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확위 Nov 13. 2023

"이건 소주다", 매콤등갈비찜

일주일 전쯤인가, 날이 추워져서인지 매콤한 요리가 갑자기 당겼다. 매콤하게 뭔가 찜을 하고 싶어서, 매콤한 돼지갈비 같은 것을 먹고 싶었는데 구하기 쉬운 것을 생각해서 등갈비찜을 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등갈비찜 한 대를 요리해서 혼자 한 번 먹기에는 양이 많아서 사람들과 같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요즘 자주 만나는 한국인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다.


나: 혹시 매콤등갈비 찜하면 같이 먹을래요?

지인 1: 좋아요!

지인 2: 당연히 좋지요!


그렇게 일주일 뒤 주말에 매콤 등갈비를 요리하기로 했다. 원래는 이 날 처음으로 함께 합주를 하기로 해서 모이기로 했었다. 그래서 먼저 합주를 하고 그 후 저녁으로 등갈비찜을 먹기로 약속했다.


주말이 다가오는 주중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휴가를 내고 조금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컨디션을 다시 회복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마트에 갔다. 세 명이 먹는데 등갈비 한 대는 너무 아쉬우니, (나도 많이 먹을 거니까) 두 대를 샀다. 1.2 kg 정도에 10유로가 조금 넘었다. 확실히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등갈비를 사 온 것 만으로 몸이 피로해져서 다시 쉬기 시작한다. 미루고 미루다가 약속 5시간 전에 정말 이제는 요리할 시간이라 일어난다.

한국 조리법에서 등갈비 같은 뼈 있는 고기를 찬물에 오래 담가 핏물을 빼거나 하는데, 그 방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귀찮고, 꼭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재빠르게 초벌 삶기로 불순물들을 제거하기로 한다. 별다른 재료를 넣지는 않는다. 등갈비를 하나하나 잘라준다. 냄비에 등갈비를 모두 넣어주고 가지고 있는 허브들과 후추를 넣고 물을 부은 후 5분가량 끓여준다. 그런 후, 찬물에 깨끗하게 모두 하나하나 씻어내 준다. 그런 후 깨끗하게 씻어 준 냄비에 다시 등갈비를 넣고 등갈비가 잠길 만큼 물을 붓고는 40분 끓여주었다. 그동안 딴짓을 한다. 알람이 울리면 등갈비를 확인하러 가본다. 잘 익었다. 이제 양념을 한다. 양념은 크게 특별할 것은 없다. 간장, 설탕, 고춧가루, 고추장, 굴소스, 다진 마늘 (듬뿍) 넣어준다. 오늘 맛의 하이라이트를 위해 조미료도 한 꼬집 넣어준다. 그런 후, 30분 더 끓여준다. 막판에 냉장고에 남아있던 떡볶이떡을 좀 더 넣어준다. 떡볶이떡을 넣고 저어주는데 등갈비의 뼈에서 고기가 사르르 분리된다. 부드럽게 잘 익었다는 신호다. 충분히 끓여준 소스 간을 본다. 음... 오늘 좀 잘된 것 같다.

약속 한 시간 전에 조리를 끝냈던 등갈비를 통에 담는다. 합주를 하기로 해서 베이스기타를 챙겨가야 한다. 짐이 많다. 앰프까지 들고 가야 한다. 여기에 등갈비도 챙겨야 한다. 묵직하다. 등에 베이스를 매고 양손에 등갈비, 앰프를 들고는 트램을 타러 간다. 처음 몇 걸음 무겁지 않았건만 점점 묵직함이 몸을 힘들게 한다. 어쩔 수 없다. 차가 없으니 힘들어도 이렇게 가야 한다. 지인집에 도착해서 먼저 한 시간 반 가량 함께 합주를 했다. 악기는 키보드와 내 베이스뿐이고 다른 지인 한 명은 보컬을 담당했다. 전에 만났을 때보다 키보드를 엄청 연습한 게 느껴졌다. 나도 더 연습했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처음이지만 제법 괜찮은 즐거운 합주시간이었다.


합주를 끝내고 등갈비타임이다. 집주인이 주먹밥을 하겠다고 했었다. 밥을 미리 해뒀다고 했다. 언뜻 봐도 아주 잘된 냄비밥이었다. 참기름, 김자반, 소금을 넣어 버무리고 미니삼각김밥 틀에 하나하나 넣어 찍어내어 미니 주먹밥들을 준비했다. 가져온 등갈비도 데운다. 그리고 내가 챙겨 온 그린토마토피클도 상위에 올린다. 오늘의 술은 와인이었다. 와인은 세병정도 준비되어 있었다.


상을 차리고, 노래를 틀고 모두 자리에 앉는다. 와인을 따라 모두 짠-하고 건배를 한다. 건배를 하고는 와인 한 모금을 시작으로 모두 등갈비를 맛보기 시작한다.


지인 1: 음! 맛있어요. 맛있어

지인 2: 음~

지인 1: 이건 완전 소주각인데!

지인 2: 진짜 맛있어요.


모두 맛있다고 하니 맘이 편안해져 나도 먹기 시작한다. 떡볶이떡도 처음 넣고 맛보았을 때보다 요리한 지 시간이 지나서 그동안 떡에 양념이 더 배어들어 맛이 좋아졌다. 등갈비를 먹는다. 주먹밥도 먹고, 주먹밥에 등갈비 양념을 뿌려서 함께 먹는다. 주먹밥과 함께 먹으니 더 맛이 좋다. 챙겨 온 그린토마토피클은 상큼함이 상당하다. 소금에 한참 절이고, 그 후 식초에 절이고, 마지막으로 올리브오일에 절여둔 것이라 식초의 신맛이 상당하다. 매콤한 등갈비를 발라먹다가 중간중간 새콤하게 피클을 먹어준다. 맛보다가 집주인 지인이 말한다. 여기에 국수 넣어 먹음 맛있겠다고. 국수가 있다면서 등갈비를 다 먹을 때쯤, 국수를 삶아왔다. 국수를 넣고 비벼낸다. 국수에도 양념이 잘 묻어나서 맛이 좋았다. 그렇게 등갈비에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어느새 3병이 동이 났다. 모두 조금 아쉬웠다. 한국이라면 편의점이 있거나 다른 곳에서 더 사 올 수 있었겠지만, 밤 10시가 되고 프랑스에서는 술을 살 수가 없는 시간이라서 아쉬웠다.

먹고 싶던 요리를 했고, 함께 먹을 사람들이 있었고, 함께 먹어 맛있었고 즐거웠다. 이번 주는 일들이 그다지 잘 풀리지 않고 힘겨웠지만 조금이아도 이런 시간들이 있어 일상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다. 난 이정도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