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교환학생을 시작하려는 23살의 한국인
오늘의 인터뷰는 아주 짧지만 즐거운 인연을 맺은 사람과 함께 했다. 얼마 전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로 독일에 있는 세계 3대 축제라는 옥토버페스트에 다녀왔다. 몇 달 전 옥토버페스트에 가기로 결정하면서, 아무래도 맥주 축제인데 혼자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인터넷에서 사람들을 모집했다. 내가 가는 일요일, 월요일 모두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이렇게 사람을 모집한 게 처음이라 걱정도 많이 되었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좋은 사람들을 만나 세계적인 축제에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오늘의 보통 사람 인터뷰 대상자는 그곳에서 만난 대학생이다. 약속을 잘 지킬 줄 알고 사람 간의 예의를 생각하는 사람임이 보여서 첫인상부터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이 날 모임의 막내였는데, 옆에 있는 형들과도 잘 어울리며 사교적이고 뭐랄까, 이 시대의 건강한 청년(?)의 인상이 강했고 면접에 최적화 타입의 사람 같아 조금 부러웠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유럽에서 교환학생을 시작할 거라 했다. 그래서 대충 대학교 2학년이나 3학년이겠거니 했는데 4학년이라 하여 조금 의외다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에 정해진 시기가 어디 있겠는가. 모두 각자의 속도와 방향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니 이 사람도 그렇겠거니 했다. 보통 사람 인터뷰를 내 지인들로만 진행하다 보니, 요즘의 좀 더 어린 친구들의 삶이 궁금했기에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다. 나의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고 좋은 말들로 인터뷰를 채워준 젊은 청년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빛나는 얼굴'이라는 뜻의 한자 이름을 가진 대학생입니다. 혹시 제 첫인상이 그랬나요? (웃음)
- 우리가 독일 여행 중에 만났잖아요. 유럽에서 교환학생을 할 예정이라 그래서 제 맘대로 대학교 2학년쯤이라 지레짐작했어요. 그런데 4학년이라면서요. 교환학생을 신청하게 된 계기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귀가 얇아요. 전역하고, 그러니까 2년 전부터,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마다 "너만은 무조건 교환학생 갈 줄 알았다", "교환학생 안 갔던 게 가장 후회된다", "인생 마지막 기회다"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말들에 혹했죠. 그래서 그때부터 교환라이팅을 당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1년 전에 본격적으로 교환 준비를 했어요.
저는 자아가 모자이크 그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여러 가지 조각들로 그림을 완성하는 모자이크 그림처럼, 저는 쉽게 다른 사람들의 조각들을 가져와 내 그림의 일부로 흡수하죠. 다른 사람들의 후회 섞인 조언도 마찬가지였던 게 아닐까요.
- 아직 교환학생을 시작하진 않았는데 앞으로의 6개월 동안 무엇을 경험하고 배우고 싶나요? 기대하는 어떤 모습이 있나요?
저는 두 가지를 가져가고 싶어요. 하나는 섬세함이에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개월 동안, 내적/외적으로 크게 변화할 수도 있고, 작게 변화할 수도 있어요. 심지어 변화의 값이 굳이 따지자면 음(-) 일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러지 않게 노력해야겠지만요. 저는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캐치할 수 있는 섬세함을 배우고 싶어요. 생각보다 내 몸의 변화를 쉽게 감지하지 못할 때가 꽤 있거든요. 나 스스로의 변화를 섬세하게 감지한다는 건, 나 자신을 더 사랑한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해외 오기 전에 무릎을 크게 다쳐서 4개월 동안 운동을 전혀 하지 못했고, 체중이 많이 늘었어요. 그로 인해서 못생기게 변해버린 내 몸과 마음을 등한시하게 되더라고요. 이러한 콤플랙스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목표는 '건강'이에요.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운동하고, 좋은 책 많이 읽고 글도 쓰면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을 되찾고 싶어요. 다행히 교내에서 운동 시설을 공짜로 제공한다고 하더라고요! 하루키를 좋아해서, 하루키처럼 매일 러닝 하는 게 구체적인 실행 방안입니다.
- 아마 주변 친구들이 많이 졸업 후를 위해 이미 준비 중일 것 같은데, 그런 데서 자신만 다른 선택을 한 것에 두려움 같은 것은 없나요?
