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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10. 2022

언니와 반미 샌드위치

베트남 반미 샌드위치

처음 반미 샌드위치를 먹어본 것은 약 5년 전쯤인가, 연남동에서였다. 대학원 연구실 선배가 추천해준 덕에 처음으로 가서 이름도 낯선 반미 샌드위치라는 것을 먹어보았다. 처음에 반미라 할 때는  anti-USA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반미에 대해 낯설었다. 샌드위치는 네가지 정도 팔고 있었는데 나는 그곳에서 베트남 햄을 이용했다는 콜드컷 반미 샌드위치를 선택하여 맛보았다. 바삭한 바게트와 안에 새콤달콤한 무, 당근 피클에 고소한 콜드컷 햄들과 매콤한 스리라차, 그리고 거기에 신선한 오이와 고수의 향기는 정말이지 처음 만나는 조합의 맛이지만 그 순간 나는 반미와 사랑에 빠졌다. 처음 맛 본 순간부터 너무 맛있어서, 이건 무조건 친언니가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연구실에서 토요일까지 일했기에, 토요일 끝나자마자 반미를 사서 언니네 집으로 향했다. 언니에게 건네주며 맛보게 했다. 내 예상대로 언니도 극찬을 하며 너무 좋아했다. 이후로 여기저기 반미 집이 생기긴 했지만, 우리 둘의 입맛에는 처음 맛 본 이곳의 반미가 기준점이 되어버려서 인지 모든 곳들이 만족스럽진 않았다. 다른 만족스러운 가게를 잘 못 찾던 어느 날은,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베트남식 피클을 만드는 법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홍대의 아시아 식재료 샵에 가서 베트남 햄을 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 본 나의 반미는 우리가 사 먹던 바로 그 반미의 맛이었다. 나는 내가 반미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바게트의 나라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 나라의 바게트는 분명 베트남의 바게트와는 다르다. 하지만 내가 빵을 만들어 먹기에는 너무 수고스럽고, 빵이 싼 나라에서 낭비라 생각되어 이 나라의 전통 바게트로 반미를 해 먹기로 했다. 반미를 먹기 위해 이틀 전에 미리 무와 당근을 채 썰어 피클을 만들어두었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식초:설탕:물=1:1:1:로 넣어 채 썬 무, 당근을 잠기게 담아두면 된다. 그러면 새콤달콤 피클 완성이다. 피클이 준비되어 있다면 나머지는 모두 간단하다. 베트남식 햄과 같이 다른 햄을 사용해도 되고, 치킨이나 돼지고기 등 다른 고기가 있다면 고기를 간해서 그냥 사용하면 된다.


먼저 바게트를 반 가른다. 완전히 두 동강 나게 가르지 말고 접을 수 있게 반 갈라준다. 그런 후, 촉촉하게 빵 안쪽면에 마요네즈를 발라준다. 바닥면에 슬라이스 해둔 오이를 얹고, 햄 또는 고기를 얹은 후, 스리라차 소스를 뿌려준다. 그 위에 준비해 둔 무, 당근 피클을 얹고 취향껏 고수를 넣는다. 반미 샌드위치 완성이다!



한 입 크게 베어 물어본다. 언니와 함께 먹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았지만, 언니는 한국에 나는 이곳에 있다. 혼자지만 아쉬운 대로 맛있게 먹어본다. 넉넉히 하여 한 조각이 남으니, 연구소 동료에게 연락하고 가져다준다. 동료가 맛있게 먹는다. 비록 언니는 아니지만 누군가와 나눠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좋은 건 나눌수록 더욱 좋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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