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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07. 2022

동기와 생일 미역국 품앗이

해외에서 생일날 미역국 주고받기

품앗이란 1대 1로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갚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글에서는 생일 미역국 품앗이로 서로의 생일에 미역국을 주고받았던 따뜻했던 경험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해외에서 같은 연구소에 한국에서의 박사 동기도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친구는 나보다 4개월 정도 늦게 이곳에 도착해서, 초기에 적응에 어려워할 때 내가 도움을 주곤 했다.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 친구가 이곳 요리가 맞지 않는 다고 힘들어하기도 했었고 한국을 그리워하기에, 생일이 됐을 때 생일 도시락을 챙겨주었다. 미역국과 전, 나물 등을 준비해서 생일 선물로 건네주었다. 농담으로 눈물 날 것 같다고 무척 고마워했었다.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이 친구도 이곳 생활에 적응해 나갔고, 요리를 하나도 못한다던 사람이 점점 하나 둘 요리를 해보며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이곳은 외식은 가격이 비싼 반면, 식재료들은 한국과 비교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적은 박사 후 연구원의 월급으로는 외식을 자주 하기는 어렵다. 많은 박사과정 학생들도 주머니 사정은 비슷하기에 다들 주로 집에서 요리를 해서 먹곤 한다.


이번에 내 생일에 슬프게도 아팠다. 아파서 출근을 못 했고, 그다음 주에 연구소에 나갔다. 연구소에 나가니, 이 한국인 박사 동기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시간 되면 잠시 보자고. 그녀를 만나러 갔더니, 뭔가를 한 움큼 가지고 내려오고 있었다. 내 생일을 맞아, 미역국과 자신이 만들 수 있는 반찬들을 만들어 도시락을 쌌다는 거였다. 감동이었다. 요리를 하나도 못 한다던 친구가 이렇게 잘 적응해서, 미역국 품앗이를 해다 준 것이 감동이었다. 아파서 힘들던 몸이 바로 싹 낫는 기분이었다.



미역국은 한국인들에게 있어 누구나 하나쯤의 사연은 갖고 있을 따뜻한 국인 것 같다. 아무래도 출산 후 어머니들이 먹는 국이다 보니, 우리에게 있어 탄생, 생일, 어머니 등 따뜻한 단어들을 연상시키는 음식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전에도 미역국에 대해 좋은 기억들이 많이 있었고 원래도 미역국을 좋아했지만 해외에서 이렇게 서로의 생일을 챙기는 미역국 품앗이를 통해 나에게 미역국은 더욱 따뜻한 음식이 되었다.


미역국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글을 적었었기에 딱히 크게 적을 것은 없지만, 혹시나 못 보신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미역국 레시피를 적어보고자 한다. 나는 이곳에서 소고기가 저렴하기에 미역국 용 고기도 그릴용, 구워 먹는 고기 재료로 사서 미역국을 끓인다. 먼저 잘라 둔 고기를 참기름에 볶아주다가 불려둔 미역을 넣는다. 국간장을 한 두 스푼 넣고 함께 볶아주다가 물을 붓는다. 국이 팔팔 끓으면 중 약불로 불을 내리고, 다진 마늘을 넣고 계속 끓여내 준다. 미역국의 미역은 빳빳하지 않고 부들부들해야 맛있기 때문에, 고기 육수가 충분히 우러나고 미역이 부들부들할 때까지 충분히 끓여준다. 그런 후, 마지막으로 다시 간을 보고, 부족한 간을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채운다. 따뜻한 한국인의 감성, 미역국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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