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나 영화 속, 한국인들은 바로 눈치챌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한국 문화를 몰라 놓치는 장면들이 가끔 있다. 그게 별다른 의미를 내포하지 않는다면 큰 상관없지만, 영화나 드라마 속에 의미 없는 장면이 어디 있겠는가. 한국 문화를 더 잘 알 수록 결국 외국인들도 그들이 좋아하는 K-드라마,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문화 클래스가 바로 "K-Culture in K-drama & movie"이다. 즉, 한국 드라마와 영화 속의 한국 문화를 알려주는 클래스이다.
처음 이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오징어게임에서부터이다. 이걸 문화라고 설명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징어게임에서 참가자들이 첫 번째 오징어 게임에서 투표 후, 집으로 돌아간 후 "상우"가 욕실에서 연탄불을 피워두고 자살하려는 장면이 있다. 한국인들은 연탄불을 보는 순간 '아... 자살하려나 봐ㅠ'하는 장면에서 외국인들 리액션 영상을 보니, 상우가 욕조에 들어가 있고 연탄불에서 나오는 연기를 아로마향초처럼 생각해서는 "아로마 세러피를 하는 건가?"라고 하더라. 이런 장면이 있었기에 이 장면을 이해하지 못한 외국인들보다는 한국인들이 마지막 상우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더 수월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몇 가지 계기가 있었다. 외국인들을 위해 한국의 날 행사로 요리를 했을 때였다. 배경음악으로 강남스타일이 나오는데, 한 외국인이 내게 묻더라. 대체 강남스타일이 무슨 뜻이냐고 말이다. 자기는 강남스타일이라고 따라 부를 순 있지만 대체 무슨 가사인지 모르겠다더라. 그럴 만도 한 게, 그들에게는 강남에 대한 이해와 이미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리라. 또 한 번은 한국말을 어느 정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프랑스인 친구와의 만남이었다. 한국 예능과 드라마를 워낙 좋아해서 독학으로 한국말을 배운 그녀였는데 나에게 궁금한 게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능에서 가끔 코 밑에 하얀 걸 묻히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녀가 말하는 건 바보 흉내를 내는 걸 말하는 거였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외국인들에게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어 낯설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을 겪으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인기가 있는 만큼 한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생각한 클래스가 수요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한글학교에 제안서를 썼다. 제안서를 쓰기까지는 평소에 틈틈이 메모장에 한국 드라마, 영화 속에 외국인들에게 낯설지만 한국인들에게는 당연한 것들을 적어두었다. 그걸 바탕으로 제안서를 쓰며 클래스를 기획했다. 한글학교에서 교장 선생님과 타 선생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들 좋은 아이디어고, 학생들이 좋아할 거라 했다.
내가 하고 싶지만 불어를 못하는 내가 진행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클래스에 참여하고 싶었다. 나는 가끔 가벼운 취미로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들을 편집하곤 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내용으로 작품들을 찾고, 해당 작품들의 장면을 편집하여 짧은 영상을 만들었다. 그걸 선생님들에게 보여주며, 내가 자료는 제작할 테니 진행해 줄 선생님을 구한다고 말했다. 한 선생님이 관심을 보였다. 다행이었다. 내가 꿈꾼 클래스를 할 수 있겠다. 나의 계획은 빠르게 추진되었다. 바로 3주 뒤에 첫 클래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홍보를 위한 포스터도 직접 만들었다. 구글에서 무료 이미지를 찾아 할 줄 모르는 홍보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썼다. (비록 30분이었지만...)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었다. 하겠다고 한 선생님이 불어를 자신 없어했다. 문화에 대한 설명을 하며 진행을 하기 위해서는 불어를 잘해야 할 것 같다는 걱정에서였다. 다행히도 교장 선생님께서 자신이 클래스에 참석할 것이니 불어가 부족하면 도와줄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처음 만난 문제가 해결되었다.
주말 동안 2주 뒤에 있을 클래스를 위한 영상을 만들었다. 좋은 일은 계속되었다. 지역 중학교에 한국어 세션이 있는 학교가 있다.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배운다. 그곳의 선생님과 와인을 마시는데, 그 선생님이 내 얘기를 듣더니 자신의 학생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나에게 한글학교에서 클래스를 못 한다면, 그 중학교에 와서 클래스를 해도 된다는 거였다. 너무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역시 내가 불어를 못 하기에 나는 원하신다면 영상물만 제작해서 보내드릴 테니 선생님께서 진행을 맡아서 해달라 부탁했다. 흔쾌히 그러겠다 하셔서, 이번주에 내가 만든 한국문화 5분짜리 영상으로 프랑스 중학생 아이들이 한국 문화를 배우게 될 것이다.
처음 제작한 내용은 보는 이들에게 네 가지 질문을 한다.
-질문 1. 그들은 왜 소파에 앉지 않는가
한국인들이 소파가 있는데 소파에 앉지 않고 바닥에 앉아 소파에 기대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워낙 많은 영화, 드라마, 예능에 이런 장면이 나오기에 자료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왜 그런가 더 찾아보며 나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질문 2. 신발 신은 게 어때서요?
최근 방영한 더 글로리에서 "연진"이가 동은의 집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이 클래스를 한다면 꼭 넣고 싶었던 내용이다. 한국인들은 집에서 신발을 벗는다는 내용이다.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나온 인상 깊은 장면도 넣었다. 여자가 자신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 집에 들어간 것으로 오해해서 집에 쳐들어오는 와중에도 신발을 벗는 장면이다. 그만큼 한국인들에게 집에서 신발 벗는 것이 얼마나 당연한지 보여주고자 했다.
-질문 3. 강남을 아시나요?
강남스타일에 대한 질문을 받았었기에 넣었다. 강남스타일이 이제는 거의 십여 년 전 곡이지만, 요즘 젊은이들도 이 노래는 안다고 했다. 그렇기에 가볍게 넣어 한강을 기준으로 강북, 강남이 나뉨을 설명해 주고 강남의 이미지에 대해 설명했다.
-질문 4. 생일이라고 왜 미역국을 먹나
한국인들이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것은 많은 작품들에 나오지만 외국인들은 미역국에 대해 잘 모를 것이다. 우리에게는 산모들이 미역국을 먹기에 우리에게는 "출산=탄생"의 이미지를 갖는 이 미역국을 생일에 먹는 게 당연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가볍게 만든 내 영상물에 들어간 작품들로는 영화로는 기생충, 예능으로는 나 혼자 산다, 드라마로는 스토브리그, 응답하라 1988,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김비서가 왜 그럴까, 더 글로리 등이다. 짧은 5분짜리 영상에 최대한 많은 예시를 담아보려 노력했다.
*다만 드라마, 영화들을 캡처하거나 녹화하는 법을 몰라서, 유튜브를 켜두고는 방 불을 모두 끄고 핸드폰으로 직접 찍어 녹화했다. 그래서 내가 만든 영상 속 드라마나 영화들이 마치 무슨 필터라도 씌운 것 마냥 뽀샤시하다. 이 클래스를 계속한다면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