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프랑스산 명이나물이다!

2023년 4월 9

by 이확위

스트라스부르의 한글학교 유아반에서 주말에 일하면서 아이들의 학부모들도 알게 되었다. 그중 내게 겨울왕국 엘사를 그려달라고 하는 L의 어머님과 어쩌다가 좀 더 친해질 기회가 있었다. 그 후 종종 메신저로 연락을 하며 지내는데, 어느 날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L의 어머님 메시지메 왔다. 나보고 명이나물 좋아하냐는 거였다.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명이나물 한 움큼을 손에 쥐고 있는 사진을 보내면서 명이나물이 널려있다고 다음에 함께 따러 오자고 했다. 그렇게 명이나물 채집 약속이 잡혔다.


아침에 명이나물 약속이 있고, 그 후에는 친구와의 공원 피크닉 약속이 있었다. 한국인 친구가 한국에서 꽃놀이가 한창일 때라 한국이 그립다고 하기에, 대신 공원에 피크닉을 가자고 했다. 내가 김밥을 싸겠다고 말해뒀기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 김밥을 싼다. 김밥을 챙기고 명이나물을 위해 일찍 집을 나선다. 트램 역으로 날 마중 나와서 함께 차를 타고 숲으로 간다. 다른 한국인 분도 계셨다. 어른 셋과 아이 하나가 명이나물을 위해 숲에 들어섰다. 숲에 발을 딛자마자 주변에서 마늘의 알싸한 향이 코를 감싸더라. 이게 명이나물 향이라고 했다. 괜히 Wild garlic이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마늘의 향이 강했다. 사람 발이 닿는 곳은 개들 산책시키며 개들이 오줌도 싸니까 조금 구석으로 들어가자 하며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를 둘러봐도 명이나물이라 너무 신기했다. 한국에서도 명이나물이 장아찌로 절여진 것만 봤지 땅에서 자라고 있는 신선한 명이나물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에서도 보지 못하는 걸 프랑스에서 이렇게 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했다. 한국 친구, 언니에게 사진을 보내니 다들????? 하는 반응이었다. 내가 작은 천 가방 하나 가지고 왔다 하니, 그걸로 되겠느냐며 큰 비닐봉지와 장갑도 건네어 준다. 다들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듯 익숙했고 나만 초짜였다. 함께 온 L의 언니 큰 L과 함께 유튜브로 노래를 틀고 명이나물을 잘라서 땄다. 금세 봉지 한가득 채워졌다. 다른 분이 너무 많이 땄다며 내게 한 봉지를 그냥 줬다. 좀 이따 친구와 만나다고 했더니 친구 나눠주라며 건네어 주셨다. 친절하다.


그렇게 명이나물을 가득 안고 친구네 집으로 향했다. 친구가 짐을 챙겨 나와서 함께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 피크닉은 일 년 넘게 프랑스에 있으면서 처음이었다. 날씨도 좋았고, 평화로운 주말 분위기가 좋았다. 바닥에 커다란 담요를 돗자리처럼 펴서 앉고 가져온 음식들을 차려 둔다. 좋았다. 그저 좋았다. 따뜻한 햇살과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들, 챙겨 온 과일과 김밥, 편안한 잔디밭, 뛰어노는 아이들, 즐거워하는 친구들, 행복해 보이는 가족들을 지켜보며 이런 게 여유로운 유럽 생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더 자주 나오지 않았을까 싶었다. 음식을 먹고는 자리에 누워 낮잠도 잤다. 따스했다. 자다가 눈을 뜨니, 잔디밭 위 돗자리에 누워서 낮잠을 잤던 음악 페스티벌이 생각났다. 자연스레 항상 함께 갔던 친구가 생각났고, 너무 오래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이 날의 공원은 모든 게 따스했던 기억으로 가득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명이나물 손질을 시작했다. 모두 씻어야 했는데, 싱싱하게 하기 위해 찬물로 씻다 보니 손이 시렸고, 명이나물은 끝이 없었다. 계속 씻는데 지쳐, 남은 명이나물을 좀 나눔 하기로 했다. 한국 지인들이 있는 메신저방에 명이나물 원하는 분 있냐고 문의를 하니, 우리 집 근처에 사는 한 분이 “저요!”하더라. 그래서 명이나물을 싸들고 그 집을 찾아갔다. 내게 고맙다며 직접 쒔다는 도토리묵을 한 통 주셨다. 그렇게 물물교환을 감사히 하고는 집에 돌아왔다. 씻어뒀던 명이나물이 물이 빠지고 말랐다. 이제 장아찌를 담가본다. 간장, 식초, 설탕이면 충분하다. 통에 나눠 담고 국물을 붓는다. 잘 익기를 바라면서 뚜껑을 닫는다.


생 명이나물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일부는 남겨뒀다. 명이나물 전이 맛있다고 들어서 기대가 됐다. 명이나물을 썰어서 전을 굽고, 좀 전에 받아왔던 도토리묵에 먹을 간장을 만들어 가볍게 한 상을 차렸다. 먼저 도토리묵을 맛봤다. 너무 부드럽고, 텁텁함이나 쓴 맛없이 은은하고 고소하게 도토리향이 너무 좋았다. 지금껏 먹어본 도토리묵중 최상이었다. 그다음 내가 만든 명이나물 전을 먹어본다. 오! 너무 맛있다. 감탄스럽게 맛있었다. 이렇게 먹다가 혼자 먹기 너무 아쉬워서, 바로 시내 기숙사에 사는 아는 동생에게 연락한다. 도토리묵과 명이나물 나눠주면 먹겠느냐고. “나야 주면 당연히 먹지”라는 말에 바로 명이나물 전을 더 굽고 도토리묵도 챙겨서 집을 나섰다. 동생에게 건네주고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맛이 미쳤다는 거다. 뿌듯했다. 이래서 내가 나눠먹고 싶었던 거다.


그다음 날에도 명이나물은 남아 있어서, 퇴근 후 명이나물로 뭘 만들까 하다가 즉흥으로 창작요리를 해본다. 냉동실에서 새우를 꺼내 해동하고, 명이나물을 잘게 썰어주고, 다진 마 늪과 버터를 이용해서 새우와 함께 볶아내 준다. 파프리카 파우더도 넣어 향을 더해준다. 새우를 볶는 동안 오븐에 감자튀김도 익혀준다. 그렇게 저녁을 간단히 만들어보았다. 새우와 명이나물을 함께 맛보니, 오…대단한 맛이다. 명이나물이 진짜 좋은 재료구나. 지금껏 이렇게 맛보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한국에 있는 언니와 어머니에게도 해주고 싶은 맛이었다. 나만 맛보는 게 나만 이 맛을 안다는 게 아쉬웠다.


시간이 지나고 명이나물 장아찌가 숙성되었다. 명이나물이 숙성된 것을 확인하고는 퇴근길에 바로 삼겹살을 사 왔다. 명이나물하면 삼겹살이니까! 삼겹살을 굽고 명이나물을 곁들여 먹어본다. 아는 맛이라 사실 크게 인상 깊진 않았다. 이후에도 명이나물 장아찌가 있어서 반찬이 없거나 요리하기 귀찮은 날, 간단하게 누룽지와 먹거나하며 배를 채우기 좋았다. 그렇게 이 많은 걸 언제 다 먹나 하던 명이나물이 점점 줄어들다가 결국 바닥을 보였다. 마지막 명이나물을 먹던 순간에는 아쉬웠다. 다음 해를 기약해야지 했는데, 그전에 프랑스 계약이 끝날 예정이기에… 아쉽게도 프랑스에서 명이나물과의 추억은 여기까지 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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