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수육이라기보단 고기튀김

한동안 머릿속에 탕수육에 짜장면이 계속 맴돌았다. 고민하고 고민하다 퇴근길에 돼지고기와 춘장을 사서 집으로 간다. 튀김은 튀기고 바로 먹어야 하니 먼저 짜장소스부터 만들기로 한다. 양파, 호박, 그리고 약간의 돼지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짜장소스 만들기는 간단하다. 고기와 양파를 볶다가 호박까지 마지막에 넣고는 간장 1, 설탕 1, 굴소스 1, 춘장 1을 넣고 볶아주고 물을 붓고 부르르 끓이고는 전분물 (전분:물=1:3)을 넣어 걸쭉하게 끓여내 주면 완성이다. 조금 더 식당에 가까운 맛을 위해서는 여기에 조미료를 더 추가해 주면 된다. 이렇게 끓여낸 짜장소스를 한편에 두고는 이제 탕수육 준비를 한다.

고기를 먼저 얇게 썰어준다. 탕수육은 두꺼울 필요가 없다. 돼지고기를 잘라주고, 최근에 봤던 백 XX 레시피를 참고해 본다. 지금까지 중식셰프의 탕수육 반죽 레시피를 따랐었는데, 이 분의 레시피는 탕수육의 돼지고기에 먼저 간장과 마늘로 밑간을 해주더라. 그러면 고기의 향이 더 좋아진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 나도 간장과 다진 마늘, 후추로 돼지고기를 먼저 밑간 한다. 그런 후에는 튀김가루를 부어서 고기와 가루를 주물럭주물럭거리면서 반죽이 고기에 붙게 준비해 준다. 그러면 고기반죽은 끝이다. 기름을 올리고 온도가 올라갔는지 확인 후, 고기를 튀겨낸다. 고기가 튀겨지는 동안 탕수육 소스를 만든다. 양파, 당근만 썰어서 준비하고는 기름에 볶다가 간장, 설탕, 식초를 넣고 물을 붓는다. 간을 살짝 보다가 옛날식 케첩탕수육을 만들자는 생각이 들어 케첩도 살짝 넣는다. 간을 보니 딱 좋다. 여기에 전분물을 풀어 걸쭉한 소스로 만든다.

고기가 튀겨진 것을 맛본다. 맛있다. 소스도 따로 맛보니 맛있다. 짜장면을 위한 면을 익힐까 하다가 남은 밥이 생각나서 그냥 짜장밥으로 먹기로 한다. 탕수육은 찍먹/부먹 따로 가리지 않지만 오늘은 튀김이 바삭하니 찍먹으로 가기로 한다. 고기를 밑간을 해서인지 그냥 집어먹는데 맛있다. 고기튀김 같다. 짜장밥도 그릇에 담아 함께 내니 집에서 간단하게 탕수육과 짜장법 한 상이 완성되었다. 탕수육 소스에 고기를 찍어 먹어본다. 고기자체에 밑간이 충분히  되어서인지, 탕수육 소스의 맛을 살려주지 못하는 느낌이다. 전에 중식셰프가 탕수육 고기는 고기가 신선하면 고기 자체 맛을 위해 밑간을 안 하는 편이라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다. 탕수육 소스 자체가 원래 맛이 강한 편이 아니라서인지, 탕수육 소스와 고기의 맛을 위해서는 밑간을 최소화하는 게 더 맞겠다 싶었다. 다음에는 원래 하던 레시피로 돌아가야겠다. 그래도 고기튀김은 맛있었다. 소스와는 조금 겉돌았지만, 튀김 자체가 맛있어서 다 먹어버렸다. 먹고 싶었던 요리를 해서 욕구를 충족시키니 만족감이 더 컸다. 역시 먹고 싶을 때 먹는 요리가 더 맛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