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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09. 2022

습관적 팟타이

파는 게 맛없을 때

한국에서도 자주 팟타이를 시켜먹곤 했다. 이곳에 와서 어느 날 팟타이를 파는 가게를 보고는 신나서 가게로 들어가 주문을 했다. 11유로로 그다지 비싸진 않았다. 이곳의 다른 외식 메뉴에 비하면 말이다. 처음 메뉴가 나왔을 때 비주얼을 보고 너무 거무죽죽하지 않나 싶기는 했지만, 맛있겠지 하는 맘으로 한 입 먹어보았다. 윽 짜다. 짠맛 외에 다른 맛이 없다. 자고로 팟타이란, 짠맛과 더불어, 단맛 , 신맛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야 하지 않는가. (안타깝게도 태국에 가보질 못해서 현지의 맛은 모른다.) 팟타이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알기에, 11유로를 낭비한 기분이었다.


다음에 아시아 마켓에서 쌀국수를 사 왔다. 직접 팟타이를 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팟타이 소스도 함께 사 와서 만들었다. 새우를 준비하고 채소와 면을 볶고, 계란도 볶아주고 시판 팟타이 소스를 이용해서 요리했다. 하지만, 내가 팟타이 소스를 만들어먹어도 되지 않겠나 싶었다. 유튜브로 간단히 검색해본다. 그런 후, 내 입맛에 맞게 변형시켜 요리해보았다. 성공적이었다. 그 후로는, 팟타이는 내 1인 식탁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보통은 팟타이를 위해 숙주를 사 오기도 하지만, 숙주가 없으면 없는 대로 있는 재료들과 쌀국수만으로 팟타이를 만들어 먹는다. 누군가는 재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팟타이라고 하냐고 뭐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내 팟타이가 11유로 이 동네 식당의 팟타이보다는 팟타이스럽다. 그렇기에 나는 당당하다. 나는 뭘 먹을지 고민이 될 때면 습관처럼 팟타이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언니가 내게 말했다. “너 일하러 간 게 아니라 팟타이 요리하러 간 거 아냐?”


내 팟타이 조리법은 간단하다. 먼저 쌀국수면을 찬물에 담가 불려둔다. 그동안 다른 재료들을 준비한다. 단백질은 새우나, 닭고기 또는 소고기 원하는 재료 아무거나 써도 된다. 다 넣고 싶으면 다 넣어도 상관없다. 나는 주로 냉동실에 항상 있는 냉동새우를 이용한다. 새우를 해동하고, 새우 등에 칼집을 넣어 내장을 제거하고 새우를 다듬는다. 그런 후, 숙주, 당근, 양파 등 필요한 재료들을 준비해둔다. 소스를 섞어서 준비해준다. 소스는 간단하다. 간장 1, 굴소스 1, 피시소스 1, 스리라차 1(취향껏 조절), 식초 1(또는 라임즙), 설탕 1이다. 그냥 다 동량으로 섞으면서 자기 취향껏 조절하면 된다. 1인 식탁의 장점 아닌가. 내 입맛에 맞출 수 있다는 것.


먼저 기름을 아주 넉넉히 둘러준다. 넉넉히 둘러주는 게 포인트이다. 그런 후, 새우를 넣어 구워내준다. 새우가 색을 띠게 되면, 양파, 당근을 넣고 볶아준다. 그런 후, 물에 불려둔 쌀국수 면을 넣고 함께 볶아준다. 그런 후, 소스를 넣고 함께 볶아주다가, 풀어둔 계란을 한편에 넣고 계란을 볶아내 준 후, 면들과 다 같이 섞어준다. 주의!!! 계란물에 면을 볶아버리지 말자. 계란은 계란대로 한편에서 익도록 볶아줘서 덩어리지게 만들어서 면들과 섞이게 하자. 마지막에 숙주를 넣어 한번 스윽 더 볶아준다. 완성이다. 땅콩을 얹고, 숙주와 라임을 곁들이는 게 정석이지만, 내가 알아낸 좋은 조합은 바로 크리스피 어니언, 양파튀김을 얹는 것이다. 마트 등에 가면, 튀겨진 양파를 팔 것이다. 한 봉지 또는 한통을 사두면 여기저기 응용할 곳이 많으니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완성된 팟타이를 그릇에 담는다. 라임이 있으면 라임을 잘라 한편에 두고, 생 숙주도 곁들여 준다. 땅콩이 있다면 땅콩을 다져 뿌려내 주자. 11유로 팟타이보다는 훨씬 맛있을 것이다. 재료들을 하나하나 산다면 11유로보다는 돈이 많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놓은 재료로 팟타이 한 번 먹을게 아니지 않은가. 혼자만의 식탁은 남은 재료를 활용하는 즐거움도 있으니 걱정 말자. 맘껏 원하는 요리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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