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러 프랑스 낭시로 떠나다

by 이확위

한참 건물 드로잉에 빠졌던 2022년. 혼자 카페에서 술을 한 잔 하면서 보이는 건물을 그리기도 하면서 건물 그리기를 몇 주 즐기다 보니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건물이 이곳 알자스 지방의 건물양식이 대부분이라 이 건물 저 건물 다 비슷한 게 지루했다. 새로운 것을 그리고 싶어졌다. 주말에 짧게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실 동료에게 물어봤다. 프랑스는 도시마다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아는데, 건물 그림을 그리고 싶은 데 갈만한 가까운 도시가 있냐고 말이다. 그가 "낭시"를 얘기했다. 내가 있는 스트라스부르에서 가깝지만 건물 양식은 이곳과 다르다고 했다. 그의 말만 듣고, 낭시행 기차를 예매했다.


주말이 되고 낭시로 떠났다. 멀지 않아 금세 도착해서 내려보니 보이는 건물이 벌써 조금 다른 느낌이다. 조금 더 파리 같은 느낌의 도시였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스케치북과 펜을 챙겨 나선다. 먼저 광장으로 가본다. 광장에 뭔가 개선문 같은 건물이 보이기에 자리 잡고, 그리기 시작한다. 그림을 그리던 도중, 바로 근처로 노숙자가 다가오더라. 그래도 굳이 자리를 옮기지는 않았는데,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서 자리를 이동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신이 와서 내가 자리를 옮긴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 한참을 더 앉아있다 자리를 옮겼다. 다른 곳에서 사진으로 찍어온 개선문(?)을 마저 그려낸다. 제법 괜찮게 완성된 것 같다.

그 이후 돌아다니며 성당이나 시청 같은 주요 건물들을 그려본다. 그 자리에서 완성하지 못한 것들은 숙소에 돌아온 후, 자기 전에 그려서 완성한다. 그림을 그리면 시간은 참 빨리도 흐른다.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면, 사실 다른 것을 제대로 볼 시간이 조금 부족해질 수 있다. 정말 여유로운 여행이 아니고서는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건 무리일 거다. 그런 면에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여행인 점이 좋았다.

1박 2일의 짧은 그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미처 다 그리지 못했던 낭시 시청 건물을 그린다. 창문이 너무 많다. 창문을 그리다가 어느새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한다. 즐거운 그림 여행이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이런 여행도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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