두려움은 항상 있죠. 그런데 교환학생을 옴으로써 생긴 건 아니에요. 그냥 항상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죠. 두려움보단 호기심이 커요. 해외 체류라는 게, 나 자신이 크게 변하는 상황이 아니라 내 바깥의 상황이 크게 변하는 상황인 거잖아요. 이런 환경에서 과연 제가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궁금해요. 요컨대 화가는 같은데 그림 그리는 캔버스의 재질이 완전히 바뀐 거죠. 평소엔 한지에다 그리다가, 지금은 파피루스나 석판인 거죠. 이거 유럽 비하 발언인가요? (웃음)
- 요즘 가장 큰 걱정거리가 있다면?
대학교 4학년은 취업 걱정을 안 하면 유죄예요. 그런 와중에 교환학생을 온 저는 해외도피인데, 인터폴이 뜨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유럽 오기 전에, 대학생 공모전 중 가장 유명한 세 개 중 두 개의 공모전에서 좋은 결과를 받았어요. 하나는 1등이고 하나는 파이널리스트예요! 팀원을 잘 만났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걱정은, 이 분야를 쭉 가는 게 맞는지, 아니면 돈을 더 잘 벌고 야근이 덜한 직무를 새롭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런 고민이 힘들어서 도피하러 온 것도 있어요.
- 최근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가장 크게 웃었던 순간이요-
뻥 안치고 옥토버페스트요. 물론 말미엔 다른 동행 분들의 걱정만 샀지만요. 학교에선 항상 최고참으로 있다가 낯선 타지에서 막내 취급 당하며 옆 테이블 외국인들과 즐겁게 'Ein Prosit"을 외쳤던 게, 그래도 최근 기억 중엔 가장 즐거웠어요. (그런 즐거운 시간 만들어주신 인터뷰어님 감사합니다.)
- 공통 질문입니다. 인생에서 목표나 꿈이 있다면 뭐죠? 그 꿈에 지금은 자신은 어느 정도 도달해 있나요?
인생 목표나 꿈은 사실 이루기 힘든 거 딱 하나가 있어요. 안빈낙도하면서 살기.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안정되게 사는 게 제 꿈이에요.
거주도 지위도 불명확한 외국살이 교환학생 신분이라, 전혀 도달하지 못한 것 같아요. 한국에 돌아가서도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아요. 정말 나중의 꿈입니다. 인생은 평온을 찾기 위한 여정처럼 느껴져요(아직 만 23살이긴 하지만요).
- 인터뷰 감사해요!
제 가방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방을 놓고 가서 다음날 내가 가방을 가져다주었다. 다음날 보니 그 안에 여권이 들어있어 나는 제법 놀랐다.)
"빛나는 얼굴"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한국에서 온 이 대학생은 인터뷰 내용을 읽어나가며 내 예상처럼 건강한 정신의 청년임을 알게 되어 인터뷰를 요청한 나 자신을 칭찬했더랬다. 많은 이들이 남들의 후회 섞인 조언을 많이 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것을 실제 받아들여서 자신의 삶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인생을 모자이크 그림 같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른 이들의 조각을 가져와 자신의 삶의 일부로 흡수한다는 그가 인상 깊었다. 주변인들의 후회 섞인 조언들이 4학년이란 시기에 교환학생을 오게 만들었다고 답하는데서 오히려 그의 건강한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불안감, 두려움에 대한 질문에서도 두려움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보다는 호기심이 더 크다고 말하는 그가 부럽기도 했다. 나와는 크게 다른 사람인 것 같으면서도 6개월간의 교환학생을 통한 해외 체류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궁금하다는 그의 답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해외에 나오게 된 나의 마음과 비슷하다 느꼈다. (나 또한 나 자신이 유럽이라는 한국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어떨지가 궁금했었다. 이 경험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무언가 나는 배워갈 거라 생각하며 이곳에 나왔고 나는 무척 잘 지내고 있다.) 그렇기에 나보다 어리지만, 오히려 건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교환학생 생활을 기다리는 "빛나는 얼굴" 청년의 앞에는 빛나는 미래가 언뜻 보이는 듯하다. 그의 6개월간의 교환학생 생활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Prost! (건배)",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을 위해 다시 한번 "Pr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