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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13. 2023

[프롤로그] 그다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일상의...

나는 꽤나 오랫동안 우울, 불안과 함께 살아왔다. 초등학교 1학년 만 6세의 나이에 처음 병원에 갔었으니, 병원과 함께해 온 날들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길다. 우울에 사로잡히면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다지 좋지많은 않은 생각의 흐름들이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사고의 흐름들이기에) 그런 시간들을 거쳐오면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꽤나 많은 생각들을 해왔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뭔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와 같은 고민들 말이다. 우울과 불안으로 20대의 많은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허투루 보냈다. 그 뒤로는 시간이 가는 것이 그저 아깝게만 느껴졌다. 이미 지니깐 시간을 돌이킬 수 없으니 앞으로 있는 시간과 지금을 잘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는 온전한 휴식을 그다지 잘 취하지 못하는 편이다. 쉬면 아깝다는 느낌을 자주 받기 때문이다. (분명 뭔가 잘못된 사고이다.)


언젠가부터 진지함이 싫어졌다. 책임감도 싫었다. 책임감이 싫어 나는 아이를 낳을 생각도 전혀 없다. 그것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주된 이유 중 하나인건 분명하다. 나는 가볍게 그냥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그렇기 때문인지 내 나이 30대 중반을 지나갔지만, 나는 내 친구들에 비해서는 조금 철이 덜 들었다. 미래에 대한 준비에도 진지함이 조금 부족하다. 모두들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지만, 나만 여전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어딘가에 자리 잡고 살아갈 생각을 하면 가슴이 턱 막힌다. 지금의 일상에서도 반복되는 하루들에 지루해지곤 하는데, 어딘가에서 자리 잡고 살아갈 생각을 하면 이미 살아보지 않은 삶이 지루하다. 그래서인지 진지하게 삶을 받아들이고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비해, 나의 고민들은 무겁지 않다. 해결하지 못할 고민들은 요즘은 거의 하지도 않기도 하고 말이다. 


이 시리즈는 그냥 주저리주저리 나의 생각을 털어내고 싶어, 나의 가벼운 고민들에 대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전혀 무겁지 않다. 심각하게 진지하지는 않지만 함께 생각해 볼 정도의 애기는 될 것 같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나의 일상 속 이런저런 생각들의 모음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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