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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Oct 31. 2023

22년 1월: 요리, 책 읽기, 그림 그리기, 베이스

새해가 밝았다. 새해이니 언제나처럼 새해 다짐으로 다이어리에 이것저것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새해 맞아 아시아마켓에서 사 온 떡국떡을 이용해 떡국을 만든다. 떡국만 먹기 아쉬워 잡채까지 곁들여 나 홀로 새해를 축하한다.


출근해서 일하는 것 외에는 퇴근하면 할 일이 없었다. 한국에서 대학원 연구실에 있을 때에는 일단 퇴근이 늦어서 (밤 10시 이후) 뭘 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보통 6시면 퇴근을 하고 집에 오니 시간은 많았다. 이렇게 많은 자유시간들이 주어줬던 적이 별로 없어서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유튜브를 보다가 그냥 잠들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일찍 잠들어 버리니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도 할 일이 없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일단 배가 고프다. 그러니 아침을 차려먹기 시작했다. 가장 아침을 잘 차려먹었던 시기였다. 아침에 요리를 하면서 요리 재미를 다시금 느끼기 시작했고, 저녁에도 날 위한 요리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퇴근길에 아시아마켓과 프랑스 큰 마트가 둘 다 있다. 마트 장보기는 일종의 하루 일과가 되었다. 마트에 들러서는 그날 먹고 싶은 재료들을 사 와서 퇴근 후 요리를 한다. 외곽 지역에 살고, 겨울이라 해가 짧아서 퇴근 후 주변은 캄캄하고 조용하기만 하다. 할 일이 없어 저녁을 차리는데 시간을 쏟는다. 이 시기에는 한식보다는 프랑 스니까 새로운 요리들을 많이 시도하던 시절이었다. 프랑스의 식재료를 이용해서 다양한 요리들을 한국보다 저렴하게 할 수 있었고, 프랑스에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며 저렴한 소고기로 고기도 굽고 다양한 샐러드 채소들 그리고 저렴한 치즈를 듬뿍 넣어 치즈토스트도 만들기도 하던 시기였다. 프랑스 요리 유튜브를 따라서 프랑스 요리들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만 이렇게 매번 새로운 요리를 시도하려 하다 보니, 식재료에 지출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 때는 돈이 남던 시기여서 지출이 큰지도 모른 채 살아갔던 시기이기도 하다.

시내로 외출을 하면서 광장에 외국 서적 파는 서점이 광장 바로 옆에 있는 것을 알았다. 원래 책 읽기를 좋아하기도 했었다. 프랑스에 오기 전까지는 독서클럽에서 매일 인증을 하며 책을 읽어왔었다. 그랬기에 다시 책을 읽자는 마음으로 책을 사 왔다. 물론 한국책은 없어서 (없진 않았다 몇 권 있긴 했다.) 영어로 된 책을 샀다. 공부 겸 재미로 원서를 읽을 생각이었다.

책 외에도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챙겨 왔던 그림 도구들로 먼저 내가 요리해 먹은 아침밥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외출하면 화방에서 그림 재료들을 더 구매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하던 취미생활들을 하나 둘 시작하다 보니, 베이스 기타도 다시 쳐야겠다 싶었다. 주말에 악기상에 갔다. 베이스 기타, 앰프 등 필요한 것들을 사서는 하나 둘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퇴근 후, 요리를 하고 하나 둘 원래 하던 취미들을 하면서 저녁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런 게 바로 저녁이 있는 일상인가 싶었다. 프랑스에 오고 이제 두 달, 프랑스의 여유 있는 삶을 이제야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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