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프랑스의 닭발 모임

2023년 4월 7일

by 이확위

프랑스에 오기 전 닭발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경험 자체가 많지 않아서 닭발을 잘 몰랐다. 무뼈 닭발을 두어번 먹어본 게 전부였는데, 모두 내겐 너무 매운 맛이라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었다. 프랑스에 온 후, 하루는 아시아마켓의 냉동 코너에서 닭발을 발견했다. 닭발이 있다는 게 신기해서 일단 사왔던 게 뼈있는 닭발의 처음이었다. 무턱대로 사와서 보니 뼈만 있는게 아니라 발톱도 다 있었다. 난감해하며 유투브를 찾아보니, 손톱깍이 같은 것으로 제거하곤 한다더라. 그런데 내가 가진 손톱깍이가 하나라 닭발에 양보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칼로 발톱을 하나하나 잘랐다. 너무 생긴게 적나라하게 발톱이라…조금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쉐어하우스에 살고있어서 혹시라도 다른 룸메들이 보고 놀랄까봐 조용히 아무도 못 보게 닭발을 손질했었다. 그렇게 한 번 닭발을 요리했는데, 맛이 괜찮았다. 처음이었지만 파는 것 마냥 맛있게 됐었고, 내가 직접 만들었으니 아무래도 매운 맛도 파는 것보다 덜해서 나도 잘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또 다시 닭발을 사왔다. 지난 번에는 혼자 먹느라 여러 번에 나눠 먹었었다. 이 곳의 한국 지인 몇 명과의 메신저방에 한 마디 던진다. “닭발 좋아하는 분 있으세요? 제가 닭발 요리하려고요.” 그랬더니 바로, “저요. 지금 술 사들고 가면 되나요?”라고 즉각적인 반응이 왔다. 다른 2명도 좋아한다고 했다. 내가 당장이 아니라 지금 요리할 거라 해서, 그 다음날 닭발 모임을 갖게 되었다. 닭발을 지난번 처럼 조리하는다. 나의 닭발은 먼저 삶는 것으로 시작한다. 후추, 술, 약간의 허브를 넣고 손질된 닭발을 먼저 5분 삶다가 꺼내서 모두 씻어내고 다시 한번 물을 붓고 15분 삶아내준다. 국물이 뽀얘진다. 그 다음 어느 정도 국물만 남기고 나머지를 따라낸다. 여기에 양념을 풀고 5분가량 더 졸여주면 완성이다. 만들어진 상태에서 식혔다가 데우면 속까지 양념이 더 배어들어 맛이 좋더라. 이번에는 육수를 덜 덜어내서 어쩐지 국물닭발이 되어버렸지만 역시 맛은 괜찮았다. 더 파는 식당 맛을 위해 찬장에서 조미료를 꺼내 약간 넣었다. 감칠맛이 더 올라왔다. 조미료 만세다.

닭발만은 아쉬워 주먹밥, 계란말이, 그리고 남아있던 생선조림까지 챙겨서 시내에 있는 지인 집으로 향한다.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만날 일이 있으면 이 친구의 집에서 자주 모이게 되는 것 같다. 가보니 테이블에 술 잔과 함께 미리 세팅을 끝내뒀더라. 닭발을 데워온다. 그러면서 들참국수를 먹어봤냐고 하더라. 뭔가 했더니 들기름+참기름 국수라고 밀키트가 있다고 했다. 아껴둔거라면서 그 국수를 만들어왔다. 면만 익혀서 동봉된 소스들을 넣고 비벼주면 완성이었다. 들기름, 참기름 서로 다른 두 고소함이 함께 나는 것이 향부터 너무 매력적이었다. 먼저 닭발을 먹다가 매콤함이 올라올 때, 주먹밥, 계란말이 또는 들참국수를 먹어줬다. 다들 닭발을 능숙하게 아주 잘 먹더라. 파는 것 같다며 내게 계속해서 칭찬을 해줘서 조금 민망했다. 한 분은 생선조림을 안 좋아해서 안 먹었지만, 다른 분은 생선조림을 맛보고도 너무 맛있다며 무 조림도 계속해서 먹었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고, 술도 마시고 맛있는 모임이었다.

한국에서와 같은 술자리는 이 곳에서 많지 않다. 일단 사람들이 술을 마셔도 와인이나 맥주 정도이니, 소주를 마시는 한국처럼 취하게 마시는 경우는 아직까지 한번도 없었다. 모두 자기 주량껏 절제하며 마시는 분위기랄까. 술자리에서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데, 알고있는 외국인들은 연구실 동료들이 전부이고 나보다 열살가량 적은 이 아이들은 보드게임이나 무슨 액티비티를 하려고 한다. 그냥 대화만 술자리를 채우질 못하는 듯했다. 그래서 그렇게 즐거운, 내 취향의 술 자리를 많이 갖지 못했었다. 한국 지인들을 만나니, 대화와 맛있는 안주, 술이 있어서 그리고 배경으로 항상 음악도 틀어두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한 술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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