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탕수육을 튀긴 후, 기름이 남았다. 한번 쓰고 기름을 버리자니 어쩐지 아까워 잘 보관해 뒀다. 퇴근하며 남은 기름으로 뭔가를 또 튀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난한 시즌이라 장을 보기에는 애매해서, 생각나는 냉장고 속 재료들을 튀기기로 결정하고 빈손으로 집으로 향한다.
냉장고를 뒤져본다. 가지가 있다. 한참 전에 사두고는 안 먹었지만 냉장고 온도가 꽤나 낮아서 여전히 싱싱하다. 마땅히 다른 채소가 없다. 어쩔 수 없다. 양파라도 튀기기로 한다. 냉동실에 뭔가 있나 뒤져본다. 냉동새우가 보인다. 새우를 꺼내 미지근한 물로 서둘러 해동시킨다. 가지, 양파, 새우를 튀기기로 한다. 가지도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양파도 링으로 썰어주고, 새우도 내장을 제거하며 손질해 준다.
튀김반죽을 만든다. 튀김가루를 꺼내고는 물을 넣어 반죽을 만든다. 일본식 튀김 느낌으로 할 거라, 꽤나 묽은 농도로 만든다. 조금은 걸쭉한 미숫가루 같은 농도로 반죽을 만든다. 먼저 마른 튀김가루로 가지, 양파, 새우의 겉면을 모두 묻혀준다. 그런 후, 기름을 올린다. 기름 온도가 올라가면, 마른 가루가 묻은 재료를 묽은 반죽에 묻힌 후 기름에 투하한다. 냄새가 나지 않는 가지부터 튀기기 시작한다. 수분이 많아서, 기름에 넣자마자 촤아아악하면서 기름 겉면에 반죽들이 퍼져나간다. 그렇게 조금 튀겨지는 가지에 둥둥 떠다니는 튀김 반죽 근처로 가져가서 반죽이 붙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하면 꽃이 핀 것 같은 튀김이 완성된다. 가지를 튀겨준 후, 양파를 튀겨주고 마지막으로 새우까지 튀겨내 준다. 소스를 만들기엔 튀김이 얼른 먹고 싶고 배고파서 냉장고 속 스위트칠리소스로 대충 해결한다.
먼저 가지튀김을 한 입에 넣어 먹는다. 바삭하다. 정말 바삭하다. 일식집에서 먹는 튀김처럼 바삭하다. 반죽의 농도가 좋았다. 바삭한 튀김을 먹으니 냉장고 속 맥주가 바로 당긴다. 이 튀김에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어른이 아니다. 맥주를 꺼내 한 잔 따라낸다. 바삭한 튀김을 먹다가 시원한 맥주를 들이켠다. 어느새 튀김도 맥주도 바닥이 났다. 바삭하니 맛있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