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에 난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리고 나는 워낙 간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나는 언제나 간식이 내 주변에 있었다. 부모님이 엄청나게 날 챙겨주는 분들은 아니었는데, 어쩐 일인지 아버지가 종종 내게 간식 택배 상자를 보내주시곤 했다. 코스트코를 다니시면서 나를 줄 생각으로 대용량 간식들을 사재기하신 듯했다. 그렇게 내 기숙사 방에는 간식이 쌓여갔다. 기숙사 방에는 커다란 간식 서랍이 있었고, 그 안 가득 간식이 있었다. 그런 간식을 매번 챙겨 다니는 것이 귀찮아서 나는 도서관내에 있는 내 사물함에 간식을 빼곡히 채워두었다. (물론 책을 넣어둘 공간 정도는 남겨두었다.) 워낙 간식이 많았기에 나는 간식을 친구들에게 자주 나눠주곤 했다. 지금까지 읽은 내용으로 알겠지만, 애초에 간식의 양이 너무 많았다. 혼자 먹었다면 나는 일찌감치 당뇨에 걸려 고생하고 말았을 거다. 나는 그저 많은 간식을 나눈 것인데, 주변에서 너무 고마워했다.
시험 기간에 공부를 하다 보면, 종종 한두 명의 친구들이 나를 찾아왔다. 늦은 밤 시간이라 출출한데, 공부하다가 무언가를 사 먹으러 나가기는 번거로우니 나를 찾아온 것 같았다. 그런 친구를 데리고 사물함 앞으로 데려가 먹고 싶은 걸 먹으라 했다. 무척 고마워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고마움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 당시 기숙사에서는 기숙사 식당 이용을 위해 식권을 남겨줬었다. 기숙사에서 밥을 먹기보다 친구들과 먹는 걸 선호하면서 매번 기숙사 식권이 남았다. 나처럼 기숙사 식권이 남는 사람들을 위해 기숙사에서는 야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격으로 따지만 여러 장의 식권을 써야 했기에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야식으로 쓰기보다는 (게다가 기숙사내에 친구가 없어서 먹어도 혼자 먹어야 했다.) 식권을 빵이나 우유로 교환해 갔다. 그래서 나는 항상 우유가 많았다. 나는 우유를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아침 수업에 가서는 주변 친구들에게 우유를 나눠주곤 했다. 친구들이 고마워했다.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이렇게 나는 그저 내게 너무 많았기에 주변에 나눴을 뿐인데, 나는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착한 친구"가 되었다. 굳이 내가 "너무 많아서"라고 말을 하진 않았다. 그러면 뭐랄까 너무 "짬처리"와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 그러니 나는 그저 "먹을래?" 하며 쓱 내밀었을 뿐이다. 그러니 그들은 내가 어떤 맘으로 음식들을 나눴는지 몰랐을 거다. 그러니 나를 착하다고 생각했겠지? 나는 그저 남는 것이 싫어 나눴을 뿐이니, 사실은 그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내 맘이 편하자고 하는 것이었을 뿐이다. 나를 위한 것이었는데, 그들에게는 그들을 위한 행동으로 보였기에 나는 착한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