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날 위한, 널 위한- 여행 저널링

by 이확위

언젠가부터 어딘가를 떠나야 할 때 꼭 챙기는 것이 스케치를 할 수 있는 저널링노트이다. 무지로, 조금은 두꺼워서 그림을 그리고 수채화로 채색도 가능한 - 그런 노트 말이다. 처음 여행 저널링을 한 건, 학회 차 방문했던 독일의 뮌헨이었다. 그곳에서 저널링을 하던 것이 꽤나 재밌었고, 돌아온 후 그 기록들을 다시 살펴보며 뿌듯함도 느꼈기에 그 이후, 홀로 떠난 여름 휴가지에도 챙겨가서 채워나갔다. 그 이후로는 어디를 가더라고 챙겨야 할 리스트에 여권과 지갑 다음으로 적어두곤 했다.

나는 홀로 가는 가는 경우가 많기에, 여행지에서 시간이 많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숙소에서나 커피를 마시는 카페에서나 대화를 나누거나 무언가를 함께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 거다. 그러나 난 혼자이기에, 그 시간들 속에 저널링, 기록하는 시간을 가진다. 밤에 숙소로 돌아온 후 - 하루의 피로를 씻어낸 후, 침대에 등을 받치고는 그날 하루를 기록하곤 했다. 그렇게 기록하고는 완성하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오는 항공에서나 기차에서 마저 마무리하곤 했다.


얼마 전, 갔던 교토에서도 그럴 생각으로 저널링노트를 챙겨갔는데, 예상보다 학회 일정이 빡빡해서- 숙소에 돌아오면 매번 지쳐버렸기에 저널링을 하지 못했다. 거의 일 주 일 차쯤, 거리를 걷다가 구경하러 들어간 문구점에서 꽤나 맘에 드는 얇은 저널링 무지 수첩을 발견했다. 그걸 보는 순간, 원래 교토에 함께 오려했던 친구에게 여행기를 적어 선물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부터 쓰기 시작했다. 기존의 저널링은 내가 보기 위한, 그냥 나만의 것이었는데 - 친구에게 보낸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 내려가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조금 뒤늦게 그리고 써 내려가기 시작했기에 여행지에서 미처 끝내 지를 못했다. 학회에서 돌아온 이후로도 바빠서,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친구에게 할 말이 많아서인지 노트 빼곡하게 평소보다도 글이 많아져 버렸다.

그저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여행지에서의 나의 경험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 혼자만의 것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더라. 다음 주에는 또 다른 학회 일정으로 다시 떠난다. 바로 지난 여행 저널링처럼, 이번에도 친구에게 나의 추억을 남겨보려 한다.

keyword