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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14. 2023

"내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누구나 좋아하는 것은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게 뭐야?"라고 물었을 때 잘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있다. 좋아하는 것이 뭔가 특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자신이 일상에서 해나가는 것들 속에서 좋은 답변이라 생각되는 것이 기억이 안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런 질문에 꽤나 쉽게 답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어릴 때, 남들의 의견을 상당히 많이 신경 쓰던 아이였다. 질문에 대답을 해도 상대가 좋아할 답을 하고 싶어 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20대를 보내고, 이렇게 살아오다 보니 사실 남들 생각이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란 것 정도는 깨닫게 됐다. 물론 남들 생각이 중요치 않다며 남들 의견을 무시한다거나 그런 의미는 아니다. 그저 조금 더 "나"를 생각하게 됐다는 거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남들은 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렇게 신경 쓰지도 않으며, 내가 뭘 하는가 보다는 그들도 그들의 일이 더 중요하다. 이런 걸 깨닫고 나면서 조금 더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은 결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는 않지만, 나의 생각만큼을 나를 중심으로 생각되기를 바란다.  


어릴 적 분리불안장애가 심해서 치료를 받았던 것과 대비될 정도로 어느 순간부터 나는 혼자의 생활을 꽤나 잘해나가고 있다. 이런 상태가 되기 전까지는 항상 가까운 조력자들이 있을 때만 나의  상태가 좋기도 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홀로서기에 성공한 듯하다. 심지어 이년 가까이 가족들과도 떨어져서 말도 통하지 않는 프랑스에서 혼자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혼자 살아가다 보니 모든 소비나 결정들이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들이 많다. 누군가와 함께이지 않으니 뭔가를 맞출 필요도 없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내가 좋아서"하는 것들이 되었다. 


집에서 매일 요리를 하고 있지만 오롯이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요리한다. 다양한 취미 생활들은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다. 일을 하고 월급을 받고, 그것으로 이곳 프랑스에서 월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가끔은 여행도 가고, 외식도 하고, 지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일상을 채워나간다. 그러기에 나의 삶은 무겁지 않은 편이다. 


얼마 전 언니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적이 있다. 언니는 결혼한 지 12년 가까이 되었고, 세 아이의 엄마이다. 언니가 내게 말했다. 

"주위에서 다른 고민들이 밀어닥쳐 휘몰아치면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말고 그런 여유가 없어져. 그런 것조차 죄책감이 들고 사치가 되거든. 그래서 그런 시간들을 겪을  수 있다는 거에 굉장히 감사하게 되더라"

나는 이렇게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인생의 무료함, 회의감등을 자주 느끼곤 한다. 하지만 언니의 얘기를 듣다 보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삶에 대해 내가 하는 고민들조차 내가 책임감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고민이구나 싶었다. 나는 나 자신만 책임지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상당히 자유로운 일상이 가능하다. 나의 고민의 거의 모든 것이 나만을 위한 고민에 치중되어 있다. (물론 부모님의 건강, 가족들의 행복...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은 한다.) 어쩌다 보니 나는 상당히 큰 자유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런 나의 생활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나에 대해서만 생각하다 보니 나의 고민들이 얼마나 가벼운 정도인지, 내가 남들이 짊어지고 있는 수많은 책임감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지내고 있는지와 같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내가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내가 홀로 살아가고 있기에 책임감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란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고 누군가에게 나는 이런 맘으로 살아-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끄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조금은 더 철이 들어야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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