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심심한 일상과 헤어지기로 했다

by 이확위

일상이 심심하여 즐거움을 기다렸지만 즐거움은 오지 않았다. 지금은 취미부자의 삶을 살아가며 일상에서 어느 정도 즐거움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거의 십 년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나는 삶이 지루했다. 원래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듯한 우울함과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들로 나는 삶에 큰 애착을 지니기 어려웠고, 내 삶의 가치를 찾는 게 큰 숙제였다. 대단히 의미 있는 삶이 아니고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느끼기도 하며 내 삶을 싫어했다. 항상 내 삶은 왜 이렇게 재미가 없나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재미가 없던 거였지만 그때는 그걸 몰랐다. 그저 나를 제외한 남들이 즐거워 보여 그 모습을 부러워할 뿐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뭔가 하나, 둘 하기 시작했다. 먼저 아버지께 선물로 받은 베이스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유튜브에서 보고 부러워하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일상을 새로운 취미들로 하나 둘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지루하기만 하던 삶 속에 새로운 일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베이스를 치면서 밴드에 합류에 사람들과 함께 합주를 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어반스케치 모임에 나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어쩌면 나의 가장 오래된 취미인 요리를 계속하면서 일하기 위해 나온 프랑스에서 프랑스인들에게 한식 쿠킹 클래스까지 진행하며 새로운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시작은 모두 그저 단순히 가벼운 취미의 시작이었지만 이게 계속되다 보니 나 자신의 실력도 향상되었고 그와 함께 나에게 새로운 기회들을 가져다주더라.


나는 뭐든 쉽게 질리는 편이라 나의 여러 취미들을 언제나 즐기진 않는다. 한 가지에 꽂히면 보통 그것만 2~3주 정도 집중해서 정말 열심히 한다. 그때는 세상에서 그게 제일 재밌다. 그 시기에는 넷플릭스도 거의 보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집중해서 하던 때만큼의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고 하기 싫어질 때가 온다. 그럴 때에도 나는 괜찮다. 다른 취미활동으로 옮겨 가면 된다. 이제 다른 걸 즐기면 된다. 이렇게 나는 집중해서 하는 시기가 굉장히 남들보다 짧은 편이라 온전히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실력 향상이 굉장히 더디다. 별생각 없이 지내다 보면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지는 정도이다. 하지만 기록해 둔 것들을 비교해 보면, 느리지만 나는 조금씩 모든 면에서 나아지고 있더라. 온전한 꾸준함은 아니지만, 이런 나만의 "간헐적" 취미생활은 내가 완전히 손을 놓지 않게 만들어서 2014년 시작한 베이스도 여전히 만지작 거리고 있고 2016년부터 그려온 그림도 지금까지 하고 있다.


나는 취미를 하면서 절대 스트레스받지 않으려 애쓴다. 뭔가를 잘하려 애쓴다기보다, 즐기기 위한 그 순간의 감정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잘할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즐기기가 쉽더라. 이렇게 나는 취미부자가 되었고, 점차 나의 일상은 덜 지루하게 되었다. 여전히 우울이나 불안은 종종 찾아와서 싸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삶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전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 즐거운 순간들이 많다.


일상에서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면 심심함에서 벗어나고자 즐거움을 기다리지 않고, 기다림을 찾아 나선 나의 (거의) 십 년 일상을 보여주고 싶다. 인생에 어차피 정답은 없다. 나와 같이 한다고 모두가 마냥 좋지는 않을 거라는 것도 안다. 심심하지 않은 즐거운 일상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거다. 사람마다 그 방법을 다를 것이고 그것을 위해 나와는 다른 방법들이 필요할 수도 있다. 난 그저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를 공유하고자 하는 거다.


직접 즐거움을 찾아 나서며 심심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애써온 나의 십 년간의 취미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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