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므라이스 세 그릇, 세 명의 조카들

by 이확위

어릴 적 가끔 엄마가 해주시던 오므라이스가 생각난다. 볶음밥을 만들어 주시고는 계란 지단으로 그 볶음밥을 덮어주시면 그 위에 언니, 오빠와 함께 케첩을 예쁘게 짜서 하트도 그려 장식하고 먹었던 기억이 있다. 대단한 맛이 아니지만 가끔은 그 오므라이스가 생각난다.


언니네 집에 왔다. 머지않아 프랑스로 일하러 떠나야 한다. 서울에 있던 방은 모두 정리해서 짐을 언니네 집으로 보냈다. 언니네 짐 한편에 내가 보낸 택배 박스들이 쌓여있어 눈치가 보인다. 첫째 조카의 방을 빼앗았다. 조카의 방 내 짐들을 풀고는 잠을 잔다. 조금은 미안한 마음에 그들을 위해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아침을 차려본다. 하지만 물론, 요리가 즐거워서 하는 이유도 크다.


오므라이스를 해주고 싶었다. 엄마가 해주시던 볶음밥, 계란지단, 케첩으로 간단히 만들까도 했지만 만드는 재미가 없다. 위에 곁들이는 소스를 케첩이 아닌 직접 만들기로 한다. 소스이니 먼저 버터를 팬에 녹인다. 밀가루를 동량 넣고는 재빠르게 볶아내 준다. 루를 만들어 주는 거다. 그런 후, 물을 붓고는 재빠르게 거품기로 섞어주며 뭉치지 않게 해 준다. 여기에 간장, 케첩, 설탕, 식초등을 넣어가며 맛을 내본다. 제법 그럴듯한 소스 맛이 난다. 소스가 준비됐으니 이제 밥을 볶아본다. 오므라이스의 속은 케첩라이스를 만들기로 한다. 몇 년 전에 일본 방송에서 봤던 오므라이스 집에서는 양파와 닭고기를 넣고 거기에 케첩으로 맛을 낸 밥을 오므라이스 속으로 사용하는 것을 봤었다. 그때의 기억으로 언니네 냉장고에 있는 햄과 양파를 잘게 썰고 볶아낸 후, 케첩으로 맛을 내 볶음밥을 완성한다. 위에 소스도 곁들일 거라 간이 너무 세지는 않게 한다. 밥그릇에 볶음밥을 담고 그릇에 엎어놓고 밥그릇을 들어 올려 봉긋 솟아오르게 그릇 위에 담는다. 그런 후, 이제 계란 지단을 부칠 차례다. 얇게 계란 지단을 부쳐내고는 케첩라이스를 예쁘게 덮어준다. 계란 지단의 끝부분들이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 나에겐 수제 소스가 있으니 말이다. 소스로 둘러싸 못 생긴 부분을 모두 가려준다. 마지막 집안 찬장을 뒤져 파슬리 가루를 꺼내 솔솔 뿌려 노란 계란 위에 푸른색을 얹어낸다.

형부는 일찌감치 출근을 했다. 언니와 조카들이 자고 있다. 내가 있으니 언니가 쉴 수 있도록 언니는 깨우지 않는다. 조카들을 깨운다. 먹을 것을 좋아하는 조카가 아침잠이 많다. 아이들에게 이모가 오므라이스를 했다며 깨워본다. 오므라이스라는 말에 눈을 뜨는 조카가 있다. 졸린 눈을 한 채 방에서 나와 식탁에 앉아 눈을 비빈다. 오므라이스를 보고는 좋아하는 모양새다. 숟가락으로 크게 떠서 먹고는 맛있다고 한다. 뒤늦게 일어나는 아이들에게 얼른 와서 먹어보라고 한다. "이거 오므라이 스래. 엄청 맛있어. 얼른 와서 먹어."라고 한다. 오늘 아침밥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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