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한국 유학생 저녁 해주기

2023년 2월 16일

by 이확위

2022년에 코로나가 끝나고 스트라스부르에서 처음 있었던 유학생 및 한인 모임이 처음으로 있었다. 참여한다고 신청서를 내고 당일날 식당으로 가서 예약자를 말했더니 테이블 네 개는 붙여둔 제일 큰 자리로 안내하더라. 코로나 시대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와서 아시안 자체를 많이 보지 못했던 나는 '스트라스부르에 한국인이 이렇게 많다고? 이 자리가 맞나?' 했었다. 하나 둘 한국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총 23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때가 1년 여 만에 한국어를 편하게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순간이었다. 그때 내 앞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이 세 명인데 (중간중간 사람들이 자리를 바꿔 앉음) 그중 한 명이 전 한글학교 유아반 선생님이셨다. 그분 덕분에 한글학교 존재를 알게 되고, 이후에 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2023년부터 한글학교에서 유아반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거다. 또 다른 한 명은 이곳에서 유학 중인 미대생이었다. 대화를 나누고는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며 헤어졌는데, 이후에 내 스토리나 포스팅에 언제나 하트를 잘 눌러주는 친절한 동생이었다. 난 인스타그램 포스팅으로 내가 요리한 음식들만을 올린다. 2023년이 되고, 내가 올린 글에 댓글로 "언제 한 번 초대해 주시면 안 되나요 ㅠㅠㅠ"하는 글을 남겼었다. 나를 위한 요리보다 남을 위한 요리를 좋아하는 내가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바로 ok 하고는 날짜를 정하고 원하는 요리를 물어봤다. 그녀의 대답은 짜장면과 떡볶이였다.


그녀의 요청메뉴 자체가 워낙 금방 만들 수 있는 거라, 평소대로 출근을 하고 일하고 퇴근을 했다. 집에 돌아오니 6시가량 되었다. 약속 시간은 7시였다. 먼저 떡볶이를 한다. 이제는 정착한 레시피가 있어서 머릿속 레시피대로 양념을 만들어 떡볶이를 만든다. 그다음은 짜장면을 만들 차례이다. 돼지고기를 자르고, 호박과 양파도 준비해서 볶고 춘장과 각종 양념들을 넣고 전분물을 풀어 짜장 소스를 완성한다. 그녀에게 미리 짜장면의 고명으로 오이 or 완두콩을 물어본 상태였다. 이제 우리 집에 도착하면 면을 삶아 짜장면을 얹어주면 끝이다. 너무 빨리 요리를 마치고 언제 오나 그저 기다렸다. 조금은 늦게 우리 집에 도착한 그녀를 간단히 집 소개를 해주고는 식탁이 있는 거실로 안내한다. 그런 후, 면을 삶고 요리를 준비하여 선보인다. 한국인이니 그냥 한 번에 차려낸다. (우리는 코스 문화가 아니니까. )

그녀가 맛보기 전에는 약간 긴장을 하고 있었다. 어떨지 궁금해서 말이다. 매번 누군가에게 요리를 선보일 때는 이런 기분인 것 같다. 떡볶이를 먹고는 너무나도 매워했다. 그녀가 말하길 한국을 떠나서 프랑스에서는 매운맛을 거의 맛보지 못하다 보니 원래보다 매운맛에 더 약해진 것 같다고 했다. 맵찔이지만 한국 요리를 종종 해서 먹기에 매운맛을 계속 먹어온 나에게도 약간 매콤했으니, 매운맛에 취약해져 있다면 이해되는 반응이었다. 너무 매워하는데, 날 위해서인지 먹으려고 하기에 그만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사람을 아프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녀가 제일 그리웠다고 말하는 짜장면을 맛보며, 너무 좋아했다. 중화면 같은 면을 찾지 못해서 아쉬운 데로 그나마 비슷한 면으로 사 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래도 좋아해 주니 뿌듯했다. 유학생활로 타지에서 보내는 일상의 어려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공감하기도 하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짜장면을 곱빼기 양을 줬는데, 결국 그녀는 다 해치워냈다. 고마웠다. 다 먹고는 너무 배불러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어기적 어기적 걸어갔다. 어두운 밤길이고 지름길은 더 어두워서 트램역까지 바래다주었다. 나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는지 안으면서 헤어지려고 했다. 순간 '우리가 이 정도 사이인가?'싶기도 해서 악수를 하도록 손을 건네서 악수로 마무리했다.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며 그녀를 보냈다.


유학 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못 먹는다고 하기에 얘기를 들으면서도 안타까웠다. 거의 매일 샌드위치 같은 것만 먹는다는데, 프랑스 샌드위치가 맛있다 한들, 매일 먹기는 힘겨울 텐데란 생각에- 언제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나에게 자신이 너무 염치없는 것 같다며 미안해했다. (하지만 올 때 디저트를 선물로 사다주기도 했다. 전혀 염치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몇 번이고 설명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라고. 나는 남에게 요리해 주는 걸 좋아한다. 이런 것을 매번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할 때가 조금 불편하다. 나는 전혀 불편하지 않은데, 받는 사람들이 너무 불편해한다. (적어도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런 나를 잘 알아서 그냥 고맙게 내가 해주는 것을 받는데...) 사람들이 좀 더 나누는 삶에 익숙해지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해주는 것들도 조금 더 편하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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