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끓인 라구소스로 조카들 아침 차리기

by 이확위

스파게티를 아침메뉴로 한다면 어쩌면 이탈리안이 경악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대부분 아침은 가볍게 먹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아침, 점심, 저녁 메뉴가 따로 있던가. 적어도 나에겐 없다. 내가 아침에 먹고 싶은 게 아침 메뉴고, 점심에, 저녁에 먹고 싶으면 먹는 거다. 아침 삼겹살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아침부터 너무 많이 먹는다 뭐라 한다면, 점심이나 저녁의 양을 줄이면 되는 거다. 나는 그저 사람들이 아침을 가볍게 먹는 것은 출근, 등교로 바쁜 아침이기에 배만 살짝 채우는 그런 가벼운 식사가 보편화되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활동을 할 아침을 잘 먹는 게 어찌 보면 가장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니 조카들을 위한 나의 아침메뉴는 조카들도 "아침인데 파스타요?"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파스타만큼 아침으로 간편하게 요리하기 쉬운 것도 없다. 전날 소고기를 이용해 볼로네제라고 소스를 듬뿍 만들어 뒀었다. 아침에 파스타를 삶을 물을 올려두고는 조카들을 깨우기 시작하면서 아침은 파스타란 말로 유혹해서 아이들을 깨운다. 파스타는 굶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9분 내외로 삶아지므로, 면이 삶아지는 동안 전날 만든 라구소스를 옆에 팬에서 데우기 시작한다. 오늘은 리가토니다. 리가토니 파스타가 7분쯤 삶아지면 건져내어 소스에 넣고 2분가량 함께 버무려주면 완성이다. 소스만 준비되어 있다면, 아니 소스가 아닌 오일 파스타라도, 면이 삶아지는 10분 내외의 시간 동안 준비하면 되므로 파스타는 오래 걸려봐야 15분 요리인 거다. 아침 메뉴로 제격이다.

조카들이 일어나 식탁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기 시작한다. 언니네 집에서는 일어나면 먼저 밥을 먹여 잠을 깨우고, 스스로 등교/등원 준비를 하게 한다. 아이들이 파스타를 보고는 포크로 먹기 시작한다. 잘 먹는다. 언니가 조금 늦게 일어나더니 아침 메뉴를 보고 "XX(첫째)는 토마토소스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그런다. 그러나 웬걸, 다 비웠다. 전날 2시간에 걸쳐 끓여둔 라구소스의 진한 고기 품은 토마토소스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은 거다. 오늘도 성공적인 아침을 만든 이모는 뿌듯하다. 다만 샐러드는 건드리지 않았다. 아이들이 일어나고 내가 샐러드와 빵을 함께 먹는다. 아이들이 등교/등원 준비를 하는 동안 설거지도 마치고, 잘 다녀오라 인사를 한다. 아침밥 임무가 끝난다. 나는 다시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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