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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15. 2023

어떤 직업으로 살아갈까

현재 나는 프랑스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학위를 마치고 구직활동을 하여 자리를 얻어내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내 직업은 연구원이다. 전공은 화학이니 화학자라고 해야 할까. 이곳에서 종종 새로운 한국인들을 만나 자기소개를 하며 연구원이고 화학을 전공했다 하면, 인사치레겠지만 "어머, 어려운 일 하시네요"라고들 말을 해준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 싶지만, 나는 정말 어려운 일은 하지 않는다. 물론 일할 때 오래 생각하고 고민해서 문제를 해결하며 연구를 하기도 하지만, 애초에 그렇게 뛰어난 머리가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것은 하지 않는 편이다.


현재의 직업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내가 언제까지나 연구직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이유라면 1) 하던 게 이거다 2) 지금 그만두기엔 학위를 위해 들인 시간이 아깝다 3) 그래도 가끔은 즐겁다- 이 세 가지 정도라고 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딱히 잘하는 게 없다. 돈을 벌 정도로 잘하는 게 없는 것 같다. 뭐 물론 요리 같은 것을 어느 정도 하기는 한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과 취미로 즐기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음은 분명하다.


어릴 적 아버지가 종종 말씀하시곤 했다.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즐겨라." 즐거운 것도 일이 되면 마냥 즐겁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즐거운 일을 잃을 수도 있다는 조언이었다. 이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분명 세상에는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일이나 무언가에 엄청난 열정을 가지지 않고 살아서인지,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이 느껴지는 사람들을 보면 종종 부러움을 느낀다. 예를 들어 최근에 한 노래 경연 프로그램을 봤다. 거기에 나오는 모든 출연진들이 노래에 대한 진심이 작은 핸드폰으로 바라보는 내게도 전해졌다. 무언가를 그토록 갈망하고 애쓰며 살아본 적이 있던가.


고등학교 때 요리사를 꿈꾸긴 했었다. 그러다가 다시 원래 하던 대로 공부나하 자고 맘을 바꿨었다.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되려고 잠시 애썼던 시절도 있다. 하지만 뭐, 말했다시피 그다지 뛰어난 머리가 아니라 이루지 못했다. 그 후에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연구였고 대학원에 진학했었다. 대학원에서 먼저 연구를 하면서 즐거울 때가 종종 있었다. 운이 좋게도, 대학원 학위과정 동안 내 연구는 운이 좋았다. 나는 딱히 실패라 할 만한 경험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면 거의 대부분 그대로 이뤄졌다. 그러니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연구에 대한 운을 다 쓴 건지, 요즘은 하는 것마다 되지 않아 즐겁지가 않다. 그래도 이때 종종 느꼈던 즐거움 때문에 연구원으로 살아가도 괜찮겠다 생각하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인생에서 한 가지의 직업만 가지고 살아갈 거라 생각지 않는다. 다만 연구원이 아닌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 어릴 때와 달리 이제는 삶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고 믿는다. 프랑스에 와서 보니 인생이 생각한 대로 흘러갔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하나도 만나지 못했다. 다들 어쩌다 보니 여기 있다고 얘기하더라. 지금 즐기고 있는 다양한 것들 중에 뭔가가 직업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새로운 곳에 몸을 담을지도 모른다. 불확실한 미래 속에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싶다. 그저 바라는 것이라면 어느 것을 직업으로 삼더라도, 종종 일에서 즐거움 정도는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바라는 건 그 정도면 된다. 아 물론, 먹고 살 정도의 수입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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