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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Oct 17. 2023

석박지가 잘 익어 끓인 경상도식 소고기 국밥

석박지가 기가 막히게 잘 익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뿌듯 한마저 들 정도였다. 딱히 대단한 재료를 넣지 않았는데, 간도 좋고 시원함도 있다. 석박지가 익었으니 국밥을 한 그릇 따끈하게 끓여 먹고 싶더라. 무슨 국을 끓여야 할지 고민하다가 갑자기 먹어본 적 없는 빨간 경상도식 소고기 국밥이 생각났다. 소고기에 무와 콩나물을 넣어 매콤하면서도 개운하게 끓이는 게 육개장과는 또 다른 맛이라 했다. 궁금했다. 한번 끓여봐야지 생각했다.


마트에서 소고기, 무, 콩나물을 사다뒀다. 주말에 끓이려 했는데 토요일엔 이런저런 일정으로 바빠서 국을 끓일 시간이 일요일뿐이었다. 고기를 잘라 볶아내 주고, 잘라준 무도 넣어 함께 볶는다. 여기에 국간장을 넣어 어느 정도 간이 되게 하고 고춧가루를 넣어 타지 않게 함께 볶아내 준다. 그런 후 물을 붓는다. 넉넉히 물을 붓고 20분가량 끓여준다. 다진 마늘도 듬뿍 넣고 계속 끓여준다.  그런 후, 콩나물과 파를 넣고 간을 보고 소금과 국간장으로 추가 간을 해준다. 소고기가 부족했던 것인지 국물의 깊은 맛이 떨어진다. 어쩔 수 없다. 조미료를 넣기는 조금 자존심이 상하여 코인육수로 천연조미료들을 넣어 육수의 맛을 더 내보기로 한다. 코인육수를 넣고 10분간 더 끓여내 준다. 마지막에 간을 보니 시원하다. 무와 콩나물이 들어가 시원한 맛이다.  

국이 끓는 동안 새로 흰쌀밥을 짓는다. 밥을 짓고 뜸을 들인다. 밥이 다 되자마자 밥 한 그릇 뜨고, 국도 한 그릇 가득 담는다. 잘 익은 석박지 통도 꺼내든다. 국물 먹고, 밥도 먹고 석박지까지 곁들여 먹으니 뜨끈하니 너무 좋다. 석박지는 역시 국밥이 진리다. 다만 뚝배기가 아니라 국밥이 조금 빨리 식는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있다. 어쩔 수 없다. 여기는 프랑스다.  

혼자 먹기엔 아까워서, 한국인 지인에게 석박지와 국을 포장한다. 만나기로 했기에 국을 싸들고 가서 건네준다. 다음날 연락이 온다. 온 가족이 저녁으로 싹 클리어 했다고 했다. 뿌듯했다. 맛있는 건 역시 나눠먹어야 더 좋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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