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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07. 2022

[혼:술] 단골이 되어 서비스받는 1인 손님

나만의 편안한 가게를 찾아 단골이 되자

어딘가의 단골이 된다는 점은 일단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나를 아는 곳에 간다는 것이기에 말이다. 대학원 시절 기숙사에서 나와 자취를 하게 되면서 난 더욱 혼술을 즐기게 되었다. 먼저, 집 근처의 노가리 집은 평일 저녁에 자주 찾는 가게였다. 술을 마시기 위해 장사를 하는 듯한 주인아저씨는 몇 번 혼자가 니 나를 기억해 주시고, 한동안 뜸하다 가게 되면 오래간만에 왔다며 서비스를 듬뿍 챙겨주곤 하셨다. 라면땅, 김밥, 어쩔 때는 명란 구이까지 구워주시곤 했다. 그 가게는 편안했다. 시끌시끌 하지만, 혼자 구석에 있으면 혼자만의 공간이 되는 기분이었다. 이런 포차 감성이 좋았다.



사람들은 함께 온 사람들과 함께하느라 혼자 있다고 해서 나를 신경 쓰거나 하지 않는다. 혼술이나 혼밥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많이 해본 내 경험상, 사람들은 그다지 남에게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잠깐 쳐다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남의 시선이 두려워 내가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다음으로 자주 가던 곳은 해물 실내포차였다. 이곳도 집 근처였다. 말했다시피, 나의 혼술을 즐기는 룰의 몇 가지 중 하나가, 걸어서도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거리의 가게에만 가는 거다. 그렇기에 이 가게도 집 근처였던 것이다. 이곳은 주로 주말 저녁에 가서 모둠회 같은 것들을 자주 시켜먹었다. 사실 이 가게가 횟집만큼의 퀄리티들이 나오는 곳은 아니었지만, 그냥 이곳이 편안했다. 어느 날은 모둠회, 어느 날은 모둠 해산물, 나가사키 짬뽕 등 큼직한 안주들을 시키고는 주로 청하를 마셨다. 청하를 3병 정도 마시면 기분 좋게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이곳의 주인 아저씨는 화통한 분이셨다. 오늘도 오셨네! 라며 반겨주시고, 계실 때면 언제나 내게 서비스를 듬뿍 챙겨주셨다. 사실 나 정도 자주 가서 잘 시켜먹는 사람이라면 내가 주인이라도 좋아했을 것 같다. 가장 인상 깊던 서비스는 조개탕이었다. 조개도 가득, 무, 미나리 재료들 모두 제대로 듬뿍 들어간 하나의 메뉴라고 해도 손색없는 요리였다. 서비스 조개탕을 먹으니, 술도 한 병 더 시켜 마시고, 그러면서 시원한 국물이 아까워 국수사리까지 시켜서 먹었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며 새로운 음식들과 술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나만의 편안한 아지트를 찾아보자. 주인과 친해지면 단골이 되어 여럿일 때보다 오히려 더 서비스를 잘 받을 수도 있다. 일단 혼자 몇 번 가보면, 기억에 남기기가 쉽다. 혼자 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꼭 서비스만을 위해서는 아니더라도, 내가 편한 곳에 있어야 혼술의 장점인 나를 위한 시간이 되기에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신만의 가게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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