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에서 보는 미카(MIKA)의 콘서트

by 이확위

한국으로 돌아가려 하니 아쉬운 점들이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공연이었다. 나는 콘서트 같은 라이브 공연들을 좋아한다. 한국에도 페스티벌이 있고 내한공연들이 있지만 유럽만큼 공연이 많지 않다. 특히 페스티벌 라인업은 한국은 유럽의 그것과는 차이가 크다. 그렇기에 한국에 돌아가는 것이 정해진 이후 아쉬움이 '아... 이번 여름엔 유럽에서 페스티벌 못 보겠네'였다. 매년 여름에는 유럽에서 음악 페스티벌들을 즐겼었기 때문이다. 22년에는 마드리드 매드쿨 페스티벌, 23년에도 마드리드 매드쿨 페스티벌, 그리고 포르투갈에서의 페스티벌에도 갔었다. 22년에 원래는 더 많은 페스티벌을 갈 예정이었으나 내가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갈 수가 없었던 슬픈 사연이 있다. 그 외에도 단독 콘서트들을 제법 봤다. 기억나는 것만 콜드플레이(Coldplay) 콘서트를 또다시 봤고, 제임스 블런트(James Blunt), 스팅(Sting), 코다라인(Kodaline), 티켓팅하고 못 간 더 킬러스(the killers), 인헤일러(inhaler) 등이 있었다. 내가 만약 스트라스부르가 아닌 파리에 샀다면 난 거의 모든 돈을 공연 보는데 퍼부었을 거다. 파리에는 매일 하루하루가 새로운 공연들로 가득 차 있다. 그에 비해 스트라스부르에서는 괜찮은 (=내가 관심 있는) 공연이 그리 많지는 않다. 미리 공연 일정들을 살펴보며 가고 싶은 티켓을 예매한다.


그런 아쉬움을 갖은 채 스트라스부르를 떠나기 전 뭔가 공연을 보고 싶었다. 그러다 발견한 게 바로 미카(MIKA)의 공연이었다. 미카는 전에 한국에서 본 적이 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에 거의 매년 갔었는데, (그 당시엔 가격도 지금보다 저렴했고, 라인업도 더 좋았다. 지금은... 음...) 그때 미카가 와서 공연을 봤었다. 물론 그 당시의 미카는 지금보다 더 잘 나가던 시절이었고 내가 미카 음악을 많이 듣던 시절이었다. 공연 자체가 너무 재밌었어서 기억하는 것도 있지만, 스탠딩으로 공연을 보면서 물을 챙겨가지 않아서 신나게 미카의 공연을 보다가 탈수가 올 뻔해서 목 마름에 앞사람의 물을 빼앗아 마시고픈 욕망을 느낀 기억이 있다. 그 갈증의 기억 때문에 미카 공연이 더 기억에 남고 (그만큼 신나는 공연이었어서) 그 이후에 어떤 공연을 가도 물은 꼭 챙겨 가고 있다. 이번에 미카 공연은 사실 충동적으로 티켓을 샀다. 최근에는 미카 노래를 듣지를 않았었는데, 예전 노래가 더 좋기는 하다만 찾아 들어보니 여전히 좋은 음악을 만들고 있었다.


한국인 지인 한 명도 미카 공연에 간다고 하더라. 그 분과 공연에 대해서 메시지들을 주고받으면서, 최근 공연의 세트리스트를 공유하고, 그 세트리스트에 맞게 유튜브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내줬다. 노래를 들을 시간이 충분치 않아 공연 당일에서야 내가 만들었던 플레이리스트로 공연 예습을 할 수 있었다.

미카 공연이 있었던 날은 일요일로 한 달에 한 번 있는 한인 커뮤니티의 가톨릭 미사가 있는 날이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참여하는 마지막 미사라서, 성당 사람들과 인사도 할 겸 참석했다. 나는 교리를 듣던 중이었는데 나 때문에 하던 교리도 내가 갑자기 떠나게 되면서 3월이 마지막이 되었다. 신부님과 다른 교인분들이 (사실 4~5명 정도뿐이다.) 마지막 날이라고 이대로 헤어지기 아쉽다며 미사 후에 함께 맥주 한 잔 하며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그렇게 근처 펍에 찾아가서 얘기를 나누며 맥주를 한 잔 하는데 시간이 정말 훌쩍 가더라. 스탠딩이라서 선착순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날 위해 시간 내주는 사람들을 놔두고 일찍 자리를 뜨자니 미안해서, 공연 시작 직전에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게 최대한 오래 머물며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공연 시간에 맞춰 자리를 떠났다.


공연장에 거의 도착할 무렵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공연 시작 10분 전이라 생각했는데, 밖에 사람이 너무 없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그렇게 시간을 잘 지키는 편이 아닌데, 이렇게 모두 일찍 왔다는 게 이상하다는 느낌과 함께, 공연장 밖으로 미카 노래가 들리는 거다. 게스트 공연 중일줄 알았는데 미카 노래가 들려서 이상하다 생각해서 모바일 티켓을 다시 살펴봤다. 앗. 이런. 공연은 50분 전에 시작했었다. 시작 시간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공연을 1시간 반 정도 할 거라 생각하면,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거였다. 기운이 빠져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그래도 아쉽고, 보통 막판에 유명한 곡들을 하니 그래도 가자며 안에 들어갔다. 공연이 시작되고 한참 뒤에나 공연에 도착하니, 스탠딩은 입구 바로 근처 맨 뒤였다.

멀리서 본 미카는 예전에 봤을 때보다, 늙었다. 조금 나이가 들었다고만 하자. 그래도 여전한 보컬과 에너지를 보이더라. 하루뿐이지만 미리 세트리스트를 예습하며 들어봐서 노래들을 모두 알았고, 예전부터 유명한 곡들이 워낙 많다 보니 즐길 수 있는 곡이 정말 많았다. 혼자 가장 뒤에 서서 공연을 봤지만, 밝고 행복, 긍정 에너지로 가득 찬 미카의 공연을 보니 기분이 좋아지더라.

기분 좋게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며 다른 자리에서 공연을 본 지인과 메시지를 나눴다. 알고 보니 공연이 30분 지연됐다고 했다. 원래 7시 공연인데 7시 반이 되어서야 시작됐으니 내가 놓친 것은 50분이 아니라 초반 20분뿐이었다. 운이 좋은 날이구나 싶었다.


미카는 불어를 잘해서… 불어로 된 노래고 몇 곡 있고, 무엇보다 모든 멘트를 불어로 했다. 불어를 잘 못하는 가수들은 프랑스 공연에서 인사정도만 불어고 영어로 해서 멘트를 알아들었는데, 미카는 원어민급 불어 능력자라…2년 넘게 살면서 불어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내 잘못이리라.


+찾아보니 미카는 한 살 때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서 살다가 9살에 영국으로 이주했다. 영국에서도 프랑스 학교를

한 동안 다녔기에, 프랑스어를 잘한다. 그런데 애초에 언어 재능이 많기도 한가 보다. 이탈리아어도 하고, 스페인어도 조금, 아랍어도, 몇 가지 언어를 더 한다더라. 그냥 재능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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