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확위 Dec 07. 2022

엄마의 콩나물 볶음

엄마의 시그니처 반찬

엄마만의 시그니처 요리가 몇 가지 있다. 그중 반찬에서는 마른오징어를 이용한 오징어볶음과 매콤하게 볶아낸 콩나물 볶음이다. 외식을 하면 식당들에서 빨갛게 콩나물을 무쳐주는데 빨간 콩나물 무침은 나에겐 항상 어색한 느낌이다. 아귀찜의 콩나물처럼 콩나물을 푹 볶아낸 빨간 콩나물 볶음이 내겐 더 익숙했다. 집을 떠나서 살게 되면서 엄마의 콩나물 볶음을 먹을 일이 없었다. 그나마 비슷한 게 아귀찜 속 콩나물이나 콩불의 콩나물이지만 반찬처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종종 엄마의 콩나물 볶음이 그리웠다.


해외에 나와서는 국민 반찬인 콩나물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아시아 마켓에서는 콩나물 통조림을 팔았고, 좀 먼 곳을 가야 콩나물이 판다. 어느 날 신선한 콩나물 한 봉지를 사 왔다. 아낌없이 전부 먹으려니 조금 다양하게 요리를 해야 했다. 질리지 않기 위해서. 멸치, 다시마 듬뿍 넣어 진하게 육수를 뽑아내고 거기에 콩나물을 넣어 시원한 콩나물 국을 한 냄비 끓였다. 여전히 남은 콩나물로는 엄마의 콩나물 볶음을 만들 생각이었다. 엄마가 요리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대충 익혀뒀던 조리법이지만 직접 해보긴 처음이기에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해보기 전까지는 맞는지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용기 내어 콩나물을 움켜쥐고 요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콩나물을 데쳐준다. 팬에 데친 콩나물을 건져 넣고는 간장과 고춧가루를 넣는다. 그런 후, 콩나물 숨이 더 죽을 때까지 볶아내 준다. 깨를 듬뿍 뿌려주면 완성이다. 맛을 본다. 엄마의 콩나물 볶음 맛이다. 간단한 재료지만 밥 한 그릇 뚝딱할 만큼 맛깔난 반찬이다. 콩나물 국에 콩나물 볶음을 곁들이니 너무 콩나물만 한가득 같지만 완전히 다른 맛이기에 전혀 나쁘지 않았다.

이전 29화 언니와 반미 샌드위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