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4일, 파리에서 친구 부부를 만나다

2023년 1월14일-금요일

by 이확위

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 사교성이 조금 (조금이면 다행) 떨어지는 편이라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에 나를 궁금해하며 내게 다가와준 사람들의 경우에나 나를 더 알아가며 친구로 인연을 이어가곤 한다. 그래서 많지 않은 친구 한명 한명 모두 고맙고 소중하다.


프랑스에 온지 1년6개월 동안 엄마, 언니네 가족과 사촌동생 정도가 프랑스에 놀러와서 만날 수 있었다. 친구들에게도 놀러오라고~놀러오라고~말했지만 대부분 직장인인 친구들이 프랑스까지 여행을 오기에는 다들 시간내기가 수월치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도 못오는 구나 하고 아쉬워하며 지냈는데, 이제 막 의전원을 졸업한 친구가 인턴을 시작하기 전 시간을 내어 와이프와 유럽여행을 온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에 와서 시간을 좀 보내고 이탈리아로 넘어간다 말했다. 파리라면 기차타고 1시간반이면 가니 꼭 가야지 다짐하고는 친구네 일정을 체크해서 내 스케쥴러에 표시해두었다. 그게 2022년이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흐르고 흘러 친구네가 도착할 날이 다가왔다. 친구가 베르사이유 궁전을 구경할거라며 시간되면 함께 가자해서 그러겠다 말했다. 아침에 만나야하기 때문에 그 전날 파리에 도착해서 하루 묵고 친구 부부를 만나야겠다 생각했다.


누군가는 여행을 갈 때면 설렌다고 하는데, 나는 설렘보다는 불안감에 조금 크게 다가오는 사람이다. 불안증세가 나타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꽤나 받는 편이다. 그러니 항상 어딘가로 출발하기 전에는 가기싫고 가지말까라는 생각을 열번 정도는 할거다. 퇴근 후 기차를 타러 갈거기에 아침 출근길에 짐 가방을 챙겼다. 기차를 타고 파리에 가면서부터 컨디션이 그닥 좋지 않았다. 그 상태로 파리에 도착해 예약해 둔 호텔로 갔는데 지금까지 호텔 중 거의 최악이라면 최악일 허름한 호텔에 동네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동네가 좋지 못하니 호텔 출입문은 잠겨있고 벨을 누르면 카메라를 통해 확인 후 문을 열어주었다. 호텔 방 키도 가지고 나가지 못하고 나갈때마다 리셉션에 맡겨야했다. 파리에서 저렴한 호텔을 찾으면 역시 맘을 비워야한다.


저녁을 먹어야하는데 근처에 마땅한 곳에 없아 KFC로 들어간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으면 다소 폭식하는 편이다. 배부름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나 할까. 버거와 치킨을 사들고 호텔방으로 들어온다. 호텔에 들어와서 유투브를 보며 잔뜩 먹는다. 다음날 친구 부부와 베르사이유에 가야하는데 컨디션이 회복될지 모르겠다.


호텔방에 혼자 있으니 기분이 더 안좋아지는 것 같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뜬다. 누구를 만날 컨디션은 도저히 아니다. 친구에게 연락한다 미안하다 말하며. 컨디션을 회복해서 저녁에는 만날 수 있어야한다. 약을 먹고는 한참을 잤다. 커텐을 쳐둔채 있으니 눈을 뜨고 시계를 확인하기 전까지 몇 시인지 감을 잡기도 어려웠다. 거의 늦지 않을 마지막 순간까지 누워있다가 일어난다. 씻고 외출 준비를 한다. 계속 누워있다 일어나 멍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온 친구를 만나야하니 힘을 낸다.


예약해둔 식당으로 간다. 스페인 타파스 식당으로 예약을 해둬서 그 곳으로 향한다. 내가 프랑스에 오기 직전에 만나고 처음 보는 거니 일년 반만이다. 시간맞춰 가보니 친구 부부는 먼저 도착해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다들 그대로다. 메뉴를 살피며 타파스를 네 종류 정도 가볍게 시킨다. 친구 부부가 전에 스페인 여행을 오래해서 좋아해는 메뉴들이 이미 있는 것 같아 주문을 맡긴다. 스패니쉬니까 술은 상그리아를 시켜서 마시기 시작한다. 오징어튀김, 감자요리, 문어요리, 그리고 친구가 너무 먹고싶었다는 고추 튀김이 잠시 후 나온다. 조금씩 맛을 보며 근황토크를 한다.

친구는 이제 의전원을 마치고 인턴 지원을 해야하는데, 인턴은 한 곳만 쓸 수 있다고 했다. 대학처럼 여러 곳 쓸 수 있는 줄 알았는데 한 곳 지원이라니 생각도 못했고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할 것 같았다. 나는 프랑스에서의 생활에 대해 얘기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났지만 연구 성과가 너무 없어서 스트레스란 얘기를 한다. 남들에게 말할 때는 웃으며 말하지만 정말 스트레스가 상당하다…요리는 그저그랬다.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다. 대신 친구부부에게 라이브 재즈공연을 제안헸고 수락하여 내가 파리에 오면 자주 가는 재즈바로 향했다. 원래 이 친구와 함께 밴드를 했었고 락페스티벌에 가기도 했었기에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함께 재즈바에 가서 라이브 재즈를 즐겼다. 혼자 와서 보던 곳에 친구와 함께하니 한결 좋았던 순간이었다.

혼자서도 즐거울 수 있는 것은 많아서 혼자라도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 다만 분명한 건 함께하면 더 좋을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함께하는 일상이 종종 그리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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