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니 2020년에는 새로운 재료들로 그림을 그리는데 한 참 재미를 느꼈던 해였더라. 수채과슈로 재밌게 그리고 잠시 한동안 또 붓을 손에서 놓는다. 그러다 어느 날 언니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크릴 과슈를 선물한다. 선물을 주니 일단 받는다. 받고 집에 돌아오니 문득 궁금하다. 수채과슈와는 어떻게 다를지. 아크릴 과슈는 거의 포스터물감처럼 색이 보다 더 쨍쨍했다. 색내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아크릴물감에 한 달간 빠져버렸다.
아크릴은 금세 말라버리니 덧칠할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덧칠하며 수정해 나가는 그림이 수채화보다는 나에게 더 맞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크릴은 재밌는데, 매일 그리는 내가 먹는 것들은 그리는 게 조금 지겨워졌었다. 그래서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기로 맘을 먹고는 저작권 프리 사진들을 검색한다. 내가 굳이 저작권 프리를 왜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연구하며 논문도 쓰면서 저작권 같은데 조금 예민한 게 일상이기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틈틈이 원하는 사진들을 핸드폰에 저장해 둔다. 그러고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크릴로 그림을 그린다. 생각보다 그림이 괜찮게 나오는 것 같다. 이게 바로 도구빨인가.
그림이 제법 괜찮게 그려지면 기분이 좋아서인지 또 그리고 싶어 진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면 다음 그림은 항상 잘하려는 맘이 들어서인지 그전만큼 만족스러운 결과가 안 나온다. 아무래도 손에 힘을 빼야 하나 보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계속 되새겨야 한다. '잘 그리지 않아도 괜찮아. 잘 그리려 애쓰지 마.' 그림 그리기는 나에게 취미이기도 하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힐링 과정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