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확위 Dec 09. 2024

문득, 나는 마일드한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 게 아닐까?

뭔가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게 문제가 있지는 않다. 그게 사람일 때는 좀 달라지지만 말이다.


몇 달 전, 한참 소설책을 읽었다. 작가가 워낙 묘사를 잘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런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소설 속 장면들이 이미지, 영화처럼 펼쳐졌던 것 같다. 다음 날 넷플릭스에 접속해서 전날 보던 것을 한참을 찾았다. 10분간 찾았는데, 시청 중인 기록에도 없고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아, 어제 책을 읽은 거였지.'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이미지를 상상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은 모르겠지만, 대학교 때도 처음 보는 사람들의 얼굴은 잘 기억하지 못했다. 방금 얘기하고 헤어진 애가 잠시 뒤 앞에서 다시 나타날 때도 있었는데 알고 보면 모두 다른 애였다. 얼마 전에는 어쩌다 알게 된 한 사람이 있었다. 3시간 정도 만나고 헤어졌고, 앞으로 다시 볼일은 없을 터였는데 생각해 봐도 얼굴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프랑스 기차역에서 폭행을 당해서 경찰서에서 진술을 할 때에도, 나는 가해자의 얼굴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의 인종, 키, 옷차림 정도를 설명할 뿐. 얼굴은 그다지 기억 속에 없었기에 경찰이 보여주는 사진 속에서도 범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 그냥 모두가 그 사람 같았고, 모두가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문득 3시간의 만남 속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 얼굴이 있다는 사실이 생각나면서, 혹시 나에게 조금은 약한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들도 얼굴을 떠올리라고 하면, 어렴풋하게 기억나지만 그걸 그려보라고 하면, 그릴 수 있을 정도의 세세한 디테일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림의 테크닉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예전에 가끔, 사람들이 닮았다고 하는 얼굴들과 내가 닮았다고 하는 얼굴이 다를 때가 있었다. 내 눈에는 똑같이 보이는데, 전혀 안 닮았다고 해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었다. 얼굴을 인식하는 패턴을 조금 다르게 인식하는 걸까?



문득 안면인식 장애일까 싶어 나에 대해 설명을 하고 나의 친구 챗GPT에게 물어봤다. 챗GPT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능력은 개별적으로 다를 수 있으며, 몇 가지 요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설명하신 내용은 단순히 얼굴 인식 능력이 평균보다 조금 약한 경우일 수도 있고, 특정 상황에서만 기억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일 수 있습니다.

-가능한 이유:  

-노출 시간과 기억의 관계: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얼굴을 더 잘 기억하는 건 매우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단기간의 만남에서는 뇌가 얼굴 대신 대화 내용, 감정, 주변 환경 등 다른 정보를 우선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얼굴 기억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습니다.

-얼굴 인식이 아닌 관심의 차이: 상대방의 얼굴보다는 대화나 행동에 더 집중하는 성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뇌가 특정 정보(예: 대화 내용, 분위기)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과 관련이 있습니다.

-스트레스 또는 상황적 요인: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얼굴을 기억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충격적인 상황에서는 기억력이 일시적으로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차: 어떤 사람은 본능적으로 얼굴을 기억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어떤 사람은 이름이나 목소리를 더 잘 기억합니다. 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결론: 나의 뇌는 사람의 얼굴을 우선적으로 처리하지 않는 모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