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22일- 토요일
프랑스에 있지만 설날이니 혼자라도 떡국에 갈비찜으로 상을 차려 먹었다. 이런저런 취미도 많지만, 역시 가장 즐거운 건 요리하는 거다. 그러니 설맞이 나물 3종에 동그랑땡 하는 정도는 내게 전혀 노동이 아니다. 혼자기에 적은 양만 요리했지만 가짓수가 많아지니 다 먹기에 많았다.
혼자 설상을 차려먹은 다음날은 한글학교의 선생님들과의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어쩌다 보니 모임이 설연휴에 잡혔다. 이곳은 그저 주말이긴 하지만 말이다. 설날에 한국인들과 함께 모인다니 괜히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았다. 2023년 1월부터 스트라스부르의 한글학교에서 유아반의 보조교사로 일하기로 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오전에 2시간 수업이 전부다. 소정의 수고비를 받지만 그 돈이 매우 약소해서.. 모두 봉사활동이라 부른다. 내가 보조교사가 되기 전에 보조교사를 담당했던 선생님을 위한 송별회였다. 그 자리에 내가 가는 것도 이상하긴 한데, 송별회가 늦어지면서 어쩌다 보니 나도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송별회 모임 장소는 교장선생님 댁이었다. 각자 먹을 요리를 한 종류씩 챙겨 오고, 함께 만두를 빚기로 했었다. 이런 모임이 있으면, 그래도 나름 요리가 취미인 사람이니 사람들이 좋아할 요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조금 받는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간장마늘치킨이었다. 바로 튀겨서 내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만들어서 소스에 버무려갔다. 전날 남겨뒀던 등갈비찜도 챙겼다.
교장 선생님댁에 도착하니 이미 몇몇 선생님들이 도착해서 요리를 하고 계셨다. 나도 얼른 외투를 벗고 손을 씻고 참여해서 함께 만두를 만들기 시작했다. 만두소를 먼저 만들었다. 별다른 재료가 준비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저 고기다짐육, 파, 절인양배추 정도 넣고 간장, 참기름, 후추로 간을 하는 거였다. 그렇게 준비된 소를 가지고 큰 테이블에 모두 둘러앉아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만두를 찌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니, 물에 데쳐내고, 일부는 만둣국으로 먹기로 했다. 만두를 물에서 건져내고는 서로 달라붙을까 봐 기름을 발라주는데, 들기름이 있다고 줘서 사람들이 그걸 발랐다. 개인적으로, 들기름은 향이 너무 독특하고 강해서... 만두에는 참기름이라 생각했지만, 나는 신입이고, 그리고 본래 그렇게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사람은 아니라 조용히 있었다. 그렇게 만두까지 모두 준비되는 동안 다른 선생님들이 하나 둘 오셨다.
모두 도착해서 각자 가져온 음식들을 꺼냈다. 김치전, 소시지야채볶음, 약밥, 수제 핫도그, 내 등갈비찜, 내 간장마늘치킨, 제육볶음, 그리고 함께 만든 만두와 만둣국으로 상이 가득 찼다. 프랑스라서 술은 와인이었다. 먼저 시작은 이 지역의 crement 스파클링 와인으로 축배(?)를 들었다. 떠나는 이에게 지금까지 고마웠다는 인사와 새로 온 나를 반겨주는 한 잔이었다. 그런 후, 사람들이 챙겨 온 와인들을 마시기 시작했다. 모두 가져온 음식들에 곁들여서 말이다. 김치전은 만들어서 가져온 거라 바삭함은 없었지만 맛이 딱 좋았다. 선생님들 몇 분이 모여 함께 만들었던 김치로 만든 전이라고 했다. 소시지 야채 볶음은 당연히 무난한 맛을 내는 거였고, 약밥은 오래간만에 맛보는 거였다. 수제 핫도그를 해 온 선생님이 여러 번 시도 끝에 찾은 레시피로 한 거라 그랬는데, 반죽이 아주 좋았다. 잘 튀겨진 게 맛있었다. 사람들이 내 등갈비찜이 엄청 부드럽다며 압력솥에 한 거냐고 물었다. 그냥 냄비에 했다니 놀라워했다. 그리고 간장마늘 치킨은 인기가 베스트였다. 당연하다. 치킨을 싫어하는 한국인은 만나기 어려운 법이고, 그게 한국이 아닌 해외라면 더더욱 그렇다.
어쩌다 보니 설날에 이렇게 함께 모이게 됐다며 모두 즐거워했다. 점심쯤 모였지만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먹고,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대부분의 주제가 (아마도 모두의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이겠지만) 한글학교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신입이라 아직 낯가려서 나는 좀 조용히 있는 편이었다.) '아니, 이렇게까지 열정적이라고?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정말 한글 교육에 애정이 있고 열정적이었다. 뭐라도 하나 더 한글학교를 발전시키기 위해 애쓰고자 하는 게 느껴졌다.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열정에 나도 좀 자극을 받았던 것 같다. 설날에 한국인들과 함께해서 외로움 없이 따뜻함이 가득하기도 했지만, 사람들에게서 자극을 받을 수 있어 좋았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