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스트라스부르 어반스케치에서 함께 모여 그림 그리는 날임을 알았다. 매번 놓치다 드디어 늦지 않고 알았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한국인 동생에게 얘기해서 함께 가기로 했다. 아침에 카페에 모인다고 해서, 갔더니 이미 아는 사람들끼리 인사하고 잠시 후, 바로 흩어져서 그림 그리고는 오후에 다시 모이는 거더라. 아무래도 어반스케치 자체가 목적인 사람들이라 그림 그리는데 더 정신이 팔려있는 듯했다. 동생과 함께 그림 그릴 만한 곳을 찾으며 한참을 걸었다. 야외에서 어반스케치를 직접적으로 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고, 평소에 음식 외에는 잘 그리지 않아서 조금 걱정되었다.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를 모르니 보이는 걸 다 그리려고 하는데, 문제는 내가 테크닉적으로 보이는 걸 그대로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스트라스부르에서 미술을 전공 중인 옆의 동생은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깔끔한 선으로 딱 필요한 것들만 잡아서 그려내더라. 그런 스킬이 부러웠다. 어반스케치를 마치고 집에 와서는 나도 잘하고 싶었다. 건물 그리기를 좀 연습해 보고 다음에 야외에 나가서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건물 그리기를 시작하였다.
사진첩 속에 있는 건물들을 골라 그리기 시작했다. 라인으로만 그리며 필요한 것들만 그려내려 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결국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따라 그리려 애쓰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그냥 내 느낌대로 그려야겠다. 선이 지저분하던 깔끔하던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린다. 그리다 보니 음식 그리기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평소와 다른 것을 그리다 보니 집중하게 된다. 재밌어서 새벽까지 그리게 되었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해서 억지로 펜을 놓고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한동안 건물 그리기는 며칠간 계속되었다.
그림은 그리는 대상만 바뀌어도 완전히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지루할 새가 없다. 평소에 그리던 게 지겨우면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방향을 바꿔보자. 그림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일 거다. 악기를 연주한다면 평소와 다른 스타일을 시도해 본다거나 하는 변화를 주면 새로운 즐거움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