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포트럭 디너 (feat. 한국치킨)

2023년 2월 11일 토요일

by 이확위

내가 있는 연구실은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인터내셔널 한 그룹이다. 지금까지 만난 친구들만 모아보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룩셈부르크, 조지아, 루마니아, 인도, 벨라루스, 러시아, 레바논, 일본, 모로코, 볼리비아, 페루 등이다. 전에는 좀 더 인터내셔널 한 느낌이었는데, 최근에는 프랑스인들이 조금 더 많아지긴 했다. 그래서인지 주된 언어가 영어에서 불어로 바뀌어가고 있다. (대부분 또 불어를 한다. 당연한가? 여긴 프랑 스니까. 나만 못하는 느낌이다) 가끔 소통에서 소외되고 있어 괜찮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글을 쓰는 지금 와서 생각하는 건,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이때부터라도 불어를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불어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인터내셔널 한 그룹이어서, 그룹 사람들끼리 포트럭 파티를 할 때는 "인터내셔널 포트럭"으로 각자 자기 나라 요리를 해오게 한다. 2022년에도 같은 호스트의 주최로 (조금은 사교적인 친구) 했었고, 2023년에도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박사과정, 석사인턴, 박사 후연구원 등이 있는 연구실이다 보니 누군가는 떠나고 또 새로운 사람이 있어서 멤버는 달라진다.


전년도에는 처음으로 내 요리를 선보이는 자리라서 조금 이것저것 준비했었는데, 이번에는 한 가지에 딱 집중하기로 했다. 무슨 요리가 인상적일까 고민하다가 한국 치킨으로 정했다. 매운 걸 못 먹는 친구들을 위해 간장마늘치킨과 매운 걸 좋아하는 친구들을 위한 약간 매운 버전의 양념치킨을 만들기로 했다. 이런 포트럭을 할 때는 나름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어서, 한식을 처음 맛보는 이들에게 한식에 대해 좋은 인상을 줘야 한다는 어떤 책임감 같은 걸 느낀다. 그래서 매번 아주 신중하게 메뉴를 고르는 편이다. (자칭 한식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모임이 있을 때, 정시에 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식당이 예약되어 있거나, 뭔가 행사가 시작하는 것이라면 시간을 맞춰오지만- 누군가의 집에 오는 경우에 시간을 잘 안 맞춰 오는 것 같다. 내가 듣기로 정시에 가는 건 예의가 아니라나? 그 사람이 미처 다 준비를 못했을 수도 있으니 여유 있게 조금 늦어주는 게 예의라고 한다. 정말인지 프렌치에게 한 번 확인해 봐야겠다. 이런 프랑스지만, 토종 한국인인 나는 여전히 시간을 조금 맞추려 하고 있다. 여기 와서 정말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나는 정해진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으면 그전에 미리 연락을 한다. "나 10분쯤 늦을 것 같아"와 같이 말이다. 그런데 여기오니, 어째 약속시간이 다 되거나, 약속시간을 지나서 "나 30분 정도 늦어"와 같은 애들이 많다는 거다. 큰 서울에 사는 것도 아니고, 별로 크지도 않은 스트라스부르에 사는데 말이다. 이건 태도의 문제라고 보는데, 조금 이해가 안 된다.


이번에 나는 10분가량 늦었는데, 도착하니 나 혼자 왔더라. 4시에 모이기로 했지만 5시가 되도록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고, 모든 상이 차려지니 6시가 되었다. 정말이지... 이게 프랑스인가. 이게 유럽인가. 이들이 어려서 그런가. 이런저런 생각이 다 들더라. 어쨌든 모두 다 모였고, 상이 차려졌다. 요리는 다양했다. 이탈리아의 라자냐 (이 친구 라자냐 맛있음!), 프랑스의 치즈요리 (이름을 몰라...), 레바논의 샐러드, 내 한국 치킨 2종, 프랑스 샐러드, 페루의 고구마요리 등이 있었다. 모두 테이블 주변에 둘러 서서는 각자 자기가 가져온 요리를 소개하고, 소개가 끝나면 사람들이 맛보며 각자 소감을 얘기했다. 호스트가 지명한 첫 번째 요리가 내 치킨요리였다. 매운 요리를 좋아하는 친구라 이걸 얼른 맛보고 싶다고 했다. 각자 매운 것/안 매운 것을 포크로 찍어가서 맛본다. 많은 이들이 "음~"하면서 아주 만족해했다. 프랑스인 친구 하나는 "나는 원래 이런 튀김 요리는 안 좋아하는데, 이건 너무 맘에 든다. 나중에 꼭 레시피 알려줘"라고 했고, 루마니아 친구는 매운 버전을 먹고 "매운데 맛있게 맵다! 먹을 수 있게 매워"라며 아주 만족해했다. "super good"이라고 엄지 척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남은 튀김 덩어리까지 포크로 찍어가서 먹는 친구를 봤으니 내 메뉴는 대 성공이었다. 인상적이었던 요리는 레바논 샐러드였다. 바삭하게 구운 빵반죽을 잘라 넣고, 아주 새콤하게 만들어낸 샐러드였는데, 각종 재료가 다 들어가서 다채롭고 입맛을 돋우는 게 아주 좋았다.


음식들을 맛보면서 맥주를 계속 마시고, 그 외에 다른 친구들이 가져온 이탈리아의 술이나 다른 좀 더 독한 술들도 맛보기 시작한다. 한참을 먹고는 이제 뭔가 게임을 하기 시작한다. 이 친구들은 이런 식이다. 20대 중반이 대부분인데, 술 마시며 그냥 얘기하는 게 아니라 뭔가 액티비티를 하려 한다. 보드게임을 하거나 이렇게 사람이 많을 때는, 온라인에 보드게임 비슷한 그런 게임을 하는 사이트에 핸드폰으로 접속해서 게임을 한다. 그것도 아주 즐거워하며 한다. 전에는 유튜브에 노래 맞추기를 함께 하기도 했다. 나는 그냥 대화하는 게 좋은 30대인데 말이다...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면 약간 기가 빨린다. 아마도 내가 즐겁지 않은 게임 같은 걸 해야 해서 진이 빠진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리와 술 파트는 좋았지만, 그 외의 시간이 나에게는 조금 힘들게 다가왔다. 나 자신을 그다지 좋아하지 못하는 나는, 이런 모임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다들 즐거운데 나만 잘 못 어울리고 이게 뭐야'와 같은 생각에 자기혐오에 조금 빠지기도 한다. 다만 전과 다른 점이라면, 그럼에도 이런 자리에 스스로 나가서 어울리려 애써본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종종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함께 어울리기 위해 애쓰는 나 자신이 조금은 기특하기도 하다. 나는 나를 좀 더 아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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