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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an 04. 2023

프랑스에서 불닭발

어디에서 먹어도 매운 닭발

약 열흘간의 크리스마스연휴를 끝내고 출근을 했다. 출근을 하니, 아직도 휴가를 쓰고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연구소가 휑했다. 조금 뭔가를 하려 했지만, 실험실에 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실험을 더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맘대로 하지를 못하니 조금 짜증이 났고,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한 매콤한 게 당겼다. 왜였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닭발이 생각났다.


나는 지금껏 딱 두 번 닭발을 먹어보았다. 그것도 모두 무뼈닭발이었다. 문득 근처 아시아마켓 냉동코너에서 닭발을 봤던 것이 생각났다. 무뼈라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어떠하리 싶었다. 그냥 안에 있는 뼈만 뱉으며 먹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퇴근 후, 서둘러 아시아마켓을 갔다. 냉동코너에서 닭발을 찾았다. 앗, 뼈가 있다. 심지어 손질이 되지 않아 발톱까지 있었다. 그래도 한 팩 사들고 집에 온다.

먼저 냉동된 닭발을 물에 담가 서로 떨어지게 한다. 가위를 이용해서 발톱을 제거하라지만 커다란 가위가 없어서 칼로 그냥 잘라내 준다. 조금 역하다. 발톱까지 있으니 정말 손같이 보인다. 조금 징그럽다. 하지만 해낸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그렇게 손질한 닭발을 물로 깨끗하게 헹궈내 준다. 손질을 마친 닭발을 냄비에 넣는다. 보통 잡내제거를 위해 소주를 넣어주던데 난 소주가 없다. 맛술과 후추를 듬뿍 넣고, 찬장에서 허브를 뒤적거려 타임을 조금 부어준다. 그렇게 닭발을 끓여준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중불로 줄이고 25분간 삶아내 주었다.


닭발이 삶아지는 동안 양념을 준비했다. 한국에서 엄마가 보내준 고춧가루가 너무 매워서 다른 요리에 쓰질 못하고 있었는데, 매운 닭발에 딱이겠다 싶었다. 마늘을 듬뿍 다져 넣고, 고춧가루, 간장, 고추장, 설탕, 약간의 액젓을 넣어준다. 맛을 본다. 매콤하면서 약간 달짝지근하다 만족스럽다. 25분쯤 지나 닭발이 부드럽게 다 삶아졌다. 물을 약 100 ml만 남기고 버린다. 그런 후, 양념을 넣어 버무려주며 볶아준다. 쪽파를 듬뿍 다져내어 넣은 후 함께 볶아준다. 청양고추가 있다면 썰어 넣어 줘도 좋을 듯 하지만, 없기도 하고 넣으면 내가 매워서 못 먹을 거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두 바퀴 둘러주고 휙휙 저어 마무리한다.

그릇에 옮겨 담는다. 콩나물통조림을 따서, 콩나물을 건져내어 옆에 곁들인다. 닭발을 먹어본다. 크기가 크다. 뼈가 있으니 먹기가 귀찮지만, 닭의 발목? 부위에 콜라겐 덩어리 양이 많아서 양념과 함께 맛이 좋다. 막걸리를 견들이니 좋다.

내가 만들었지만 누군가와 함께 소주 한잔 곁들이며 먹고픈 맛이다. 가끔 요리가 맛이 좋으면 혼자란 게 조금 쓸쓸한 날들이 있다. 이 날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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