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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Aug 26. 2023

집에서 넉넉하게 먹는 버터갈릭새우구이

맛도 비주얼도 모두 합격!

난 새우를 좋아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내가 새우를 이렇게까지 좋아하는지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새우를 그다지 많이 먹지 않았으니까. 프랑스에 와서 아시아마켓에서 장을 자주 보는데, 냉동코너의 상당한 부분을 냉동새우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언젠가부터 우리 집 냉동실에는 냉동새우가 항상 있다. 뭐랄까 고기를 냉동해 두는 건 좋아하지 않아서 고기는 바로바로 사서 요리해 먹지만, 새우는 냉동으로 한 팩씩 사서 필요할 때마다 해동시켜 먹는 편이다.


내가 새우로 해 먹는 요리는 제법 다양하다.

새우버거 (https://brunch.co.kr/@hwakwi/38)

우리 엄마 새우탕 (https://brunch.co.kr/@hwakwi/39)

버터갈릭새우 (https://brunch.co.kr/@hwakwi/50)

팟타이 (https://brunch.co.kr/@hwakwi/63)

아보카도와 새우 (https://brunch.co.kr/@hwakwi/74)

새우오일파스타 (https://brunch.co.kr/@hwakwi/85)

새우 속 춘권튀김 (https://brunch.co.kr/@hwakwi/99)

새우볼 튀김 (https://brunch.co.kr/@hwakwi/100)

잡탕밥 (https://brunch.co.kr/@hwakwi/164)


잠시 집에서 안정을 취해야 하던 때가 있었다. 병원에 갔다가 바로 옆에 제법 큰 마트가 있어서 구경차 들렀다. 마트 둘러보기는 내 취미생활 같은 거니까 말이다. 문득 냉동이 아닌 생새우가 보였다. (살아있진 않음) 머리까지 달린 새우 한 팩 넉넉히 5.9유로였다. 나쁘지 않았다. 새우를 자주 먹었지만 머리는 제거된 냉동새우만 계속 먹어왔는데, 내가 새우에서 좋아하는 부분이 몸통 쪽에서 머리 부분의 새우 눈까 바로 직전까지에 채워져 있는 내장 같은 그 맛이다. 그게 고소하니 참 좋은데, 냉동새우만 먹다 보니 맛보질 못했다. 어쩐지 새우 머리까지 먹고 싶은 날이었다. 새우 한 팩을 사서 집에 돌아온다.

오래간만에 통새우가 있으니 뭘 할까 고민을 한다. 새우로 국물까지 내서 국수를 만들어 볼까 싶기도 하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에 갔던 여행지에서 먹었던 새우구이가 생각난다. 새우를 다섯 개 정도 구워주고 새우 아래에는 구운 채소들을 깔아 두어 마치 양이 많아 보이는 착각을 들게 했던 그 요리가 프랑스보다 물가가 싼 스페인에서 25유로 정도 했던 것 같다. 똑같지는 않지만 그 정도 맛은 나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새우구이를 하기로 결정한다.

스페인 식당애서 먹은  그릴 새우 요리. 새우 밑에 구운 채소들이 깔려있어 양이 많아 보이는 것-

새우 요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시즈닝이라면 버터, 갈릭, 레몬의 조합이다. 새우 스캄피를 좋아하는데, 스캄피는 새우 살만 가지고 익혀내 준다면 오늘은 껍질째 새우를 구워줄 거다. 그러니 새우향이 더 강할 것이다. 새우를 반으로 가르지만 완전히 갈라지지는 않게 칼집을 넣어 날개 펴듯이 만들어준다. 영어로 실제로 butterflied shrimp라고 표현하더라. 그런 후, 버터를 크림 상태처럼 살짝 녹여주고는 다진 마늘, 파슬리, 약간의 파프리카파우더를 섞어서 맛을 내준다. 갈릭버터를 새우 살 부분에 듬뿍 올려준다. 팬을 달구고는 그런 새우를 얹어 구워내 준다. 너무 간단하다. 새우가 구워지면서 맛있는 냄새가 주방을 가득 채운다.


 새우를 요리하는 동안 오븐 속에서는 냉동 감자튀김을 데우는 중이다. 예전에 어릴 때는 냉동 감자튀김을 꼭 다시 튀겨야지만 바삭해지는 줄 알았다. 왜 그렇게 생각했냐 하면, 패스트푸드점을 가도 냉동감자를 항상 튀기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감자를 튀겨야 했는데, 어느 날 수입 감자튀김의 겉 포장에 오븐에서 구우면 된다고 쓰여있어서 포장지에 안내된 온도로 감자튀김을 오븐에 구워보니, 튀긴 것처럼 바삭하게 나오더라. 역시 제품 설명란은 전문가들이 쓰는 거니 믿고 따르면 된다.


새우는 금세 다 익는다. 이렇게 구워진 새우와, 바삭하게 오븐에서 데워진 감자튀김을 그릇에 담고는 레몬을 잘라 곁들여 낸다. 새우는 머리부터 먹는다. 먼저 몸통과 머리를 분리시키고는 머리통 부분을 절반만 씹어 안의 내장들을  다 맛본다. 고소하다. 그런 후, 새우의 다리 부분들을 제거하고는 어느 정도 껍질도 살과 함께 씹어 먹는다. 바삭하다. 그러다가 부드럽고 탱탱한 살만 맛보고 싶어 껍질까지 까서 또 맛을 본다. 어떻게 먹어도 다 맛있다. 중간중간 바삭한 감튀도 잊지 않는다. 식당에서 사 먹었던 메뉴보다는 소박해 보이는 비주얼이지만, 그 맛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내가 했지만 맛있다. 집에 손님이 온다면 손님메뉴로도 손색이 없는 요리다. 만족스럽다. 종종 냉동새우가 아닌 이런 생새우도 좀 사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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