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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Oct 27. 2024

다시 시작하는 영어공부: 1주일

전에 썼던 내용을 업로드한 후, 실수로 삭제를 눌러 지워져버렸다. 새로쓰는 이 내용이 전보다 나아졌기를...


공부하려 하던 프랑스어를 때려치우기로 맘을 먹고 하지도 않는 공부를 위해 가방에 가지고 다니던 프랑스어 관련 책들을 꺼내 책장에 꽂아 넣었다. 책장에서 대신 영어책을 꺼내든다. 아무래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필요한 것은 영어이다. 내가 외국에 가서 다시 살게 된다 해도 아마도 영어가 가장 주요한 소통 언어일 것이고, 타 외국어를 이 정도 수준으로 다시 하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내 영어가 아직 완전한 것도 아니니, 차라리 나의 미래를 위해서는 영어를 더 단단히 하는 것이 맞다. 그렇게 맘을 먹고 영어에 집중하기로 하니, 지난 몇 달간 프랑스어와 병행하여하려던 진전 없는 영어 공부가 조금은 효율적으로 자리를 잡으며 일주일간 해나갈 수 있었다. 


제일 먼저 영어를 다시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것은 영어 듣기이다. 영어 듣기를 위해서는 평소보다 유튜브에서 외국인들의 콘텐츠를 영어로 듣는 비중을 높이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관심 있는 것들을 영어로 듣고, 또 다른 듣기는 오디오북이다. 나는 사실 몇 년째 아마존 오디오북 Audible을 구독하고 있다. 매번 '들어야지, 들어야지'하면서 한 권도 채 듣지 않으면서도 구독을 유지해 왔다. 얼마 전 봤던 한 한국인 유튜버가 자신의 영어 듣기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이미 읽어 알고 있는 책의 오디오북을 듣는 것이라 추천을 하더라. 그 말을 듣고는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책의 오디오북을 선택했다. 전부터 들으려고 했었지만, 책 자체도 흔히 말하는 "벽돌책"의 일종으로 매우 두꺼워서, 오디오북도 30시간이 넘는 분량이라 매번 초반반 듣고 그만두곤 했다. 그렇게 다시 듣기 시작한 것이 작가 한야 야나기하라의 "A little life"이다. 출퇴근 길에 오디오북을 듣고 (비록 십분 남직 짧지만) 점심, 저녁을 먹으며 오디오북을 듣는다. 그렇게 듣기 시작하면 하루에 한 시간 가까이 들을 수 있더라. 그렇게 한 주만에 다섯 시간 넘게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었다. 목표는 한 달간 이 한 권의 책을 모두 듣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표현력이다. 자연스러운 표현을 몰라, 내가 쓰는 영어들은 다소 원어민들에게 낯설 수 있는 한국식의 표현인 경우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영어 유튜브에 "라이브 아카데미"라는 채널이 있다. 운영자인 빨간 모자샘이 몇 달 전 책을 냈다. 그분의 유튜브 영상의 훌륭한 퀄리티만큼이나 새 책은 다양한 영어 표현이 꾹꾹 눌려 담겨 있어, 이 한 권만 제대로 공부해도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주머니에 들어가는 단어카드장을 꺼내 들고, 하루에 최소 3 문장씩 새로 집어넣고 있다. 그렇게 틈틈이 다시 꺼내 들어 그날의 표현들을 익혀나간다.


독해의 경우는 평소에도 영어 논문을 읽는 것이 일상이지만, 아카데믹 영어의 경우 그 표현들의 다채로움에 한계가 있기에 뉴욕타임스 사이트에서 데일리뉴스를 구독했다 (무료이다) 매일 저녁쯤 그날의 뉴스 주요 뉴스에 대한 내용이 메일로 전달이 된다. 읽어야지요 생각했지만 이번주에는 메일함에 그대로 쌓여만 있다. 다음 주부터는 메일 속 뉴스들을 읽으며, 다양한 주제들을 영어로 읽으며 모르는 어휘나 표현들에 대해 공부해나가려 한다. 


