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편안한 가게를 찾아 단골이 되자
어딘가의 단골이 된다는 점은 일단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나를 아는 곳에 간다는 것이기에 말이다. 대학원 시절 기숙사에서 나와 자취를 하게 되면서 난 더욱 혼술을 즐기게 되었다. 먼저, 집 근처의 노가리 집은 평일 저녁에 자주 찾는 가게였다. 술을 마시기 위해 장사를 하는 듯한 주인아저씨는 몇 번 혼자가 니 나를 기억해 주시고, 한동안 뜸하다 가게 되면 오래간만에 왔다며 서비스를 듬뿍 챙겨주곤 하셨다. 라면땅, 김밥, 어쩔 때는 명란 구이까지 구워주시곤 했다. 그 가게는 편안했다. 시끌시끌 하지만, 혼자 구석에 있으면 혼자만의 공간이 되는 기분이었다. 이런 포차 감성이 좋았다.
사람들은 함께 온 사람들과 함께하느라 혼자 있다고 해서 나를 신경 쓰거나 하지 않는다. 혼술이나 혼밥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많이 해본 내 경험상, 사람들은 그다지 남에게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잠깐 쳐다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남의 시선이 두려워 내가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다음으로 자주 가던 곳은 해물 실내포차였다. 이곳도 집 근처였다. 말했다시피, 나의 혼술을 즐기는 룰의 몇 가지 중 하나가, 걸어서도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거리의 가게에만 가는 거다. 그렇기에 이 가게도 집 근처였던 것이다. 이곳은 주로 주말 저녁에 가서 모둠회 같은 것들을 자주 시켜먹었다. 사실 이 가게가 횟집만큼의 퀄리티들이 나오는 곳은 아니었지만, 그냥 이곳이 편안했다. 어느 날은 모둠회, 어느 날은 모둠 해산물, 나가사키 짬뽕 등 큼직한 안주들을 시키고는 주로 청하를 마셨다. 청하를 3병 정도 마시면 기분 좋게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이곳의 주인 아저씨는 화통한 분이셨다. 오늘도 오셨네! 라며 반겨주시고, 계실 때면 언제나 내게 서비스를 듬뿍 챙겨주셨다. 사실 나 정도 자주 가서 잘 시켜먹는 사람이라면 내가 주인이라도 좋아했을 것 같다. 가장 인상 깊던 서비스는 조개탕이었다. 조개도 가득, 무, 미나리 재료들 모두 제대로 듬뿍 들어간 하나의 메뉴라고 해도 손색없는 요리였다. 서비스 조개탕을 먹으니, 술도 한 병 더 시켜 마시고, 그러면서 시원한 국물이 아까워 국수사리까지 시켜서 먹었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며 새로운 음식들과 술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나만의 편안한 아지트를 찾아보자. 주인과 친해지면 단골이 되어 여럿일 때보다 오히려 더 서비스를 잘 받을 수도 있다. 일단 혼자 몇 번 가보면, 기억에 남기기가 쉽다. 혼자 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꼭 서비스만을 위해서는 아니더라도, 내가 편한 곳에 있어야 혼술의 장점인 나를 위한 시간이 되기에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신만의 가게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