 모두 고려하는 게 쓸모없음을 알겠지. 게다가 누군가 자신의 믿음을 바탕으로 의견을 내세운 걸 네가 그대로 따르는 건, 네가 너 만의 이유를 갖기를 포기하는 거야. 난 이게 문제라고 생각해. 너의 의견은 너 자신의 생성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사회적으로 보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고려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되게 사교적이고 친근하고 그러면서 말이야. 그런데 내 경험상 그런 사람들이 뒤에 가서는 또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려고 동조하고 있더란 말이야. 난 이런 상황이 싫어서, 의무적인 게 아니면 굳이 이런 일에 연관되지 않으려 하는 거야.
-내가 여기에 온 이후로 내게 항상 친절했잖아. 그래서 매우 고맙게 생각해. 나에게는 한없이 친절하기만 한데,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기도 하잖아. 그래서 뭐가 다른 건지 궁금해. 어떤 요인이 너에게 친구가 되는데 중요한 거야? (우린 친구지?)
물론 우린 친구야. 나는 그 사람이 가치 있다 여기는 관계면 일종의 투자를 하는 거야. 내 시간과 관심 등을. 그게 아니면 그저 아닌 거야.
- 네 결혼에 대해 물어볼게. 사랑스러운 부인이 있잖아. 운이 좋게도 말이야. 내가 너희 부부를 보면, 둘이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란 말이지. 많은 것을 함께 하고 말이야.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 생활이라고 보여. 결혼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인 것 같아?
맞아. 실제로 우린 베스트프렌드야. 우리는 2013년에 만났지. 우리는 만나고 바로 장거리 연애를 해야 했고, 상당히 오래 함께 할 수가 없었어. 이건 믿음에 대한 거야. 우리는 하나의 규칙만 있어. 서로에게 거짓되게 하지 말자. 만약 네가 상대에게 진실되다면, 모든 건 알아서 저절로 정리될 수 있어. 너는 너 자신, 네 의견, 네 욕구같은 걸 속이지 말아야 해. 중요한 건 이런 식의 너를 인정하고 전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을 만나는 거야.
그런 사람이 있어. 그저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고, 진실된 자신이 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 나는 내가 아닌 사람인 척하는 걸 못해. 나는 그녀에게 항상 솔직하고 그녀도 그래. 네가 아닌 모습인 척하는 건 굉장히 피곤한 일이야. 난 그렇게 못해. 우린 우리 서로에게 진실되거든. 예를 들어 내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고 그녀가 싫어하더라도 그녀는 내가 그걸 하게 둬. 누군가는 원하고 누군가는 원치 않더라도 그것에 대해 우린 서로에게 솔직해. 우리는 언제나 서로에게 솔직해. 그리고 그걸 인정하고 그게 우리를 편안하게 해. 그게 우리가 베스트프렌드인 이유야.
우리에게 룰은 하나야 거짓에 대한 것.
-요리를 굉장히 잘하잖아. 내가 먹어 본 네 요리들은 다 정말 훌륭했어. 그래서 네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가 뭔지 궁금해.
아 이게 제일 어려운 질문인데…아… 진짜 어렵네. 내 생각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오리가슴살인데 지방질 있는 거 말고. Fillet de canard. Magaret de canard 말고. 좋은 퀄리티 것을 그냥 구워낸 것. 아 이 질문 너무 어려워. 나는 여러 가지 맛보는 게 좋아서 그래서 내가 요리하는 거야. 이 질문이 너무 어려워.
-평소에 요리를 많이 하잖아. 전문적인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2016년에 내 와이프가 내가 그러고 싶다면 전적으로 지원한다고 하긴 했었지. 그런데, 그다지. 음.. 난 화학전문가야. 나는 전문 요리사가 될 수야 분명 있겠지. 나는 잘할 수는 있겠지만, 커리어로 요리사를 생각해 본 적은 없어. 내가 해야 한다면 할 수는 있을 거야.
-마지막 공통질문이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하는 거지. 인생의 목표가 있다면 그게 뭐야?
나 자신의 존재를 즐기는 것이야. 내 인생을- 가능한 한 즐기는 거지. 난 그저 즐기고 싶어. 약물이나 그런 즐기는 것 말고-(웃음) 그저 인생을 즐기고 싶어. 즐거운 삶을.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없는 것 같아.
-인터뷰 고마워!
E와의 인터뷰 질문지들을 작성하며 가장 묻고 싶었던,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인간관계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와 다른 사람들의 관계와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그의 아내와의 관계에 대한 것 말이다.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만 투자할 뿐이라는 단호함이 그 다웠다. 그리고 그게 맞는 말이다. 언니도 내게 말했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려고 애썼던 20대 때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지금이 훨씬 에너지도 덜 들고 행복했다고. 이런 얘길 하자 E는 자기는 젊을 때도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항상 지금과 같았다고 한다. 그런 단호한 그가 나를 친구로 선택해 줬음에 고마울 뿐이다. 그가 없었다면 나의 프랑스 생활은 분명 지금보다 어려움이 가득했을 것이다.
그의 결혼 생활이 서로에게 진실되기라는 하나의 룰을 통해 이어진 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진실되기가 단순히 거짓말 안 하기가 아니라, 진실된 나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상대의 그 모습을 인정해 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성숙한 관계임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길 두려워하는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 주변의 시선에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그런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랑스러운 부인과 함께 인생을 즐기며 살아간다. 확고한 자신의 세계를 지닌 그가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