영어 작문은 연구 논문르 위한 아카데믹 라이팅은 어느 정도 익숙하게 해나가지만, 일상적인 것은 영어로 제대로 써본 적이 없다. 영어 쓰기를 조금씩이라도 하기 위해 2년 전쯤부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주로 영어로 쓰고 있기는 하다. (외국인 친구들이 있기도 하고) 이번에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한 후에, 내가 영어로 말하거나 영어로 써야 할 내용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결국 영어는 소통을 위한 것이고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하거나 쓰게 될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쓰기 시작했다. 그런 후, 그 내용을 챗GPT에 써서 내용을 더 자연스럽게 수정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AI가 고쳐준 내용을 노트에 다시 써 내려가고 내가 쓴 것과 비교하면서 영어 표현들을 익히며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공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어회화이다. 연구실 오피스에 중국인들이 여러 명 있어서 그들과 소통 수단이 영어이긴 하지만, 그들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편이라 나와 소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기에 일상에서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다. 영어회화를 위해 영어 스터디를 알아봤다. 한 달 전쯤 일주일에 한 번 가던 곳이 있었는데, 몇 번 가다 보니 만족스럽지 않았다. 우선 외국인 (영어 네이티브는 주로 아님. 영어 잘하는 말 그대로 외국인들이다.) 이 한 명 참여하고 한국인들이 네다섯 명 있다. 외국인의 주도아래 영어 회화를 하는데, 보통 그/그녀가 질문하고 한국인들이 답하는 형태이다. 내가 프랑스에서 지내면서도 내 영어의 문제점이라 느낀 것이, 나는 질문에 답하는 영어에만 익숙하단 거였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형태의 영어에 노출이 더 필요하기에 이곳이 적절치 않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새로운 곳도 가보았다. 그곳은 외국인의 비율이 훨씬 높았는데 언어 교환을 위한 곳이란 소개에 왔지만 사실상 주로 여행을 온 외국인들이 소셜라이징을 위해 찾아오는 듯했다. 그렇기에 첫날 캘리포니아,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캐나다,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40분마다 자리를 옮기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다양한 악센트의 영어에 취약하기에 나에게 딱 좋은 곳이었다. 다음에도 꾸준히 찾아가려 한다. 


바로 그저께 또 다른 영어회화 장소를 찾아갔었다. 그곳은 통번역계에 몸을 담고 있는 분이 주관하는 영어회화 모임이었다. 첫 라운드에서는 한국인들이 모여 주어진 토픽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거였다. 4명 정도로 적당한 사람들이 조용한 스터디룸에서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여 들으며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모양이다. 나는 주어진 토픽에 대해서 대화보다는 프리토킹에 더 관심이 많았기에 두 번째 라운드에 참가한다고 했다. 2라운드는 펍이나 식당 같은 곳에서 모여 먹고 마시면서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고 원어민 한 명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였다. 처음 간 곳에는 미국 출신의 한인분이 계셨는데, 다른 어느 곳의 영어회화 스터디에서 본 외국인들보다도 진중하고 아주 좋은 영어를 구사하셨다. 인상적이었다. 그분의 영어를 듣는 것만으로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또한 참가자들 모두 따뜻하고 친절하며, 나보다 좋은 영어 표현력을 가지고 있고 모두 영어에 열정적이었다. 자극이 되었다. 한 시간으로 예정되었던 모임은 워낙 즐거워서인지 두 시간 가까이 지속되었다. 그렇게 영어로 마음껏 소통을 하고 나니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하루가 풍족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계속해나간다면, 내가 원하는 영어 실력에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주간 영어를 공부하겠다고 다짐하고, 조금씩 일상 속에서 영어를 접하는 시간들을 늘려갔다. 다행히 작심삼일은 넘겼고, 일주일을 채웠다. 다음 주에도 지금처럼 계속해나가면서 일상 속에서 영어를 습관화하며 꾸준히 해나가야겠다. 나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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